뉴욕은 무진장한 공간, 끝없이 걸을 수 있는 미궁이었다. 아무리 멀리까지 걸어도, 근처에 있는 구역과 거리들을 아무리 잘 알게 되어도, 그 도시는 언제나 그에게 길을 잃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 주었다. 시내에서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서까지도.
<유리의 도시>-10쪽
전화는 그가 마음에 들어 하는 물건이 아니어서 그는 몇 번인가 전화를 없앨 생각까지 했었다. 싫은 것 중에서도 제일 싫은 것은 전화가 부리는 횡포였다. 전화는 그의 뜻과는 상관없이 하던 일을 중단시킬 뿐 아니라 결국은 그 명령에 굴복하게 하는 힘까지 가지고 있었다.
<유리의 도시>-19쪽
전에 어디선가 눈은 얼굴에서 절대로 변하지 않는 유일한 부분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서였다. 유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눈은 그대로 남는다.
<유리의 도시>-88쪽
글을 쓰느 건 혼자 하는 일이니까요. 그게 삶을 다 차지하죠. 어떻게 본다면 작가에게는 자기의 삶이 없다고도 할 수 있어요. 설령 있다고 해도 실제로는 없는 거죠.
<유령들>-270쪽
파리의 하늘은 나름의 법칙이 있어서 밑에 있는 도시와는 상관없이 움직였다. 지상의 건물들이 대지에 단단히 들러붙은 견고하고 파괴될 수 없는 고체라면, 하늘은 광대무변하고 끊임없이 요동치는 무정형의 유체였다.
<잠겨 있는 방>-4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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