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리터의 눈물 - 눈꽃처럼 살다 간 소녀, 아야의 일기, 개정판
키토 아야 지음, 정원민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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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되는 사람. - P74

프랑스어로 물망초는 ‘20일 된 쥐의 귀‘라는 뜻인데, 그건 태어난 지 20일 된 쥐의 귀가 물망초 잎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삿짱이 알려주었다. - P79

"나는, 초능력을 믿거든(여기서, 나는 맞장구를 쳤다). 아메바의 처지에서 보면 사람은 누구나 다 초능력자이고, 눈이 안 보이는 사람에겐 눈이 보이는 사람 역시 초능력자나 마찬가지잖아." - P80

선생님도 친구들도 모두 건강합니다. 슬프게도 이 차이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히가시 고등학교를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이라는 무거운 짐을 혼자서 지고 가려 합니다.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1리터의 눈물이 필요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눈물이 필요하겠지요.
참아줘내 눈물아!
억울하니 술래야.
분하면 잘해.
지면 안 되잖아. - P85

S와 Y가 "아야를 돕는 게 부담될 때가 있다."라고 했다는 말을 선생님께 전해 들었다. 내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벅차서 모두를 지치게 하다니, 모두 내 잘못이다. - P98

<밤과 안개>라는 책에 나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사람들과 장애인인 나 자신을 금세 연결지어 생각해 버린다. 점점 무감각해지는 것도 닮았잖아. - P107

비가 갠 후에 보니 창문 밖으로 아름다운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서둘러 휠체어에 타고 밖으로 나갔다.
한 친구가 "휠체어 타는 사람은 좋겠다."란다.
말도 안 돼! 볏짚 인형으로 저주를 걸어 주겠어!
"넌, 걸을 수 있잖아!"라고 되받아치고 싶었지만 아름다운 무지개 앞이라 그만두었다. - P113

"저기 말이야, 네 잎 클로버는 세 잎 클로버의 기형이잖아? 행복하다는 건, 기형인 걸까?"
에미는 조금 생각해 보고, "희귀해서 그런 것 아닐까"하고 답했다.
그래, 행복이란 건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래서 간신히 찾았을 때, 찾아보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행복을 느끼는 걸 거야. - P116

초밥을 만들려고 밥을 식히다가 허벅지 안쪽을 2센티미터 정도 데고 말았다(밥그릇을 다리 사이에 끼고 있어서였다). 하얀 피부에 희미하게 붉은 기운이 도는 게 예뻐 보였다. - P131

이제 알 것 같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마음 씀씀이는 독서를 통해 길러지는 것이구나. - P142

꿈속에서도 난 다리가 불편하다.
꿈에도 휠체어에 탄 내가 나온다. 전에는 걸어 다니는 나였지만 말이다. - P164

드디어 듣고야 말았다.
"착한 아이가 되지 않으면 너도 저렇게 돼 버린다."
진찰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화장실에서 넘어질 뻔한 걸, 엄마가 붙잡아 주었을 때였다. 필사적으로 엄마를 붙잡고 서려는 내 곁에서 빨간 체크무늬 옷을 입은 삼십 대 정도의 아주머니가 어린아이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슬프고 비참했다.
엄마가 위로해 주었다.
"아이를 저렇게 교육하면 나중에 다 자기에게 돌아오는 거야. 저건 늙어서 몸이 불편해지는 건, 좋은 엄마가 아니어서 그리 되었다는 말이잖아. 잘못 가르친 건 나중에 다 자기에게 돌아오는 거야."
앞으로도 이런 일이 종종 있을 거다.
어린아이가 자기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신기해서 말똥말똥 쳐다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는 재료가 된 건 처음이라 충격이었다. - P206

하루에 한 마디나 두 마비밖에 하지 않는 사람도 인간사회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까? 난 그런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 P212

갓난아기는 8개월이면 앉고, 10개월이면 기어 다니다 한 살이 지나면 걷는다. 걸어 다니던 나는 기어 다니게 되었고, 지금은 거의 앉아서 산다. 퇴화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누워만 있게 되겠지.2 - P218

눈물을 참고, ‘엄마, 다시는 걸을 수 없어요. 붙잡고 서려 해도 설 수가 없어요.‘ 라고 종이에 써서 문을 열고 내밀었다. 내 얼굴을 보여 주는 것도,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것도 괴로워서 얼른 문을 닫았다.
화장실까지 3미터를 기어서 간다. 복도가 싸늘하다. 내 발바닥은 부드러워서 손바닥 같다. 반대로 손바닥과 무릎은 발바닥처럼 딱딱하다. 보기 흉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유일한 이동수단이니까.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기어가다 말고 뒤를 돌아보니 엄마가 기어오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바닥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단번에 터져 나와 목 놓아 엉엉 울었다. 엄마는 나를 꼭 끌어안고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게 내버려 두었다. 엄마의 무릎이 내 눈물로 흠뻑 젖고, 엄마의 눈물이 내 머리카락을 적셨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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