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대신 시애틀, 과외 대신 프라하 - 사교육비 모아 떠난 10년간의 가족 여행기
이지영 지음 / 서사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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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서 아이를 글로벌하게 키우고 싶은
이 시대 학부모들의 유학경험담? 장기여행기?
혹은 사교육비 모아서 방학마다 어학연수 보내는
꿀팁 모음집 정도일 거라고 착각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읽기로 선택한 건
음... 사실은 나도 그러고 싶은
이 시대의 예비 학부모니께요.

그런데 착각도 이런 대착각일 수가!
약 10년간 짧게는 3박 4일, 길게는 8주간
미국, 태국, 중국, 프랑스, 체코, 홍콩을
가족이 함께 여행한 걸 풀어낸 에세이가
이 책의 정체였다니, 두둥!

제목을 보고 ‘공부‘ 얘기가
분명히 들어있을 거라고 착각할 만도 하다.
(나만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해주세여 제발)
다른 과목은 몰라도 우리 애가 영어 하나만은 기똥차게 해요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 라는 현지 영어교육에 몰빵한
젊고 대담하고 씩씩한 부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니...

사실 목차를 훑어보고
너무나도 평범한 여행지와 짧은 일정에 깜짝 놀랐지만
이건 이것대로 깨달음의 깊이가 다르다.
둘째가 6살일 때 미국 8주 여행을 시작으로
중2 때 3박 4일 홍콩 여행으로 마무리하기까지
아이들의 성장과정이 독자의 눈에도 한눈에 그려진다.
오은영 박사님이 육아란 아이를 독립시키기 위해 교육하는 거랬나
아무튼 ‘독립‘이 육아의 최종도착지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그 말대로라면 이집 아이들도
참 대견하게 독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그만큼 키워낸 건 가족여행이 큰몫을 했을 터.

예를 들어, 브로드웨이에서 <라이온 킹>을 보았기 때문에
이집 아이들은 공연을 보며 여러 팬층과 어울리기 위해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혼자 밥을 사먹고,
택배 보내는 법과 은행 이용하는 법 등을 자발적으로 익혔다.
뮤지컬과 관련한 자료나 문학작품 등을 찾아보며
배경지식을 넓혀갔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찾아들었다.
조금 더 크고선 바람직한 공연 문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확립하고
뮤지컬 계통의 진로를 꿈꾸기도 하며 성장해나갔다.
그래, 이게 진짜 공부지! 그렇고말고!

사실 내가 우리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부도 이런 공부다.
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책에서 본 걸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체득시키고 싶다.
경험을 확장시켜 생각도 넓어졌으면 좋겠다.

평일에 짬을 내어 동물원에 갔을 때
그렇게 좋아하던 아빠사자도 보고
아빠가 보여주고 싶었던 호랑이도 보고
엄마가 좋아하는 얼룩말도 봤지만
아이가 기억하는 건 엄마아빠가 보여주고 싶던 것과는 달랐다.
아이는 사자를 볼 때 유리창에 붙어 있던 꿀벌을 이야기하고
얼룩말을 볼 때 진동하던 응가냄새에 열광했다.
그림책 말고 실물로 볼 수 있는 큰 동물들보다
발 아래를 지나가는 개미를 보느라
계속해서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였다.

엄마아빠가 의도한 것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지만
이 또한 아이의 성장에 0.1mm의 자양분이 되겠지.
평범하다고 생각한 3박 4일 여행기도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가족을 똘똘 뭉치게 해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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