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많은 시작 민음사 모던 클래식 37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줄리아 아줌마가, 메리 아니었어? 하고 말했다. 어머니가 쳐다보았다.그 애는 며칠만 갔다 오면 될 거라고 우겼잖아, 줄리아 아줌마가 말했다, 하지만 물론 우리는 다시 그 애를 못 봤지, 그 애는 완전히 행방을 감췄어. 너무 슬퍼, 불쌍한 애야, 하고 말하고 고개를 돌려 데이비드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래서 네 어머니가 나한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해서, 내가 후유 도로시야, 저 조그만 아이를 이제 네가 키워야 할 것 같아, 하고 말했지. 안 그래? 너는 너무 사랑스러운 아기였고, 어쨌든 우리는 분명 너를 돌려보낼 곳이 없었으니까, 그렇지?
데이비드는 도로 앉아서, 줄리아 아줌마를 보고, 어머니를 보고, 다시 줄리아 아줌마를 보며, 마루가 꺼질까 두렵다는 듯이 의자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어머니가 쟁반을 내려놓았다. 잔과 받침들이 서로 마구 부딪쳤다.
아 줄리아, 어머니가 말했다.
그 불쌍한 여자애는 네 이름도 안 지어 주고 갔어. 그래서 우린 데이비드로 골랐지, 그 배우 이름을 따서. 너 알지, 그 배우 이름이 뭐였지? 줄리아 아줌마가 말하고,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듯이 어머니를 향해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어머니는 양손을 올려 입을 가렸다.
아, 줄리아.
데이비드와 어머니는 곧 밖으로 나와 당초 계획보다 일찍 기차를 탔다.둘이 가려 하자 줄리아 아줌마는, 내가 뭐 잘못했어? 도로시, 내가 뭐 잘못 말했어? 하고 물었다. - P124

데이비드가 어머니에게 그 일에 대해 다시 묻는 것만이 둘 사이 유일한 대화가 된 지 몇 주가 지났다. 뭔가 더 있는 게 분명하다고, 묻곤 했다. 성이나, 태어난 날 같은 것이. 말 좀 해 줘요, 제발. 왜 전헤는 말 안 했어요? 하고 다시 묻곤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더 할 얘기가 없다고, 더 이상 숨기는 게 없다고 고집하며, 잘못했다는 건 알지만 제발 좀 그만둘 수 없냐고, 너무 힘들다고 말하곤 했다.그러면 데이비드는 늘 문을 쾅 닫고 나가곤 했다. - P1

어머니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데이비드, 난 한 번도 너한테 거짓말한 적이 없어. 뭄ㄹ어봤으면 사실을 말해 줬을 거야. 하지만 너는 언제나 그대로 행복해 보였단다. 그걸 망치는 건 잘못인 것 같았어. 너한테 거짓말하지 않았을 거야. 적어도 그건 믿지, 응? - P173

피부는 너무 부드러워서 차가운 북쪽 바람으로 윤을 낸 것 같아. - P191

진실은, 데이비드, 내가 널 선택했다는 거야. 난 너를 기르기로 선택했어. 난 때로 네가 그걸 잊고 있는 것 같구나. 아니면 애초에 이해를 못 했거나. 난 너를 병원으로 도로 데려가서 모두 털어놓을 수도 있었어. 아니면 줄리아가 대신 네 엄마가 되게 할 수도 있었지. 하지만 그때 너를 처음 안아 들자마자, 내 옆에 있는 수전이랑 벽난로 위에 있는 앨버트 사진이랑 같이, 넌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었고 나는 널 키우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단다. 난 처음 시작부터 네 곁에 있었어, 데이비드. 널 내 자궁에 넣고 키우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네 기저귀를 갈고 널 먹이고, 네가 걸음마를 할 때도, 말을 배울 때도 그리고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고 할 때도 나는 네 옆에 있었단다. 내 가슴에 안아 들던 때의 네 몸무게나, 네가 첫 걸음을 뗄 때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손을 잡아 주던 느낌이랑, 밤에 침대에 넣어 줄 때 네 살갗에서 나던 냄새를 지금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어. 네가 처음 한 말은 엄마였어, 데이비드, 나에게 해 준 말이었어. - P4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