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을 범행을 정당화하는 데소비하는 것은 학대 피해 생존자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학대 대물림‘은 범죄자의 변명에 확성기를 대 주는 낡은 프레임이다. 힘껏 새로운 삶을 꾸려 가는 피해자들을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예비 범죄자‘로 보게 하는 나쁜 언어다.

<삶을 선택한다는 것> - P162

어린이가 가고 난 자리를 정리할 때마다, 한 사람이 단 한 시간 동안 이만큼의 무질서를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나라면 어지르는 것만으로도 기진맥진해질 것 같은데 어쩌면 그렇게 쌩쌩할까. 아마도 밤에 달게 자겠지.

<양말 찾아 가세요> - P165

우리나라 출생률이 곤두박질친다고 뉴스에서는 다급히‘ 외치고 있다. 그런데 어린이를 환영하지 않는 곳에 어린이가 찾아올까? 쉬운 문제다.

<쉬운 문제> - P213

"학교에서는 왜 ‘통일의 좋은 점‘만 가르쳐 줘요?"
"왜? 은규는 통일에 반대하는 쪽이야?"
"찬성인지 반대인지 잘 모르겠어요. 통일하면 안 좋은 점은 안 가르쳐 주니까요."
"지금이 이미 분단 상태니까, 이걸 바꾸면 좋은 점을 설명하느라 그럴 거야."
"그렇지만 어른들 중에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런시위도 하고, 그러면 어린이한테 양쪽 입장을 다 가르쳐 쥐야 하는 것 아니에요? 학교는 공교육을 하는 덴데(은규 자신의 표현이다) ‘좋은 점‘만 가르쳐 주는 건 잘못된 것 같아요."
답을 궁리하느라 멈칫하는 사이에 이번에는 질문이라기보다 항변에 가까운 말이 이어졌다.
"만약에 통일이 된다면, 그때는 지금 어린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어 있을 텐데 그때 가서 문제가 발견되면 어떡해요?좋은 점만 알고 대비를 못 했다가 ‘아, 이건 아니다‘ 하고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잖아요. 그때 가서는 저희가 해결해야 될 텐데, 왜 어린이한테는 의견을 안 물어봐요?"

<어린이는 정치적인 존재>
- P231

이런 글을 쓰는 김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어린이날과관련해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볼 때 내가 반드시 이루고 싶은소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어린이 여러분, 가족과 함께즐거운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을 금지하는 것이다. 모든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어린이날을 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모든 어린이가 자기가 원한다고 해서 가족과께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뜻으로하는 축복의 말이겠지만, 어떤 어린이에게는 큰 상처를 줄수도 있는 말이다. 어른들은 그런 말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내가 바라는 어린이날>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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