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언젠가 그 만 두 살짜리 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 곁에 다가왔다.
왜 그러니?
내가 물어봐도 아이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니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아이 엄마가 그 모습을 보고 "어머, 손을 부딪쳤어? 아팠겠다. 아픈 거, 아픈 거 날아가라~" 하고, 아이가 어딘가에서 손을 부딪친 것을 단박에 알아차리지 뭔가. 어떻게 알았을까?
"어디에 부딪치거나 넘어지면 일부러 아픈 곳을 보여주려고 오거든."
호오, 그런 거구나. 그래서 그 아이는 내게 손바닥을 보여주며 알려준 것이다. "아팠구나? 가엾어라" 라고 위로를 받고 싶어서.
아동 학대 뉴스를 볼 때마다 나는 손바닥을 보여주러 온 아이를 떠올린다. "아팠겠다" 하고 소중하게 손을 비벼줘야 할어린아이인데, 비벼주기는커녕 학대의 대상이 된 것이다.
부모가 아프게 하는 아이는 도대체 누구에게 "아픈 거, 아픈 거 날아가라~" 라는 주문을 외워달라고 하지?
아픈 손을 혼자 비비는 어린아이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파온다.
- P196

또래 친구들 남녀 여섯 명이 노래방에 갔다. 다들 허물없는사이다.
"속박 노래방을 하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다고 밧줄로 묶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곡을 선택할 때 규칙을 하나 정하는 것이다.
첫 번째 속박 규칙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모르고 자기만 안다고 생각하는 노래였다. 히트곡은 다른 사람이 알 수 있으므로 좋아하는 가수의 알려지지 않은 노래를 부르면 성공할확률이 높아진다. 혹은 아주 옛날 노래를 부르거나, 누구 한 명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실격이다.

<아아, 실격......>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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