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를 주문하고 느닷없이 완성된 요리가 제 앞에 등장할 때까지, 숨겨진 공간에서 중간의 많은 과정이 마구 점프합니다. 홀에서 주문하는 일에 짜잔-언어가 실물이 되었습니다‘ 하는 마술같은 매력이 있다면, 바에서 주문하는 일에는 ‘아 저기에서 저걸 저렇게 하는군‘ 하는 해설서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 P24

기차에서 내려선착장으로 가기 전에 "뭐라도 좀 먹자"라고 말해보았습니다. 그말을 참 좋아합니다. 기차에서 내려 기차가 다시 떠나기 전에 가방을 고쳐 메면서 뭔가 먹어야겠다고 말하는 장면요.  - P36

로스가스에서 고기 끄트머리 비계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지방의 영역이 너무 크거나 작지 않고, 녹듯 과하게 튀겨지지 않은 상태가 좋습니다. 그래서 로스가 나오면 젓가락으로들어서 옆면을 잠깐 봅니다. 미식가처럼 살펴보고 둘러보고 수첩에 적고 하진 않지만 그래도 꼭 한번 봅니다. 옆면의 상태가 좋아 보이는 돈가스는 늘 괜찮았습니다. 사실 이게 맞는 이론인지확인해보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의식입니다. "저는 늘 등심의 옆면 지방을 유심히 봅니다"라고 했을 때 전문 요리 비평가가 "그건 맛과 아무 상관 없어요"라고 해도 저 역시 그의 말이 아무 상관 없죠. 작은 풍습 내지는 축제 혹은 미신 같습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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