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비로소 그 빈터를 바라보며 그 사랑이 얼마나 깊 었 는 지 를 압니다. <때늦은 깨달음>-19쪽
일본에 [샐러드 기념일]이라는 시집이 있습니다. 한때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일본 옛 시조 형식의 시집입니다. '샐러드 기념일'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처음으로 샐러드를 먹었든 그날을 기념한다는 뜻입니다. 그 시집을 읽으며, 나는 그때, 그랬습니다. 이것이 사랑이구나 싶었습니다. <황사영 반지꽃과 샐러드 기념일>-81쪽
그때 그 셋집에서 내가 글을 쓰던 방이 옆집의 부엌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아마 그집 부엌의 벽과 내가 쓰던 방 창문 사이의 거리는 1미터쯤 되었을까요. 그래서 내 장편소설 [부초]의 초고, 연필로 쓴 노트에는 기름이 튀어 있는 페이지가 꽤 많습니다. 옆집에서 무슨 튀김이라도 하면서 환풍기를 틀어대면, 그것이 그냥 내 방으로 튀어 날아오고 그것이 내 원고 위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우스와 홈>-179쪽
어쩌다 잠시 열차에서 내려 역 앞 광장을 건너 시장을 찾아가면, 어디서나 꽃 파는 가게를 만날 수 있었습. 서울 거리의 신문 가판대만한 가게에 앉아 몇 가지 과일과 함께 조악한 상품을 팔고 있는 상점들 사이에 그렇게 꽃가게는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그것만은 황홀했습니다. 이 가난 속에서도 꽃을 팔다니. 사는 사람이 있을 때만이 상품은 시장에 놓입니다. 궁핍이 한눈에 느껴지는 생활 속에서도 꽃을 사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시베리아 대륙의 사람들이 어찌 황홀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내 가슴 속의 시베리아>-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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