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하 한국문학대표작선집 14
채만식 지음 / 문학사상사 / 199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등학교 때 한국문학을 알아야 수능에 도움이 된다 해서 어기적어기적 읽었던 책.

이제 종잇장도 누렇게 바스락거릴 정도가 된 후 다시 읽어보니, 강산 변한 10년 세월만큼 내 감성도 변했구나. 어떻게 이리도 문장 하나하나가 입에 짜악짝 붙을 수 있을까. 학교에서 밑줄 그어가며 단어 뜻 외워가며 읽던 그맛과는 100% 다르다.

게다가, 요즘 연애기분에 흠벅 젖어서인지, 읽는 구절구절마다 내 딴엔 러브러브 모드다. 윤직원 영감과 춘심이의 사랑까지 부럽기만 한 걸 보면 내가 단단히 홀려도 홀린 모양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영감과 춘심의 동침 장면까지 가지 않은 채 소설이 끝나는 건 퍽이나 다행이다. 할아버지와 손녀애기의 정사는, 그게 사랑이라 해도 징그러울 텐데, 하물며 반지 하나 사주고 하는 정사라니! 요즘 말로 엔조이 아닌가. 할아버지부터 아들 손주 며느리 할 것 없이 모두모두 후레자식이니 그 정도야 세발에 피라지만, 어쨌거나 만 하루만에 소설이 마무리되는 건 두고두고 잘한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