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결투 - 일본 현대문학 대표작가 에센스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노재명 옮김 / 하늘연못 / 2005년 7월
절판


작자가 피로할 때는 작품 묘사 역시 사람을 꾸중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화를 심하게 내기도 합니다. 이는 신랄한 묘사로 이어집니다. <여자의 결투>-23쪽

배를 타고 고향을 떠나는 이주민들에게 목적지인 타향이 갑자기 두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알지도 못하는 타향에 가기보다는 고향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여자의 결투>-47쪽

"존경한다면 안심하고 어리광을 부릴 수 있다" <여자의 결투>-69쪽

19세기 파리의 문인들 사이에는 우둔한 작가들을 일컬어서 '날씨거사'라고 부르며 경멸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 가엾고도 어리석은 작가는 살롱에서 쓸 만한 말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날씨에 관한 몇 마디 말만을 나눌 뿐이라는 의미에서 이런 명칭이 생겼을 것이다. <걸식 학생>-73쪽

"바이런은 수영을 하고 있을 때에는 자신이 절름발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좋았다고 하죠. 그래서 그는 물 속에 있는 순간을 좋아했던 거지요. 정말로 물 속에서는 신발은 필요하지 않죠. 윗도리도 불필요해. 빈부귀천의 구분이 없는 것이죠." <걸식 학생>-85쪽

"천 개의 지식보다도 하나의 행동!" <걸식 학생>-98쪽

아아!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전부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건 작가의 패배를 의미한다. 아름다운 감정으로 작가들은 나쁜 문학을 만든다. 나는 세 번 이 말을 반복한다. 그리고 납득한다. <광대의 절규>-224쪽

강이라는 것은 바다로 흘러들기 직전에 기묘하게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역류라도 하려는 듯이 물의 흐름이 둔해진다. 나는 강물의 느린 흐름을 바라보며 방심했다. 다른 비유를 들어 말한다면 내 청춘도 강에서 바다로 흘러들기 직전이었다. <쓰가루>-241쪽

"전쟁터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은 무엇이던가?"
"아아 그건 배급 맥주를 컵에 따라 한잔 들이킬 때입니다. 조금씩 들이키다가 도중에 컵을 입술에서 떼어내 잠시 여유를 취하려고 했습니다만, 아무리 해도 컵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방법을 써도 컵을 입술에서 떼어낼 수 없었습니다." <쓰가루>-260쪽

"언니와 동생, 자매가 있었다지."
나는 문득 옛날 이야기가 생각났다. 언니와 동생이 어머니로부터 같은 분량의 솔방울을 받았다고 한다. 그걸로 밥을 지으라는 어머니의 명령이 주어졌다. 신중한 성격의 동생은 솔방울을 하나씩 아궁이에 집어넣으면서 불을 피웠다. 결국 동생은 된장국은커녕 밥도 지을 수가 없었다. 언니는 과감한 성격이었다. 어머니가 준 솔방울을 아궁이에 한번에 넣고 불을 지피자 쉽게 밥을 지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솔방울은 숯불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 불로 된장국까지 만들 수가 있었다. <쓰가루>-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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