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상을 훔치다 - 우리시대 프로메테우스 18인의 행복한 책 이야기
반칠환 지음, 홍승진 사진 / 평단(평단문화사) / 2006년 9월
품절


서울에서 부산까지 연료비 하나도 안 드는 기차를 구상한 적이 있다. 그 열차의 머리는 서울역에 있고, 꼬리는 부산역에 닿는 긴 기차를 만들어놓는 것이다. 당신이 서울에서 부산에 가고 싶다면, 서울에 난 앞문으로 올라서 부산으로 난 뒷문으로 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는데 모든 곳에 닿아 있는 그 기차처럼, 독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도 천하를 여행하게 해준다. <장영희의 서재를 방문한 반칠환>-17쪽

"독서는 밥과 똑같아요. 어제 먹은 좋은 밥 한 그릇이 평생을 보장 못합니다. 다시 또 맛있는 밥을 먹어야 합니다. 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때가 되면 읽어줘야 합니다..." <고도원>-32쪽

"내게 아주 훌륭한 스승이 있었다면 책을 안 읽어도 되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내겐 그런 스승이 없으니 책을 읽어야 했어요..." <김점선>-71쪽

"...책은 악서와 양서가 없어요. 읽는 사람이 양인이 있고 악인이 있을 뿐이지." <이어령> -84쪽

"제가 여름철 즐겨하는 피서법이 캔 맥주 하나, 접이의자 하나 들고 나무 그늘에 들어가서 책을 읽는 겁니다. 출출하면 콩국수도 한 그릇 말아 먹고요." <장석주>-99쪽

"쌀밥에 콩 몇 개 들어가도 콩밥이라 부르죠? 악한 일은 이야깃거리가 되기 때문에 더 눈에 띕니다..." <한비야>-111쪽

"옛 사람이 자기 책을 누구에게 줄 때 '간장 항아리 덮개'로나 쓸모가 있을 거라고 말한 게 생각이 납니다. 겸양의 말이죠. 저는 제 책이 '라면 냄비 받침'으로 유용하다고 말하기도 하지요. '장롱 받침'은 좀 곤란해요. 아주 안 보겠다는 거지요." <홍승우>-120쪽

"놓쳐서는 안 될 결정적인 시기가 있습니다. 가령 아이들은 태어나서 6개월까지 안대로 눈을 가리면 영원히 시력을 잃습니다. 언어도 36개월까지 안 가르치면 습득이 불가능합니다...." <최희수>-148쪽

서가 한가운데에 '쌍안재서 두재침'이라는 붓글씨가 보였다. 직역하면 '두 눈은 책에, 머리는 목침에' 정도가 될 터인데 한가롭게 목침을 베고 독서를 즐기는 옛사람의 모습을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 문득 저 구절을 연암 박지원이 보았더라면 무어라 했을까 궁금하다. 그는 <연암짐>에서 책을 읽는 선비의 자세에 대하여 이르기를 '책을 대하며 하품을 해서도 안 되고, 기지개를 켜서도 안 되고, 침을 발라서도 안 되고...... 책을 베고 누워도 안 된다' 하였으니 말이다. <김난주의 서재를 방문한 반칠환>-154쪽

어렵과 낯선 단어는 그것과의 접촉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지 회피하는 게 능사가 아닌 것이다. '어린이의 눈높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혹 '어른의 선입견'은 아닌지 숙고할 만한 일이라 생각된다. <김난주의 서재를 방문한 반칠환>-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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