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씨, 말투, 말매무새 -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말할까
한성우 지음 / 원더박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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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지표는 여러 가지다.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어떤 옷차림을 하고 있는지, 어떤 태도와 표정을 하는지 등.

그중 단연 중요하다고 생각하건 '말'이다.

입을 열어 '말'을 시작하면서 매력이 발산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그 구림에 도망가고 싶은 이도 있으니까.


자라면서 쓰는 말(말씨, 방언)과 연령과 집단에 따른 말투,

관계와 상황에 따라 말을 엮는 '말짜임'을 가지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들려주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대하는 태도와 진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뚫린 입으로 거칠게 쏟아져 나오는" 천박한 말과

"흘려듣거나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은 "말이 아니다"라며

말매무새를 중요시한다.


말매무새를 가다듬어

변화하는 언어를 관대하게 바라보고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며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들으라는 말씀.

그래, 시대가 달라지며 단어가 변하고 발음이 변하는 게 맞지 하며 열심히 동의하다

과도한 높임법과 준말에 이르러서는 내가 꼰대인가 하는 고민을 잠깐 해 보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깐.

나는 지적질 대신 파란 펜을 들어주니까.

(빨간펜으로 체크하면 속상할까 봐 파란 펜 사용 중, 나는야 파란펜 선생님)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우리_ 말.

남의 나라말을 잘 쓸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우리말을 잘 쓰도록 생각해 보자.

말이 아무리 변화한대도 기준은 알아야 하고,

옷 태(핏)를 가다듬는 것 이상으로 말매무새도 가다듬는 날들이 되길

한글날을 맞이하며 바라본다.

2022년 9월 전 국민이 ‘바이든‘과 ‘날리면‘을 구별하라는 듣기 시험을 보아야 했던 날 결심했다. - P4

이 책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말할까?‘에 대한 답을 ‘말씨, 말투, 말짜임‘에서 찾아 바람직한 ‘말매무새‘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썼다. - P4

정말 다른 것은 다르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다고 여겼던, 혹은 같아야 한다고 우기는 대상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다름을 말한다. 각 지역의 말이 대부분 같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언급하는 것이다. - P25

세종대왕은 함경도_말을 썼는가? 문헌상의 직접적인 기록이 없으니 여러 정황과 간접적이 증거를 토대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세종은 한양에서 나고 ㅈㅏ랐으니 뿌리는 함경도 말씨이되 주변의 말씨가 뒤섞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용비어천가」를 비롯한 한글 창제 직후으ㅣ 문헌은 함경도 말씨의 특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오늘날 중부 지역의 말에는 없는 성조가 있는 게 그렇다. 문헌에 반영된 성조는 오늘날의 함경도 성조와 매우 흡사하다. - P35

높임법체계는 이미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화 및 합리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과거에는 ‘해라-하게-하오-하십시오‘와 같은 네 개의 체계를 썼었는데 요즘에는 ‘해요-해‘ 두 개의 체계를 쓴다. 그저 높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기만 하면 되니 전혀 복잡한 체계가 아니다. 격식을 차려야 할 자리나 문어체에서는 ‘하십시오‘를 쓰기도 하는데 이는 상황 판단만 정확하게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 P164

어법에 맞고 틀리느냐가 아니라 이러한 표현이 사용되는 맥락에서 그런 표현이 필요하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러한 표현이 새로운 말투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문제라면, 그리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면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겠지만 말씨나 말투는 소수의 ‘지적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영리한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사물 존대를 비롯한 높임법과 관련된 말매무새 또한 영리한 선택에 합리적인 선택까지 더해지길 바랄 수밖에_없다. - P172

그러나 이러한 호칭 인플레이션 또한 프로들의 세계에서 서로를 높이는 행위로 보면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본래 사장이 아니어도, 번듯한 규모의 업체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도 사장님이라 불리는 것을 굳이 싫어할 이는_없다. 호칭은 부르는 사람보다는 불리는 사람을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을 ㅎㅏ더라도 자신을 여사님이라 부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_없다. 이 모두가 자신을 대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이나 그렇다. - P212

토론이든 말싸움이든 상대가 반드시 정재기 마련이니 결국 ‘나‘와 ‘너의 다툼이 나타날 수밖에_없다. 그러나 ‘나‘와 ‘너‘는 ‘우리로 귀결된다. 상호간의 싸움으로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우리‘는 영원히 성립될 수 없다. 이는 결국 ‘우리‘를 위해 서로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함을 말해준다. 정치에서의 말매무새 또한 개별적인 방법보다는 ‘우리‘를 위한 궁극적인 포용의 자세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길을 제시할 수밖에_없다. - P255

이 책은 ‘바른 말, 고운 말’에 대한 모든_것을 알려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애초의 목표가 이것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상황에 맞는 바른_말과 고운_말을 제시하는_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이 답은 저마다 주어지는 무수한 상황에서 말의 씨줄과 날줄을 잘 짜서 말매무새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 답은 권력을 가진 이나 말을 조금 더 안다고 우기는 국어 선생이 제시할 수 있는_것은 아니다. 말의 주인이 하는 이 땅의 모든 말에 답이 있다. 날마다 먹고 마시며 숨 쉬는 삶에서 뱉고 씹지 않고, 하고 듣는 말에_있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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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보이지 않는 - 2024 뉴베리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데이브 에거스 지음, 숀 해리스 그림,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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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름고래입니다.

오늘은 2024년 뉴베리아너상 수상작인 <눈과 보이지 않는>을 소개합니다.


숲속에서 멋지게 달려가는 개가 그려진 표지는

이 책의 제목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게 하죠.

힌트를 드리자면 이 책의 원제목은 <The Eyes and Impossible>라는 거예요.


나는 요하네스라는 이름을 가진 개다. 내 집인 공원에서 너희를 본 적이 있다. 너희가 바닷가에 있는, 바람 부는 드넓은 초록빛 공원에 온 적이 있다면 난 너희를 보았을 것이다. 난 여기 온 모두를 보았다. 산책하는 인간들,달리는 인간들,자전거 타는 인간들,말 타는 인간들, 들소를 구경하는 인간들,소풍을 온 인간들,망토 입고 활 쏘는 인간들들 보았다. 너희가 이곳에 온 적이 있다면, 너희는 내 집에 온_적이 있는_거다. 내가 눈으로 활약하는 이곳에.

11-12쪽


요하네스는_ 공원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개'입니다.

엄마 개는 '인간의 집에서 살고 인식표를 달고 있는', '매일 인간이 주는 밥을 먹고', '귀여움을 받는' 개죠.

하지만 새끼를 낳을 때는 공원의 나무 구멍에서 낳았습니다.

나머지 새끼를 버려두고 집에 데려간 새끼는 한 마리,

나머지 요하네스의 다른 형제자매들은 차례차례 사람의 손을 받아들이고 사람들과 함께_떠났죠.


난 억울하지 않다.

난 혜성이니까.

13쪽


요하네스는_공원에서 살고 있는 '균형의 수호자' 들소 세 마리를 위한 '눈The Eyes'가 됩니다.

들소들은 우리에 갇혀 있기 때문에 공원에서_일어나는 일을 속속들이 알려면 '눈'이 필요하죠.

빠르게 달리며 자유로운 요하네스야말로 적격입니다.


요하네스는_ '눈'으로서 '도우미 눈Assistant eyes'의 임무를 맡은 여러 동물들과 함께

공원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관찰합니다.

공원에 오고 가는 인간들, 벌어지는 사건들, 동물들, 그 모든 일들을

밤마다 들소들에게 보고하죠.


요하네스는_공원 안에 새로 생긴 건물과 사각형을 관찰하러 갔다가

거기에 완전히 사로잡히고 맙니다.


사각형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았다. 그 속에 담긴 소용돌이, 그 안에 담긴 비논리 때문에. 어째서 폭풍우 속에 아이가_있을까? 왜 대낮의 하늘에 별들이 있을까? 그러다가 그림 속 나무들이 금빛이라는걸, 해님이 통째로 삼킨 것처럼 금빛에 물들어 있다는 걸 알았다. 왜일까? 현실은 이렇지 않은데 왜 그림 속 나무들을 속속들이 금빛으로 칠했을까?…… 왜 이렇게 그렸을까? 왜, 왜, 왜?

50쪽


새로 생긴 미술관에 걸린 그림들은 요하네스를 매료시키고

언제나 바람보다 빠르게 달리던 그의 발을 묶어놓습니다.


그러다가 공원에 들어온 '염소떼'와 염소 헬렌을 보고 충격에 빠지죠. 처음 본 동물이니까요.

더 큰 충격은 그들이 살고_있는 공원이 겨우 섬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바다를 건너면 '메인랜드'가 있고 더 큰 세상이 펼쳐졌다는 걸 알게 된 거였죠.


들소들을 우리에서 풀어 자유롭게_하려던 요하네스의 계획은

이제 작은 섬인 공원을 벗어나 메인랜드에서 들소들을 자유롭게 하려던 계획으로 커집니다.

커다란 들소 세 마리를 우리에서 꺼내 배에 태우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을 하려는 거죠.

그들이 평원에서, 바닷가에서, 숲속에서 자유롭게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뿌듯해합니다.

그것을 '자신이 지구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작전 직전 마지막 날 밤,

요하네스는_자신이 개와 코요테의 혼혈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사람들이 찾고 있던 코요테는 자기라는 걸 깨닫게 되지요.



요하네스는 거대한 들소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요?

들소를 우리에서 나오게 한 요하네스는 함께 갔을까요, 안 갔을까요?


세상을 마음껏 달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코요테 개라고 할 수 있을까?

세상을 자기 눈으로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웅은 앞으로 나아간다.

산다는 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287쪽, 마지막 문장


인간과 함께 살기를 거부하고 ㅈㅏ유롭게 살기를 선택한 개, 요하네스의 이야기입니다.

초등 고학년 이상 친구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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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지리학 - 기후붕괴를 수출하는 부유한 국가들의 실체
로리 파슨스 지음, 추선영 옮김 / 오월의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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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를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결과로 보는 분석들은 다양하다.

사고팔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사고 판다는 관점에서

쓰레기도 사고팔고, 탄소_배출량도 외주 주며 비용을 절감하는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들의 ㅅㅏ업을 비판한다.

편하게 잘 읽히는 편은 아닌데

글로벌_경제와 환경이라는 주제에 대한 의견은 중요한 지점.


이전 제국주의, 식민주의 시대에

식민지에서의 자원 착취(이 책에서는 '추출')-->지배국으로 이동-->이윤창출이라는

산업 구조가 여전히 같은_모습으로 되풀이된다고 주장하여

책의 원제목도 'Carbon Colonalism), 탄소_식민주의'.


기후 문제를 해결을 위한 탄소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선진국은 탄소배출량이 높은 산업을 저개발국가로 이전하고

저개발국가는 산업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탄소배출량 높은 산업을 유치, 양성하는데

저개발국의 환경규제라는 건 매우 미약한데다 기준을 높일 수도 없어서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고

덕분에 선진국의 탄소배출량은 줄었지만 지구적 탄소배출량은 증가하기만 한다고

캄보디아의 벽돌 공장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이 벽돌에 친환경을 붙이는 그린 워싱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그래서 해법은 개인의 착한 소비 활동보다 구조적으로 해결하자는 이야기.

각각의 국가에서 생산하는 탄소배출량이 아니라

벽돌 한 장, 옷 한 벌을 만드는데 필요한 탄소배출량을,

어디서 만들어지든, 어떤 유통단계를 거치든 모두 계산해서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같은 태풍이 불어도 싱가포르에 사는 주민은 그냥 며칠 집에 있어야 하는 큰 비,

동티모르 주민들에겐 생명의 위협이라는,

같은 자연현상에 다른 결과를 기억하자고.

재해 위험의 지리학에서는 돈이 빠질 수 없다. 아이티,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같은 국가들은 산사태, 홍수, 폭염에 직면해 있고 이런_위험들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_것이다. 수백만 명의 민중에게 이것은 농사의 중단과 식량의 부족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의미를 반드시 이런_결과에서 찾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의 원인은 부의 창출에 관련된 환경 비용을 부를 축적하는 곳과 동떨어진 타지에서 지불하는 체계에 있다. 그 체계를 이 책에서는 탄소식민주의라고 부른다. 탄소식민주의는 천연자원을 계속해서 추출하고 수출한 뒤, 해당 자원의 소유자들로부터 동떨어진 곳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유구한 체계(식민주의)의 가장 최근 버전이다. - P21

기업의 입장 내지는 사실상 정치적인 입장에서 볼 때,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 이아니라 오직 지속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만 하는_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수십 년간 이뤄져온 기업의 ‘그린워싱‘에서 충분히 입증된 현상이다. - P36

파내거나, 베어내거나, 한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재료가 없으면 성장의 수레바퀴는 완전히 멈출_것이다. 모든 글로벌_인프라와 모든 사회는 글로벌 동력 기관에 공급할 연로를 찾아내라는 명령을 중심으로 구조화된다. ……환경저하는 이런 체계의 부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원료를 분리하고 빨아들인 뒤 폐기물을 수출하고 반환하는 기계의 동력기관이다. - P76

주요 국가들의 탄소_배출량은 감소하거나 안정세에 접어드는 반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나타나는 탄소_배출량의 끊임없는 증가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간단히 말해, 더 부유한 국가들이 글로벌 산업에서 자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축소하는 가운데, (경제적) 이익은 더 적고 ㅎ환경에는 더 많은 피해를 입히는 공정을 글로벌 남반구로 ‘외주화‘하면서, 이런 공정에 관련된_배출량, 즉 최소한 언론의 표제를 장식하는 수치가 함께 이전되는_것이다. - P127

최근 몇 년 동안 탄소_배출량을 산정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요구가 제기되어왔다. 이것은 곧 국경 안에서 발생한 배출량만을 계산하는 생산 기반의 측정에서 수입된 재화에 관련된 배출량까지 포함해 산정하는 소비 기반의 측정으로 이행하자는 요구이다. 이 이행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런 전환이 ‘탄소 정책의 허점‘을 막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탄소_정책은 부유한 국가들이 자신과 관련된 총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배출량 감축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용인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 P145

예이 맘에게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 걸인이 되는 것 이외의 모든 선택지를 앗아가버린 농촌의 변화는 기후_변화로 인해 느닷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기후_변화가 촉매로 작용해 심화된_것이다. 환경적 압력은 기계화를 앞당겼고, 의류 부분과 다른 산업으로의 전환을 재촉했으며,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생계 수단을 계속해서 압박하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대부분 사람들에게 기후변화가 갖는 의미이다.
……
기후 변화는 점점 더 커지는 압력, 점점 더 강해지는 압박 요인, 협상력 감소, 노동조건 악화로 경험된다.……가뭄, 홍수는 농업의 자기적인 전환에 기여했고, 고군분투하는 소규모 자영 농민들을 빈곤, 부채, 그리고 마침내 착취적인 노동으로 내모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 P175

기후변화는 더 많은 자연재해를 유바ㄹ하는 요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재해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해는 폭풍, 홍수 또는 가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_아니다. 재해는 이런_위험 요소가 취약성 및 경제적 불평등을 만났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주민들과 동티모르의 주민들에게 허리케인은 전혀 다른_의미를 가질 것이다.
……
그러므로 자연재해는 경제적 재해, 즉 수 세기에 걸쳐 이뤄진 불평등한 무역과 오늘날의 상업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의 구체적인 결과이다. 분명한 사실은, 심지어 변화하는 기후라는 불확실성을 겪으면서도 재해의 발생을 용인하는 선택이 지금껏 우리 사회가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선택이라는 것이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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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지평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3
제임스 힐튼 지음, 이경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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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으로

프롤로그로 결과를 알려주고 1~11장에서는 이야기를 풀어가며, 에필로그는 후일담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바스쿨에 영국 영사로 있던 콘웨이가

토착민의 폭동으로 백인들을 피신시키는 임무를 맡아 수행했고,

자신과 세 명의 ㅅㅏ람이 탄 비행기가 납치되어 사라졌다가

혼자만 기억을 잃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프롤로그에서 전부 알 수 있다.


2.

콘웨이는 학창 시절 '글로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잘난 남자인데

자기 말로는 열심히 안 한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능력자다.

조종사를 기절시키고, 콘웨이를 포함한 네 명의 승객이 탄 비행기를 도둑질해서

높고 높은 산을 넘어 날아간 이는

그들을 '샹그리라'로 인도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비밀 임무에 목숨을 걸었다...)

'푸른 달'이라는 뜻의 카라칼에 둘러싸인 '샹그리라'에 갑자기 머물게 된 백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떠날 일을 계획하지만

콘웨이만은 그곳에서 평화를 찾고, 인정받아(뭘 했다고?)

'샹그리라'의 다음 대 '승정', 그러니까 사제왕의 자리를 얻는다.

그와 반대되는 입장에는 20대의 열혈청년 맬린슨이 있다.

맬린슨은 37살의 콘웨이를 존경하지만, 그가 샹그리라에 매료되는 이유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나이를 가늠하지 못할 젊음으로 오래오래 산다지만 증명된 바 없고

"반쯤 죽어가는 상태까지 산다"는 건 소름 끼치니

"기왕에 산다면 짧고 즐거운 인생을 살겠다고 하는 인물이다.

그걸 두 달도 안 되는 시간에 꽃피운 로맨스로 증명한다.


3.

평화와 조화, 중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샹그리라는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콘웨이가 그렇고 맬린슨을 제외한 나머지 백인 두 명도 머물기로 결정.

그 둘은 '황금'이나 '종교'라는 다른 이유 때문이지 샹그리라의 비밀 때문은 아니지만.

물론 나간다고 하면 그냥 가게 내버려두는데,

험준한 산맥을 넘어 곱게 나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함정.

계획적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 나가면 죽는 땅에 나가도록 내버려두며

자기들은 미래의 전쟁과 멸망을 예지하고 인류 문화를 지킨다는,

비약과 비술로 몇 백 년씩 살아가는, 그곳은 진짜 이상향인가 생각하게 한다.

콘웨이라는 인물에 대해 차곡차곡 쌓인 공감으로 그에게 설득되려다가

맬린슨의 시각에 동의하게 되다가 콘웨이처럼 나도 역시 오락가락한다.


4.

책이 출판된 1933년, 이야기 속 시간은 1931년~1932년.

유럽인들이 끝없는 발전에 대해 으ㅣ문을 가지고 전쟁의 두려움을 실감하게 되었던

1차 세계대전 이후, 대공황의 시기다.

우월하다 여겼던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와 대체를 찾으려는 '콘웨이 입장'과

여전히 유럽적 사고방식에 빠져있던 '맬린슨 입장'이 부딪히며

콘웨이의 결단이 이루어진다.


5.

'샹그리라'는 전쟁을 피해 도망갔다는 무릉도원과 비슷하고

작품 해설에서 말하는 '한국판 정감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인간은 멸망하도록 두고

평화롭고 선택된 땅에서, 선택받은 사람, 선택된 문화만 보존한다는 점에선

오히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떠오른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애니말고 만화, 5권짜리) 후반부에 가면

언젠가 꽃피워야 할, 인간의 모든 문화유산을 모아놓은 곳이 나오는데

샹그리라는 무릉도원보다는 나우시카쪽의 저장고가 더 비슷하게 느껴진다.

(물론 나우시카도 거기 머물지 않고 떠난다)


6.

책의 제목은 <잃어버린 지평선>이다.

'지평선'은 '미래와 가능성', '두 세계의 경계', '고립과 한계 너머',

'내면과 외면의 연결', 그리고 '자연의 ㅇㅏ름다움과 조화'를 상징한다는데

이 책의 '지평선'은 무슨 의미였을까?

최소한

현재의 한계 너머 다른 세계로의 (물리적, 또는 인식의) 확장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의미를 가져다 붙이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 완벽히 잃어버린 땅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지만.

기억을 찾은 콘웨이는 다시 '샹그릴라'를 찾아 떠났다.

그는_그곳에 다시 도달했을까?


7.

두 세계의 경계에서 유랑하는 콘웨이도 결국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간이다.

돌아오지 못했다면 '영웅'이 될 수 없는.

모든 영웅의 모험은 떠남으로 시작되고 돌아감으로 완성된다.

'푸른 달'은 두 번 뜨지 않고, 영웅은 같은 모험을 되풀이할 수 없다.



TMI :

1. 액자식 구상임에도 미스터리로 분류되어 해문출판사에서 출판된 적 있음.

2. 샹그리라의 뜻이 책에 안 나와서 찾아보니 티베트 말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이것은 티베트어 단어에서 직접적으로 유래한 게 아니라고 ChatGPT가 알려줌.

사실 확인을 위해서 구글 번역기를 이용했더니 는 '마을에서'라는 뜻이다.

그러니 '샹그리라'는 그냥 이상향, 조화롭고 평화로운 어딘가 있을 도피처 정도로 이해하도록 하자. (그래도 '마음속의 해와 달'은 맘에 드는데...)

3. 콘웨이가 '샹그리아'를 떠난 이유에 대해 역자는 작품 해설에서 '책임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콘웨이의 자기변명 아니었을까?

일순간 그의 폐 속에 남아 있던 숨을 깡그리 앗아가버렸다. 먼 아득한 곳, 시계의 끄트머리에 빙하로 장식이 된, 눈 덮인 산맥들이 연면히 가로놓여 있었으며, 광대한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것과도 같았다.
……
콘웨이는 그렇게 쉽게 감동을 받는 사나이가 아니었으며,…… 그러나 지금 창 너머로 보이는 그 놀라운 광경은 전혀 성질이 달랐다. 찬사를 받고 싶어 하는 그런 모습은 추호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기이한 빙벽들에는 어딘가 원시적인 괴이한 느낌이_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불손한 행위처럼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 P53

그는_최고를 이상으로 하는 서구의 ㅅㅏ고방식에 자주 비속함을 느끼고 있었으며, 또한 "최고의 것에 최고의 지위를"이라는 것을 "높은 것에 많은 것을"이라는 것보다 합리적이 아니며, 더욱더 진부한 명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상 그는 과도한 노력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위업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 P59

샹그리라, 그는_그렇게 부르고 있었어. 라라는 말은 티베트 말로 고개라는 뜻이지. - P73

‘우리는 여기 있기 때문에 여기 있다.‘ 만일 이유를 찾는다면 그런 걸세. - P87

우리에게는 하나의 꿈, 하나의 환상이_있소. 그것은 페로 노인이 1789년 이방에서 맞은 임종 때 처음 본 환상이오. 그때 그는_좀점에 내가 말했든 자신의 긴 생애를 돌이켜보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것은 모두가 덧없이 멸망하기 쉬운 것으로 생각되어, 또 전쟁이나 욕망과 잔학 행위가 언젠가는 그것을 분쇄하여 끝에 가서는 아름다운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소.
……
우리는 이곳에서 독서와 음악과 명상과 더불어 지내며 멸망해가는 시대의 덧없이 우아한 것을 보존하고 그 저속한 정열이 타버린 뒤 인류가 필요해 마지않는 예지를 찾아 구할 것이오. 우리는 소중히 보존하고 후세에 양도해야 될 유산이 있소. 그때가 다가올 때까지 허용되는 데까지 즐거움을 누려보ㅈㅣ 않겠소? - P196

그에게는 앞으로 자기가 감당해야 될 이중생활에 잘 적응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차분한 기분이 필요했다. 앞으로는 추방된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인부의 도착과 인도로의 귀환에 관심있는 세계에 살고, 다른 시간은 지평선의 커튼처럼 열려진 세계, 시간이 확장되고 공간이 응축되며, "푸른 달"이란 이름이 "미래에는 푸른 달이 한 번밖에 찾아오지 않아요."하고 다정하게 타이르는 것 같은, 그와 같은 상징적인 뜻을 가져오는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간혼 그는_과연 어느 쪽 생이 더 진실할까 하고 으ㅣ심도 하였으나 그것은 긴박한 문제는 아니었다. - P204

날이 갈수록 그는_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는 아픈 것 같은 충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페로나 헨셀이나 그 밖으ㅣ 사람들처럼 그 역시 마력에 끌려 들어갔다. "푸른 달"이 그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산들은 접근하기 힘든 청순함으로 만들어진 장벽 너머에서 빛나고, 그는 눈이 부셔 눈길을 계속의 짙은 녹색 위로 옮겼다. 모든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연못을 스쳐 흘러나오는 하프시코드의 은방울_같은 단조로운 곡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풍경과 음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는_그 사랑스러운 만주 아가씨를 마음속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_있었다. - P219

훌륭한 말씀이군요. 즉 도저히 출 못할 것_같은 사람에게만 그 기회를 준다는 말씀이군요. - P228

그로부터의 앞날에 관해서는 나의 시계가 흐려 있지만 아득히 먼 저편 폐허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잃어버린 전설의 보물을 찾아서 보기 흉하지만 희망에 불타 꿈틀거리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볼 수가 있소. 그리고_내 아들이여, 그 보물들은 모두 이곳에 있소. 산맥 깊숙이 마치 기적에 의해 보호되는 것같이 이 ‘푸른 달‘의 계속에 있어요.… 새로운 르네상스를 위하여……. - P244

그는_두 개의 세계를 방황하는 방랑객이었고, 영원히 유랑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세상의 수백만 사람들과 같이 그도 또한 예지에서 벗어나 영웅이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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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조원희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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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름고래입니다.

오늘은 제목도 표지 그림도 강렬한 그림책 <미움>입니다.


뜬금없이, 어느 날, 다짜고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이유가 있어도 미움받는 건 괴로운데

이유도 없이 미움을 받으니 얼마나 힘들까요.

주인공 아이는 결심합니다.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밥을 먹으면서도 숙제를 하고 신나게 놀면서도 미워하고 잠자면서도 꿈을 꾸면서도,

매 순간 미워합니다.



목에 걸린 가시 같은 미움, 두통 같은 미움, 두드러기 같은_미움은

점점 더 자라서 더 커지고 힘도 세져서

아이를 칭칭 옭아매고 잡아먹지.

그러다가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차"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이상해.

싫은 사람을 자꾸 떠올리면서 괴로워해.



미움은 족쇄가 되어 아이를 힘들게 합니다.


너는 지금도 나를 미워하고 있을까?



아이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여전히 미움에 온 마음을 내주었을까요? 아니면 미움에서 자유로워졌을까요?


'나를 미워하는 이를 미워하는 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것이 얼마나 나를 아프게 하는지가 잘 표현되어 있어요.

강렬한 그림으로 표현되는 미움과 마음이 눈과 마음에 쏙 들어옵니다.

출판사 소개처럼 "'미움'을 통해 '마음'을 탐구한 조원희 작가의 이 그림책은

유아 이상 초등 저학년에게 추천합니다.

물론 마음을 돌아보아야 할 청소년과 어른들, 모든 이에게도 좋습니다.


TMI : 작가 조원희는

이전에 포스팅했던 <비누 인간>의 그림을 그렸어요.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라가치 수상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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