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대전의 끝 위픽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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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이면서 작가인 곽재식의 2023년 작품으로 짧다.

익히 이름은 들어보았으나 읽어보긴 처음인데

SF는 역시 현실의 은유다.


작가는 "대단히 큰 규모의 공간과 한 작은 사람이 차지하는 영역이 관계 짓는 이야기"를 써보려고 했다는데,

다른 말로 바꾸면

'시간과 공간에 편재하는 신과 신에 대적하는 작은 인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뇌세포가 뉴런으로 이루어져 촘촘한 신명망을 이루듯이

우리_우주 역시 촘촘히 연결된 거대 우주에 속해있다.

그 거대 우주엔 '우주 골치'라고 이름 붙여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편재하는 존재가 있다.

'우주 골치라는 신'을 발견한 외계행성 사람들 '석구인'은

신에게 소원을 빌고 '신'은 당연히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고 안 들어주기도 한다.

원칙도 없고 규칙도 없다.

이에 대해 소원이 이루어지는 원리를 찾는 '석구인'들의 토론은

스키너의 비둘기 실험에 등장하는 비둘기를 보는 것 같다.

먹이를 나오게 하는 특정 행동이 있다고 믿고 반복하는 일명 '미신 믿는 비둘기'.


매우 발달했지만 인간과 그리 다르지 않은 석구인들은 '신'을 원망하고

'우주 골치'를 없애겠다 다짐한 후 전쟁을 벌인다.

그것이 바로 책 제목인 우주 대전.

전쟁의 끝에 '신'이 도달한 곳은 지구인 허풍선이의 머리 속인데

그 머릿속에 파편화된 '우주골치'의 마지막 하나까지 없애겠다는

석구인들의 의지가 굳세다.


작가의 의도는 어떠했나 묻지 않아 알 길이 없지만,

나는 이렇게 읽었다.

'신'에 대한 인간의 도전, 저항, 그 끝은 '신'의 죽음이라고.

즉 초은하단 하나하나가 사람의 뇌세포 덩어리이고, 서로 엮인 초은하단들의 전체 구조는 사람의 두뇌인 것이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자 우주_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두뇌 역할을 했고, 거대한 하나의 정신처럼 활동하게 되었다. - P20

우주_ 골치는 우주의 모든 초은하단, 모든 별 그 자체이니, 말하자면 우주 전체를 차지하는 크기 아닌가? 그러므로 우주_골치는 사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덩치라고 할 수 있었다. - P23

왜냐하면, 우주_골치가 생각을 하는 데 이용하는 핵심적인 방법인 웜홀 연쇄반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_골치의 생각은 보통 생명체의 생각과 달리,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었다. - P24

한마디로 우주_골치가 어떤 문제는 해결해 주고, 어떤 문제는 해결해 주지 않는지를 너무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석구인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어떤 석구인들은 그래도 우주 골치가 좋은 일을 대체로 많이 도와줄 거라 믿고 열심히, 성의 있게 마음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32

"이 일이 성사되면 그 우주_전체의 마음을 완전히 파괴하실 건가요? 좀 아쉽다면 아쉽지 않습니까? 우리의 모든 마음과 정신이 알고 보면 우주_전체에 가득 찬 정신의 일부라는 게 좀 안심이 되기도 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자 석구인이 대답했다.
"그런 느낌은 어린애들이 보이 스카우트 단복 처음 입어보고 좋아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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