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씨, 말투, 말매무새 -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말할까
한성우 지음 / 원더박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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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지표는 여러 가지다.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어떤 옷차림을 하고 있는지, 어떤 태도와 표정을 하는지 등.

그중 단연 중요하다고 생각하건 '말'이다.

입을 열어 '말'을 시작하면서 매력이 발산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그 구림에 도망가고 싶은 이도 있으니까.


자라면서 쓰는 말(말씨, 방언)과 연령과 집단에 따른 말투,

관계와 상황에 따라 말을 엮는 '말짜임'을 가지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들려주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대하는 태도와 진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뚫린 입으로 거칠게 쏟아져 나오는" 천박한 말과

"흘려듣거나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은 "말이 아니다"라며

말매무새를 중요시한다.


말매무새를 가다듬어

변화하는 언어를 관대하게 바라보고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며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들으라는 말씀.

그래, 시대가 달라지며 단어가 변하고 발음이 변하는 게 맞지 하며 열심히 동의하다

과도한 높임법과 준말에 이르러서는 내가 꼰대인가 하는 고민을 잠깐 해 보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깐.

나는 지적질 대신 파란 펜을 들어주니까.

(빨간펜으로 체크하면 속상할까 봐 파란 펜 사용 중, 나는야 파란펜 선생님)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우리_ 말.

남의 나라말을 잘 쓸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우리말을 잘 쓰도록 생각해 보자.

말이 아무리 변화한대도 기준은 알아야 하고,

옷 태(핏)를 가다듬는 것 이상으로 말매무새도 가다듬는 날들이 되길

한글날을 맞이하며 바라본다.

2022년 9월 전 국민이 ‘바이든‘과 ‘날리면‘을 구별하라는 듣기 시험을 보아야 했던 날 결심했다. - P4

이 책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말할까?‘에 대한 답을 ‘말씨, 말투, 말짜임‘에서 찾아 바람직한 ‘말매무새‘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썼다. - P4

정말 다른 것은 다르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다고 여겼던, 혹은 같아야 한다고 우기는 대상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다름을 말한다. 각 지역의 말이 대부분 같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언급하는 것이다. - P25

세종대왕은 함경도_말을 썼는가? 문헌상의 직접적인 기록이 없으니 여러 정황과 간접적이 증거를 토대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세종은 한양에서 나고 ㅈㅏ랐으니 뿌리는 함경도 말씨이되 주변의 말씨가 뒤섞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용비어천가」를 비롯한 한글 창제 직후으ㅣ 문헌은 함경도 말씨의 특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오늘날 중부 지역의 말에는 없는 성조가 있는 게 그렇다. 문헌에 반영된 성조는 오늘날의 함경도 성조와 매우 흡사하다. - P35

높임법체계는 이미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화 및 합리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과거에는 ‘해라-하게-하오-하십시오‘와 같은 네 개의 체계를 썼었는데 요즘에는 ‘해요-해‘ 두 개의 체계를 쓴다. 그저 높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기만 하면 되니 전혀 복잡한 체계가 아니다. 격식을 차려야 할 자리나 문어체에서는 ‘하십시오‘를 쓰기도 하는데 이는 상황 판단만 정확하게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 P164

어법에 맞고 틀리느냐가 아니라 이러한 표현이 사용되는 맥락에서 그런 표현이 필요하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러한 표현이 새로운 말투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문제라면, 그리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면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겠지만 말씨나 말투는 소수의 ‘지적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영리한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사물 존대를 비롯한 높임법과 관련된 말매무새 또한 영리한 선택에 합리적인 선택까지 더해지길 바랄 수밖에_없다. - P172

그러나 이러한 호칭 인플레이션 또한 프로들의 세계에서 서로를 높이는 행위로 보면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본래 사장이 아니어도, 번듯한 규모의 업체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도 사장님이라 불리는 것을 굳이 싫어할 이는_없다. 호칭은 부르는 사람보다는 불리는 사람을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을 ㅎㅏ더라도 자신을 여사님이라 부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_없다. 이 모두가 자신을 대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이나 그렇다. - P212

토론이든 말싸움이든 상대가 반드시 정재기 마련이니 결국 ‘나‘와 ‘너의 다툼이 나타날 수밖에_없다. 그러나 ‘나‘와 ‘너‘는 ‘우리로 귀결된다. 상호간의 싸움으로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우리‘는 영원히 성립될 수 없다. 이는 결국 ‘우리‘를 위해 서로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함을 말해준다. 정치에서의 말매무새 또한 개별적인 방법보다는 ‘우리‘를 위한 궁극적인 포용의 자세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길을 제시할 수밖에_없다. - P255

이 책은 ‘바른 말, 고운 말’에 대한 모든_것을 알려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애초의 목표가 이것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상황에 맞는 바른_말과 고운_말을 제시하는_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이 답은 저마다 주어지는 무수한 상황에서 말의 씨줄과 날줄을 잘 짜서 말매무새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 답은 권력을 가진 이나 말을 조금 더 안다고 우기는 국어 선생이 제시할 수 있는_것은 아니다. 말의 주인이 하는 이 땅의 모든 말에 답이 있다. 날마다 먹고 마시며 숨 쉬는 삶에서 뱉고 씹지 않고, 하고 듣는 말에_있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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