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조차 잊지 못할 소중한 선물

  오늘 내게 도착한 권정생 선생님의 글은 글이 아니다. 그건 노래다. 백창우님이 풀어주는 노래. 아직 들어보지 못했지만 그저 훈훈한 마음이다. 사실, 오늘이 권선생님의 기일인줄 몰랐다. 4주기 추모 행사들은 나를 비껴 가버렸는지 알 길이 없었는데, 늦지 않게 되어 다행이고, 또 오늘 도착한 노래가 있어 다행이다. 그분의 작품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으므로 항상 감사할 뿐… 

  권선생님의 글을 노래로 듣는 맛은 그저 책으로 볼 때와 또 다르다. 작년 여름 구입한 이 노래집은 노래로 듣는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꼬마랑 함께 듣고 노래들을 같이 부르며 이야기 나누는 것은 즐겁고도 뿌듯한 일. 이 노래들은 그걸 가능하게 해주었다.  

  많은 명랑하고 밝은 노래들을 제껴 두고 스텔라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우리집'이다. 이 노래를 열 번도 넘게 듣고 또 듣는 모습이 훌쩍 커 보였다. 이 애잔한 노래를 그렇게 좋아할 줄이야! 이 노래집의 노래들은 듣고 부르고, 심지어 핸드폰 벨 소리, 알람 소리 등으로 함께 하고 있다. 

 

  

   

  이 책 "강아지똥"도, 솔직하게 말해서 나를 위해 산 것이다. 아직 엄마가 되기 전부터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는 그림책과 어린이 책을 사서 보게 되었는데, 이 책도 그 시기에 내게 왔다. 

 난 오색으로 빛나는 민들레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는데, 스텔라는 그저 "좋았어 !"라는 쿨한 반응으로 끝. 그래도 가끔 펼쳐 보는 걸 보면 좋아하는 걸지도….

 다른 많은 선생님의 책을 일일이 들다보면 밤을 꼴딱 새워야 하는 관계로, 이만 줄여야겠다. 아름다운 시들과 감동적인 이야기를 이제 노래로 들어야겠다. 그리고 한동안은 흥얼흥얼 노래하겠지. 

 

  권 선생님, 감사합니다, 좋은 글들 남겨주셔서….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백 작가님, 노래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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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18 0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소 강아지똥 입니다! ^ ^

스텔라가 가장 좋아한다는 노래 '바보처럼... '도
챙겨서 들어봐야겠네요^^

구름고래논술토론 2011-05-18 13:30   좋아요 1 | URL
그 노래 애잔하고 어른취향인 것같은데 이상하게 좋아하더라고요.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인구조절구역]-노인인 것이 죄인 세상이 도래한다.

  오래 전, 일본 영화 '배틀 로얄'을 본 기억이 있다. 친구였던 소년, 소녀들이 한 섬 안에 갇혀 서로를 죽이고 죽인 후, 단 한 사람만 살아남을 "특권"이 주어지는 영화.  

  주인공들은 아름답고, 예쁘고 멋지지만, 그들을 한 섬안에 가둬놓는 이유는 너무나 이기적이다. 어른들이, 기성세대가 청소년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개선의 이유가 없어보인다는 이유로 그들을 서로를 죽이는 싸움에 몰아넣는다. 우정도 없고, 사랑도 없고, 인간의 연민조차 사치인 싸움으로….  

  이 영화는 경쟁 사회의 극단을 그럴싸한 비주얼로 보여준다. 이미 영화를 본 지 십여 년이 되었고 보는 내내 불편하고 역겨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히지 않는 이야기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살아남을 것!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이 영화는 물리적 극단을 보여줄 뿐이지만 경쟁의 극단이라는 점에서 익숙한 모습니다.

  오늘 이것과 비슷한 책을 발견했다. 이 책, "인구조절구역"이다. 이 또한 어찌나 섬뜩한지. 이 책은 앞의 "배틀 로얄"과 대척점에 서 있다. '배틀 로얄'과 똑같은 규칙 속에서 노인들은 서로를 죽여야 한다. 마지막 살아남은 한 사람만 살아갈 "특권"이 주어진다. '실버 배틀' 과 '배틀 로얄', 같지 않은가? 다만, 그러한 극단에 처하는 사람이 청소년이냐, 노인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들은 소외자다. 청소년과 노인들. 다르지만 같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세대에게 반항하며 이해하기 힘든 존재로 다가가는 청소년들.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급증한 노인들. 그들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 아니라 주변인으로 취급되고 짐이 되어 제거하고 통제해야만 하는 대상이 되었다. 사회의 기득권 중심세력은 위험조차 무릅쓰지 않는다. 비겁하게. 그래서 쉽고도 간단하게 '이이제이'의 방법으로 주변인들 스스로 숫자를 줄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나의 과거, 현재, 미래다. 내가 항상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아니라는 것, 그것이 문제다. 나 외의 모두를 죽이고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나는 이 영화와 책이 원하는 바가 그저 경쟁사회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각성을 촉구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설마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들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이 행복한 사회로, 결국은 행복한 나로 가는 길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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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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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하나쯤 가슴에 품은 이야기가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열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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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살림어린이 더 클래식 1
앤서니 브라운 그림, 루이스 캐럴 글, 김서정 옮김 / 살림어린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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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서니 브라운이 삽화를 그려서 궁금했던 책이다.  삽화는 기대만큼 많지 않았지만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그림들이어서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각주 없이 우리말 말장난으로 번역한 것도 재미있다. 사실 각주가 없어도 읽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은 게 장점. 

  오랜만에 유쾌한 그림과 글로 앨리스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언제 읽어도 새로운 이상한 나라. 나도 가끔은 길을 잃고서 그런 곳에 가보고 싶다. 길을 잃을 위험을 무릅쓴다면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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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 어린이 스스로 꿈을 기록하고 실천하게 하는 책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존 고다드 지음, 임경현 옮김, 이종옥 그림 / 글담어린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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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꾸는 것은 아무나 하지만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아무나가 아니다. 알다시피. 꿈을 이루며 산다는 것, 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산다는 건 어렵고 힘든 과정을 참고 견뎌야 하는 거다. 중간에 포기하면 아무 것도 없고, 끝까지 가더라도 후회 이외에 남는 것이 있을지는 가봐야 아는 일. 한비야가 말했듯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성공과 부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여기, 이 책은 꿈을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을 간직하고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꿈을 꾸되 어떻게 이룰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다면 그저 공상일 뿐이다. 꿈을 꿀 때는 자유롭게, 계획을 세울 때는 구체적으로. 그러면서 스스로의 꿈을 이루면서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존 아저씨가 살아온 삶이고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삶일 것이다. 어린 시절 꿈의 목록을 이뤄낸 그가 정말 훌륭하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을 꾸고 이루라고 말하는 그는 더 멋지다! 

  이 책에 아쉬운 점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그림책을 보는 듯한 삽화는 좋지만 나일 강 탐험에 대한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면 좀 더 사실감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책을 보는 내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읽은 것은 올해 1월이지만 이제야 서평을 쓰는 게으름이 들통나는 순간…) 우리 가족은 둘러 앉아 소망 목록을 따라해 보았더랬다. 다른 이의 종이를 곁눈질 해가며 써내려가다가 나중에는 무아지경으로 써내려가는 가족들. 그렇게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이 많은가 보다. 
   

  우리 집 어린이 소망 목록의 첫 번째는 자전거 타고 여의도까지 가기였다. 지난 11월부터 두 번 도전 했지만 두 번 모두 반밖에 못가서 아쉬워하다가 결국은 그걸 1번으로 놓았다. 그. 러. 더. 니. 해냈다! 한강 광나루 지구에서 출발해서 여의도까지 왕복하기. 6시간이 조금 넘는 길이었지만 어쨌거나 갔다 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정말 뿌듯해하며 날아갈 듯 해 보였다. 
  나의 목록 중 하나는 꾸준히 서평 쓰기. 늦었지만 쓰고 있으니 이루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루고 있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 고민되지만, 어쨌거나 가는 중이다. 
  

  책을 함께 읽고 둘러 앉아 서로의 꿈을 쓰고 이야기 해보는 시간, 행복했다. 그리고 소소하지만 하나씩 이뤄가는 기쁨도 함께 한다. 그게 이 책이 준 선물이다.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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