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절구역]-노인인 것이 죄인 세상이 도래한다.

  오래 전, 일본 영화 '배틀 로얄'을 본 기억이 있다. 친구였던 소년, 소녀들이 한 섬 안에 갇혀 서로를 죽이고 죽인 후, 단 한 사람만 살아남을 "특권"이 주어지는 영화.  

  주인공들은 아름답고, 예쁘고 멋지지만, 그들을 한 섬안에 가둬놓는 이유는 너무나 이기적이다. 어른들이, 기성세대가 청소년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개선의 이유가 없어보인다는 이유로 그들을 서로를 죽이는 싸움에 몰아넣는다. 우정도 없고, 사랑도 없고, 인간의 연민조차 사치인 싸움으로….  

  이 영화는 경쟁 사회의 극단을 그럴싸한 비주얼로 보여준다. 이미 영화를 본 지 십여 년이 되었고 보는 내내 불편하고 역겨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히지 않는 이야기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살아남을 것!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이 영화는 물리적 극단을 보여줄 뿐이지만 경쟁의 극단이라는 점에서 익숙한 모습니다.

  오늘 이것과 비슷한 책을 발견했다. 이 책, "인구조절구역"이다. 이 또한 어찌나 섬뜩한지. 이 책은 앞의 "배틀 로얄"과 대척점에 서 있다. '배틀 로얄'과 똑같은 규칙 속에서 노인들은 서로를 죽여야 한다. 마지막 살아남은 한 사람만 살아갈 "특권"이 주어진다. '실버 배틀' 과 '배틀 로얄', 같지 않은가? 다만, 그러한 극단에 처하는 사람이 청소년이냐, 노인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들은 소외자다. 청소년과 노인들. 다르지만 같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세대에게 반항하며 이해하기 힘든 존재로 다가가는 청소년들.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급증한 노인들. 그들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 아니라 주변인으로 취급되고 짐이 되어 제거하고 통제해야만 하는 대상이 되었다. 사회의 기득권 중심세력은 위험조차 무릅쓰지 않는다. 비겁하게. 그래서 쉽고도 간단하게 '이이제이'의 방법으로 주변인들 스스로 숫자를 줄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나의 과거, 현재, 미래다. 내가 항상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아니라는 것, 그것이 문제다. 나 외의 모두를 죽이고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나는 이 영화와 책이 원하는 바가 그저 경쟁사회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각성을 촉구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설마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들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이 행복한 사회로, 결국은 행복한 나로 가는 길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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