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8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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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훈

1916년, 이 소설이 출판된 해 미국에서, 미혼 여성의 연애는 대단히 위험했다.

(물론 그 시절 다른_곳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연애보다 자기 계발!


2. 한 줄 평

결과론적으로 보면 웹소설 식으로 키잡물. (키워서 잡아먹는 결혼하는 장르.)


3. 클리셰

아름다움 문장과 상황에 적절한 묘사로 쉽게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불편했는데 이유는 클리셰가 너무 뻔해서.

채리티의 삶이 결코 빛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미천한 신분, 세상에서 동떨어져 변화없는 시골마을,

교육도, 직업도, 독립에 대한 희망도 별로 없는_십 대 후반의 여자.

도시에서 온 세련되고 아름다운 청년.

불나방처럼 젊고 빛나는 열정으로 뛰어들었지만

당연한 결과로 떠나는 남자, 버림받는 여자.


춘향이나 카츄사나(톨스토이, <부활>), 판틴(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이나

또 다른_'미워도 다시 한번'류 신파의 주요 소재.

너무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


차라리 남자의 이빨을 모으고 상투를 깎아 수집하는 쪽이(feat. 이춘풍전이랑 배비장전)

훨씬 속 시원하다.


4. 차이점

다만 이 책이 위에 언급한 소설들과 좀 다른 점은

일방적 피해자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한 번쯤은 짧은 삶'을 살아보고 싶었던 '현실을 아는 여자'의 시선을 따라가기 때문인데

열여덟 살짜리가 현실을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나.

그러니 해처드 부인이 자신에게 준 교육과 떠남의 기회를

로열씨의 방해와 자신의 결정으로 차버리고는 그저 눌러 앉아 지리멸렬해하지.


때마침 나타난 루시어스 하니.

그를 사랑하게 된 것도,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모두 한 여름의 일탈이다.

채리티가 마을을 떠나 법과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산'으로 떠났거나

도시로 가서 판틴처럼 불행했을지라도 자신의 삶을 살았다면

덜 찝찝했을 것을,

돌아간 곳은 다섯 살 때부터 키워준 로열 씨의 옆자리다.

아내가 죽자 열일곱 살짜리한테 결혼하자고 한 그 남자.


5. 작품해설에 대한 비동의

책의 마지막 '작품해설'에서는 이 소설을 여성 성장 소설이라고 규명하며

"'영혼의 개안'을 다룬 최초의 성장소설"이라고 정의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여성의 성적 열정을 다뤘다는 점은 인정하나

영혼의 개안을 다뤘다고 하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만한 정신적 성장을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인데

채리티는_시작부터 끝까지 현실의 가장 편안한 선택과 욕망에 타협했을 따름으로

한 여름의 열정을 좇는 어리석음, 시든 나뭇잎처럼 자신도 시들어버린 채로

"불가항력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을 겪은 사람이었지만

거기에 이르는 걸음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로 남아

원래 그랬던 대로 가장 안전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했으니까.

젊은 여자 하나가 노스도머의 거리 한 끄트머리에 있는 로열 변호사의 집에서 나와 문가에 섰다.
6월의 오후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 P7

그날 저녁 늦게 차가운 가을 달빛을 받으며 두 사람은 붉은 집 문 앞에 마차를 세웠다. - P264

그 젊은이가 해처드 부인네 문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자 네틀턴에서 보았던 눈부시게 화려한 거리가 되살아났다. 채리티는_갑자기 자신의 낡은 햇빛 차단용 모자가 부끄러워졌고, 노스모어가 싫어졌고, 그 푸른 눈이 저 멀리 어딘가 네틀턴보다 더 아름다우 곳을 향해 열려 있는 스프링필드의 에너벨 볼치에게 질투가 났다.
"모든 게 지긋지긋해!" 채리티는_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 P12

그는 무척이나 ‘외로운 사람이었다.‘ 채리티 자신이 너무나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로열 씨와 채리티는 그 쓸쓸한 집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고독의 깊이를 헤아리곤 했다. 채리티는_그에게 특별한 애정이 없었고, 눈곱만치도 고마움을 느끼지 않았다. - P25

"이 마을에서는 무엇이 되려고 애써봐야 모두_헛수고란 말이야." 채리티는_베개에 대고 혼자 중얼거렸다. - P38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까맣게 잊었으며, 마침내 하니가 옆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그녀는 별 속에 갇힌 것 같았다……. - P139

채리티는_자신이 가진 모은 것을 하니에게 주었다. 그러나 삶이 그에게 줄 수 있는_ 다른 선물과 비교한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채리티는 이런 일을 겪은 다른 젊은 여자들의 경우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갖고 있던 것은 모두_주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것 가지고는 짧은 순간밖에 살 수 없었다. - P181

핏속에 있는 무엇 때문에 저 ‘산‘이야말로 지금 그녀가 찾는 질문 속에 대한 유일한 답이며, 점점 옥죄어 오는 모든 것에서 벗어날 어쩔 수 없는 도피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곳은 비 내리는 새벽을 배경으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래 바라볼수록 지금 마침내 정말 그곳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좀 더 분명히 이해하게 되었다. - P216

마흔여덟 시간 전 마지막으로 이 풍경을 가로지르 때만 ㅎㅏ더라도 나무에는 여전히 잎사귀가 많이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지난 이틀 잠 사이에 분 강풍으로 나뭇잎들은 모두 떨어졌고, 12월의 시골 풍경처럼 정교한 윤곽을 드러냈다. 며칠 동안 가을 추위는 그녀가 독립기념일에 지나갔던 풍요로운 들판과 나른하게 보이던 숲을 모두 흔적도 없이 쓸어버렸다. 을씨년스러운 풍경과 함께 그 열정적인 시간도 시들어갔다. 채리티는_자신이 그 시간을 살았던 존재라는 사실이 더 이상 믿어지지 않았다. 불가항력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을 겪은 사람이었지만 거기에 이르는 걸음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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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카인드 (리커버 특별판) -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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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이 쫌 두꺼운 만큼 '짧은 서평'은 '긴 서평'이 될 예정.

인용도 긴데, 서평도 길다. 스앞주의


2. 용어 정의

▶플라시보 / 노시보

: 가짜약이 병을 낫게 한다는 긍정의 효과/가짜약이 병에 걸리게 한다는 부정의 효과

▶부정편향 / 가용성 편향 (47쪽 인용 참조)

: 긍정보다 부정에 더 쉽게 이끌리는 경향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대상은 흔하다고 추측하는 경향

▶호모 퍼피

: 연결될수록 더 똑똑해지는, 주위와 관계를 맺는 본능을 가진, 사교적인 인간

▶괴베클리 테페

: 왕과 관료가 지배하는 농경사회 이전, 탄소연대측정 1만 1천 년 이전

수렵-채집인들이 지은 공동건축물, 저자는 집단 작업 사건이라 함.

엄격한 계층 구조 없이 사원과 도시 전체를 건설한 사회.


3.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한 반론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짐바도르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제노비스 사건, 깨진 유리창

: 연구자의 요구와 개입, 피실험자의 역할극으로 원하는 결론 도출

제노비스 사건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 건 언론의 거짓말, 이웃들은 도움도 주고 신고도 했다고.

▶ 제러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이스터섬의 비극

: 이스터섬의 몰락은 환경파괴 때문이 아니라.유럽 선박에서 내린 유럽인의 공격 때문.

▶ 윌리엄 골딩, <파리 대왕>, 인간성의 어두운 면

: '1960년대 통가 조난자들의 결말'(63쪽),

진짜 조난당한 여섯 명의 소년들을 1년이 넘도록 아타섬에서 지내며 '먹을거리를 가꾸는 정원, 빗물을 모아두기.위해 속을 비운 나무ㄷ 등, 체력 단련장, 닭장, 언제나 꺼지지 않는 불'을 '낡은 칼 한 자루와 강한 의지를 가지고 모든것을 수작업'(70쪽)으로 해냄. 물론 평화롭게, 화합하며.

한 아이의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 외에 큰 사건 없음. 물론 다른 아이들이 부목을 대고 돌봐줌.

사회로 돌아온 이후에도 50년 지기가 될 만큼 사이가 좋음.


4. 요약과 감상

폭력성보다는 친화적인 사교성을 더욱 발전시킨 우리, 인간은,

강아지, 퍼피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더 중요시한다.

그래서 우리는, 호모 퍼피.

그러니 진화된 우리 본능에 걸맞게 서로 사랑하자!


그런데 왜 다툼과 전쟁은 끊이지 않는가?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처럼

'우리'와 '우리 아닌 타인'을 구분 짓고

'우리'에 속한 이들에게 맹목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하는.일이 악해 보일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선한 일'이기 때문에 감내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하는 우리'는 비아를 공격할 때조차 주저한다는데,

1차 세계대전에서 참호전을 펼치면서도 사람이 맞지 않을 하늘을 향해 총을 쏘고

크리스마스에 휴전하고 적군과 함께 성가를 부르며 축하하는 이들,

회수된 총 가운데 95퍼센트는 여전히 장전되고 쏘지 않았던, 게티즈버그의 머스킷총 등

인간으로서의 우리는 여전히 상대를 인간으로 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제일 많은 사상자를 만드는 것도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기 어려운 거리의 원거리 공격이라고.


우리를 나쁘게 만드는.것은 우리가. 가진 본성이 아닌

편향성, 공감하지 않는 리더, 범람하는 뉴스, 잘못된 연구와 인용, 확대ㅈㅐ생산이다.


혼란과 폭력은 없었다며 카트리나 피해 사례를 들어

닥치는 재난은 오히려 서로, 무조건적으로 협력하게 한다고.

그러니 '현실적'이라는 말은 '냉소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믿고 ㅈㅏ신의 선의를 보여주는 것,

좋은 일을 하는.것이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고 실행하라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예수살렘의 ㅇㅏ이히만>에서 말한 '악의 평범성'이 아니라

<이웃집 살인마>나 <파리대왕>에서 말하는 '폭력적 본성'도 아니고

홉스가 말하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도 아닌

우리, 인간 자체가 평화와 공존을 사랑하는 우호적인 존재라는 것.

문명과 사회 체제가 그것을 방해할지라도

서로 믿고 의지하는, 연민하는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인용된 책들 가운데 많은 책을 읽었다는데 뿌듯함을 느꼈지만,

반대로 왜 그리 인간,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책들을 읽었는지 다시 생각해 본다.

정말로 나는, 인간성의 어두운 부분을 알고.싶었나?

아니면 부정적인 면에 더 끌리는 부정편향 때문이었나?

생각해 보면 피해를 입은 일보다 작은 친절로 기뻤던 일이 많았는데 말이다.


인간이 가진 속성은 좋기만 하지도 않고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나는 나쁘다'를 주장하기보다

우리는 '샤이 친절(믿음)'이니 부끄러움을 밀어내고

서로 친절과 믿음을 베풀어보자.


나의 악한 면, 선한 면을 모두 인정하고

나의 악한 면을 넘어설 수 있는 나의 선하고ㅈㅏ 하는 본능을 믿어보자.


문의 앞과 뒤, 처음과 끝, 전쟁과 평화,

그리하여 문의 수호신이 된 야누스처럼

우리도 인류애의 수호신이 되어보자.

그래서 늘 평화롭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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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대전의 끝 위픽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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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이면서 작가인 곽재식의 2023년 작품으로 짧다.

익히 이름은 들어보았으나 읽어보긴 처음인데

SF는 역시 현실의 은유다.


작가는 "대단히 큰 규모의 공간과 한 작은 사람이 차지하는 영역이 관계 짓는 이야기"를 써보려고 했다는데,

다른 말로 바꾸면

'시간과 공간에 편재하는 신과 신에 대적하는 작은 인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뇌세포가 뉴런으로 이루어져 촘촘한 신명망을 이루듯이

우리_우주 역시 촘촘히 연결된 거대 우주에 속해있다.

그 거대 우주엔 '우주 골치'라고 이름 붙여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편재하는 존재가 있다.

'우주 골치라는 신'을 발견한 외계행성 사람들 '석구인'은

신에게 소원을 빌고 '신'은 당연히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고 안 들어주기도 한다.

원칙도 없고 규칙도 없다.

이에 대해 소원이 이루어지는 원리를 찾는 '석구인'들의 토론은

스키너의 비둘기 실험에 등장하는 비둘기를 보는 것 같다.

먹이를 나오게 하는 특정 행동이 있다고 믿고 반복하는 일명 '미신 믿는 비둘기'.


매우 발달했지만 인간과 그리 다르지 않은 석구인들은 '신'을 원망하고

'우주 골치'를 없애겠다 다짐한 후 전쟁을 벌인다.

그것이 바로 책 제목인 우주 대전.

전쟁의 끝에 '신'이 도달한 곳은 지구인 허풍선이의 머리 속인데

그 머릿속에 파편화된 '우주골치'의 마지막 하나까지 없애겠다는

석구인들의 의지가 굳세다.


작가의 의도는 어떠했나 묻지 않아 알 길이 없지만,

나는 이렇게 읽었다.

'신'에 대한 인간의 도전, 저항, 그 끝은 '신'의 죽음이라고.

즉 초은하단 하나하나가 사람의 뇌세포 덩어리이고, 서로 엮인 초은하단들의 전체 구조는 사람의 두뇌인 것이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자 우주_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두뇌 역할을 했고, 거대한 하나의 정신처럼 활동하게 되었다. - P20

우주_ 골치는 우주의 모든 초은하단, 모든 별 그 자체이니, 말하자면 우주 전체를 차지하는 크기 아닌가? 그러므로 우주_골치는 사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덩치라고 할 수 있었다. - P23

왜냐하면, 우주_골치가 생각을 하는 데 이용하는 핵심적인 방법인 웜홀 연쇄반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_골치의 생각은 보통 생명체의 생각과 달리,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었다. - P24

한마디로 우주_골치가 어떤 문제는 해결해 주고, 어떤 문제는 해결해 주지 않는지를 너무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석구인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어떤 석구인들은 그래도 우주 골치가 좋은 일을 대체로 많이 도와줄 거라 믿고 열심히, 성의 있게 마음의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32

"이 일이 성사되면 그 우주_전체의 마음을 완전히 파괴하실 건가요? 좀 아쉽다면 아쉽지 않습니까? 우리의 모든 마음과 정신이 알고 보면 우주_전체에 가득 찬 정신의 일부라는 게 좀 안심이 되기도 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자 석구인이 대답했다.
"그런 느낌은 어린애들이 보이 스카우트 단복 처음 입어보고 좋아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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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씨, 말투, 말매무새 -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말할까
한성우 지음 / 원더박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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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지표는 여러 가지다.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어떤 옷차림을 하고 있는지, 어떤 태도와 표정을 하는지 등.

그중 단연 중요하다고 생각하건 '말'이다.

입을 열어 '말'을 시작하면서 매력이 발산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그 구림에 도망가고 싶은 이도 있으니까.


자라면서 쓰는 말(말씨, 방언)과 연령과 집단에 따른 말투,

관계와 상황에 따라 말을 엮는 '말짜임'을 가지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들려주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대하는 태도와 진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뚫린 입으로 거칠게 쏟아져 나오는" 천박한 말과

"흘려듣거나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은 "말이 아니다"라며

말매무새를 중요시한다.


말매무새를 가다듬어

변화하는 언어를 관대하게 바라보고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며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들으라는 말씀.

그래, 시대가 달라지며 단어가 변하고 발음이 변하는 게 맞지 하며 열심히 동의하다

과도한 높임법과 준말에 이르러서는 내가 꼰대인가 하는 고민을 잠깐 해 보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깐.

나는 지적질 대신 파란 펜을 들어주니까.

(빨간펜으로 체크하면 속상할까 봐 파란 펜 사용 중, 나는야 파란펜 선생님)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우리_ 말.

남의 나라말을 잘 쓸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우리말을 잘 쓰도록 생각해 보자.

말이 아무리 변화한대도 기준은 알아야 하고,

옷 태(핏)를 가다듬는 것 이상으로 말매무새도 가다듬는 날들이 되길

한글날을 맞이하며 바라본다.

2022년 9월 전 국민이 ‘바이든‘과 ‘날리면‘을 구별하라는 듣기 시험을 보아야 했던 날 결심했다. - P4

이 책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말할까?‘에 대한 답을 ‘말씨, 말투, 말짜임‘에서 찾아 바람직한 ‘말매무새‘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썼다. - P4

정말 다른 것은 다르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다고 여겼던, 혹은 같아야 한다고 우기는 대상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다름을 말한다. 각 지역의 말이 대부분 같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언급하는 것이다. - P25

세종대왕은 함경도_말을 썼는가? 문헌상의 직접적인 기록이 없으니 여러 정황과 간접적이 증거를 토대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세종은 한양에서 나고 ㅈㅏ랐으니 뿌리는 함경도 말씨이되 주변의 말씨가 뒤섞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용비어천가」를 비롯한 한글 창제 직후으ㅣ 문헌은 함경도 말씨의 특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오늘날 중부 지역의 말에는 없는 성조가 있는 게 그렇다. 문헌에 반영된 성조는 오늘날의 함경도 성조와 매우 흡사하다. - P35

높임법체계는 이미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화 및 합리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과거에는 ‘해라-하게-하오-하십시오‘와 같은 네 개의 체계를 썼었는데 요즘에는 ‘해요-해‘ 두 개의 체계를 쓴다. 그저 높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기만 하면 되니 전혀 복잡한 체계가 아니다. 격식을 차려야 할 자리나 문어체에서는 ‘하십시오‘를 쓰기도 하는데 이는 상황 판단만 정확하게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 P164

어법에 맞고 틀리느냐가 아니라 이러한 표현이 사용되는 맥락에서 그런 표현이 필요하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러한 표현이 새로운 말투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문제라면, 그리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면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겠지만 말씨나 말투는 소수의 ‘지적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영리한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사물 존대를 비롯한 높임법과 관련된 말매무새 또한 영리한 선택에 합리적인 선택까지 더해지길 바랄 수밖에_없다. - P172

그러나 이러한 호칭 인플레이션 또한 프로들의 세계에서 서로를 높이는 행위로 보면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본래 사장이 아니어도, 번듯한 규모의 업체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도 사장님이라 불리는 것을 굳이 싫어할 이는_없다. 호칭은 부르는 사람보다는 불리는 사람을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을 ㅎㅏ더라도 자신을 여사님이라 부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_없다. 이 모두가 자신을 대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이나 그렇다. - P212

토론이든 말싸움이든 상대가 반드시 정재기 마련이니 결국 ‘나‘와 ‘너의 다툼이 나타날 수밖에_없다. 그러나 ‘나‘와 ‘너‘는 ‘우리로 귀결된다. 상호간의 싸움으로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우리‘는 영원히 성립될 수 없다. 이는 결국 ‘우리‘를 위해 서로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함을 말해준다. 정치에서의 말매무새 또한 개별적인 방법보다는 ‘우리‘를 위한 궁극적인 포용의 자세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길을 제시할 수밖에_없다. - P255

이 책은 ‘바른 말, 고운 말’에 대한 모든_것을 알려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애초의 목표가 이것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상황에 맞는 바른_말과 고운_말을 제시하는_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이 답은 저마다 주어지는 무수한 상황에서 말의 씨줄과 날줄을 잘 짜서 말매무새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 답은 권력을 가진 이나 말을 조금 더 안다고 우기는 국어 선생이 제시할 수 있는_것은 아니다. 말의 주인이 하는 이 땅의 모든 말에 답이 있다. 날마다 먹고 마시며 숨 쉬는 삶에서 뱉고 씹지 않고, 하고 듣는 말에_있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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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보이지 않는 - 2024 뉴베리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데이브 에거스 지음, 숀 해리스 그림,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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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름고래입니다.

오늘은 2024년 뉴베리아너상 수상작인 <눈과 보이지 않는>을 소개합니다.


숲속에서 멋지게 달려가는 개가 그려진 표지는

이 책의 제목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게 하죠.

힌트를 드리자면 이 책의 원제목은 <The Eyes and Impossible>라는 거예요.


나는 요하네스라는 이름을 가진 개다. 내 집인 공원에서 너희를 본 적이 있다. 너희가 바닷가에 있는, 바람 부는 드넓은 초록빛 공원에 온 적이 있다면 난 너희를 보았을 것이다. 난 여기 온 모두를 보았다. 산책하는 인간들,달리는 인간들,자전거 타는 인간들,말 타는 인간들, 들소를 구경하는 인간들,소풍을 온 인간들,망토 입고 활 쏘는 인간들들 보았다. 너희가 이곳에 온 적이 있다면, 너희는 내 집에 온_적이 있는_거다. 내가 눈으로 활약하는 이곳에.

11-12쪽


요하네스는_ 공원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개'입니다.

엄마 개는 '인간의 집에서 살고 인식표를 달고 있는', '매일 인간이 주는 밥을 먹고', '귀여움을 받는' 개죠.

하지만 새끼를 낳을 때는 공원의 나무 구멍에서 낳았습니다.

나머지 새끼를 버려두고 집에 데려간 새끼는 한 마리,

나머지 요하네스의 다른 형제자매들은 차례차례 사람의 손을 받아들이고 사람들과 함께_떠났죠.


난 억울하지 않다.

난 혜성이니까.

13쪽


요하네스는_공원에서 살고 있는 '균형의 수호자' 들소 세 마리를 위한 '눈The Eyes'가 됩니다.

들소들은 우리에 갇혀 있기 때문에 공원에서_일어나는 일을 속속들이 알려면 '눈'이 필요하죠.

빠르게 달리며 자유로운 요하네스야말로 적격입니다.


요하네스는_ '눈'으로서 '도우미 눈Assistant eyes'의 임무를 맡은 여러 동물들과 함께

공원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관찰합니다.

공원에 오고 가는 인간들, 벌어지는 사건들, 동물들, 그 모든 일들을

밤마다 들소들에게 보고하죠.


요하네스는_공원 안에 새로 생긴 건물과 사각형을 관찰하러 갔다가

거기에 완전히 사로잡히고 맙니다.


사각형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았다. 그 속에 담긴 소용돌이, 그 안에 담긴 비논리 때문에. 어째서 폭풍우 속에 아이가_있을까? 왜 대낮의 하늘에 별들이 있을까? 그러다가 그림 속 나무들이 금빛이라는걸, 해님이 통째로 삼킨 것처럼 금빛에 물들어 있다는 걸 알았다. 왜일까? 현실은 이렇지 않은데 왜 그림 속 나무들을 속속들이 금빛으로 칠했을까?…… 왜 이렇게 그렸을까? 왜, 왜, 왜?

50쪽


새로 생긴 미술관에 걸린 그림들은 요하네스를 매료시키고

언제나 바람보다 빠르게 달리던 그의 발을 묶어놓습니다.


그러다가 공원에 들어온 '염소떼'와 염소 헬렌을 보고 충격에 빠지죠. 처음 본 동물이니까요.

더 큰 충격은 그들이 살고_있는 공원이 겨우 섬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바다를 건너면 '메인랜드'가 있고 더 큰 세상이 펼쳐졌다는 걸 알게 된 거였죠.


들소들을 우리에서 풀어 자유롭게_하려던 요하네스의 계획은

이제 작은 섬인 공원을 벗어나 메인랜드에서 들소들을 자유롭게 하려던 계획으로 커집니다.

커다란 들소 세 마리를 우리에서 꺼내 배에 태우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을 하려는 거죠.

그들이 평원에서, 바닷가에서, 숲속에서 자유롭게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뿌듯해합니다.

그것을 '자신이 지구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작전 직전 마지막 날 밤,

요하네스는_자신이 개와 코요테의 혼혈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사람들이 찾고 있던 코요테는 자기라는 걸 깨닫게 되지요.



요하네스는 거대한 들소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요?

들소를 우리에서 나오게 한 요하네스는 함께 갔을까요, 안 갔을까요?


세상을 마음껏 달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코요테 개라고 할 수 있을까?

세상을 자기 눈으로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웅은 앞으로 나아간다.

산다는 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287쪽, 마지막 문장


인간과 함께 살기를 거부하고 ㅈㅏ유롭게 살기를 선택한 개, 요하네스의 이야기입니다.

초등 고학년 이상 친구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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