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잘 되어 가나?" "아직요, 막상 쓰려고 하니 참 어렵군요. 쓰고 싶은 건 얼마든지 있는데." "그때가 오기까지 기다리면 돼." "그때요?" "음, 가슴에 가득 찬 말이 언젠가 저절로 흘러나올 때까지." "그런 건가요?" "그럼, 반드시 올 거야, 그때가."-37쪽
기억의 취사선택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그녀에게는 나와 유지와의 추억보다 요리 쪽이 더 중요한 기억이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오므라이스나 크림스튜보다 희박한 존재라는 셈이다. 그래서야 너무 심하다. 분명 뭔가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116쪽
"에노키다, 네 옆 자리에 있는 건 아이오 군인가?" 너는 금세 알아들었다. "아니요"라고 대답하더니 이렇게 이었다. "그는 테디 베어입니다." 우리는 함께 킥킥거리며 웃었다. 고등학교 때, 수업을 땡땡이친 내 자리에 누군가 테디 베어 인형을 앉혀 놓았던 일이 있다. 그것을 본 담임 여선생님과 네가 나눈 대화였다.
담임선생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 아이오 군이라고 하기에는 털이 너무 많아." 이 이야기에는 속편이 있었다.-130쪽
그즈음부터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말로 나의 자그마한 자부심을 키워주는 데 아주 능숙했어. 그리고 중요한 것은 당신 스스로는 그런 줄도 모른다는 것이었지. 당신이 별다른 자각도 없이 내게 건네준 말들로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는지.-160쪽
"파이차모 포코 코포!" 돌연 유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깜짝 놀라서 우리는 황급히 손을 놓았다. "이번에는 또 뭐야?" "우리는 조금씩 나눕니다, 래." "아, 그래?"-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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