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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지음, 정영목 옮김 / 사계절 / 2005년 2월
평점 :
이 책의 등장인물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칭기스칸.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은 여태까지의 인류역사상 그 누구보다 넓은 땅덩어리를
정복했다는 사실일겝니다. 서양이 자랑하는 알렉산더나, 케사르, 나폴레옹보다도
그리고 거대한 나라였던 소련보다도 큰 영역을 그는 정복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동서양의 인식이 확연하게 다릅니다.
현대가 서양 주도의 사회라서 그런지. 그들의 변방 -동유럽-을 침략해서 승리를 일군
동양의 조그마한 사람을 인정하기 싫은 듯 잔인하게 묘사합니다. 잔인함과 흉포함을
강조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40년간 항전했다는 사실만을 강조하지요.
그리고, 완전한 복속이 아니라 나름의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을 말입니다.
책에서도 한두줄 나오지만 고려왕조는 몽골인들에게 '특이'하게도 가족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선택받은(?)민족으로 나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점은 역사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의 재확인이었습니다.
칭기스칸이 유럽을 침공하고, 이슬람왕국을 점령했으며, 중국마저도 복속시켰다는 사실에
더해 그들이 '말'만 잘타는 무식한 사람들이었다는 오해를 풀어줍니다.
오직 말을 잘타서 '기동력'만 갖추었다는 사실로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는 왜곡된 상식에
헛점을 파고듭니다. 그들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사실은 '기동력'에 다른 무엇인가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죠.
'달리기' 잘한다고 싸움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겝니다.
그들은 무엇보다 자신드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그보다 다른이의 장점을 아주
잘 흡수할 줄 알았습니다. '모전벽의 사람들'이라고 자신들을 불렀다고 하지요.
그러다가 정주하면서 그들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오로지 주거환경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닐겁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잘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합니다. 한곳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다른것을 받아들일 준비에서
자기것을 지키는 자세'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대 제국을 일군 후에 그 제국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바로 열려있는 나라를 만든것입니다. 이 책에서 발견한 가장 놀라운 장면은
칸의 제국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교, 기타 다른 종교간의 대등한 위치에서 토론이 이루어졌었다는
사실입니다. 교황의 사신도 한명의 배역으로 등장합니다. 토론결과 어느 종교의 승리로
끝났을까요? 그것은 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몽골은 '말'만 가지고 사방팔방 뛰어다녔던 민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서 얻은 경험을 가지고 공성무기를 가지고 다녔으며, 화약무기도 다룰 줄 알았습니다.
문자를 만들었으며, 타민족과 살아가는 법을 세웠습니다.
그들은 세계를 정복할 만한 능력과 이유를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된것입니다.
칭기스칸은 운이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던지 그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고
우리는 그 결과를 이제 여러가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다양한 각도의 시각을 갖게 해주는 책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합니다.
칭기스칸을 무시하는 것 못지않게 그의 행보를 모두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지금은 '인정'에 좀더 무게를 둬도 큰 잘못은 없을 듯 합니다.
이 책에서 발견한 또 다른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서양이 옛날에도 지금처럼 부러운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몽골의 부대가
동유럽까지만 간 이유는 '전쟁의 패배'라는 힘의 부족보다도 '가져올게 없는 미개한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중국은 가져올게 많아서 끝까지 갔고, 이슬람도 가져올게 많았지만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힘으로 저지를 받게 되지요.
서양에서 미화하는 십자군도 등장합니다. 몽골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보잘것 없는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아웅다웅 하는 존재처럼 보입니다.
역사는 가끔씩 이렇게 뒤집어 보는게 참 흥미진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