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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층짜리 집 ㅣ 100층짜리 집 1
이와이 도시오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9년 6월
평점 :
저 높은 꿈을 향하여, 영차 영차
- ‘100층짜리 집’을 읽고-
‘100층짜리 집’(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은 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가 100층짜리 집 꼭대기에 사는 이름 모를 친구로부터 초대장을 받아 한 층 한 층 오르는 이야기다. 표지에 따스한 하늘색 위에 말랑말랑한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가운데 위 부분에 100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가 떡 하니 자리하고 있어 보는 이의 눈길을 확 낚아 챈다. 글자도 세로쓰기, 책 넘김도 세로 형식이라 책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한층 부풀게 한다.
구성을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 보면 첫째, 아래로 넘기는 세로 형식이다. 아래, 위 두 면에 걸쳐 열 개 층이 펼쳐져 있는데, 아래로 넘기면 마치 읽는 사람이 위로 올라가는 듯하다. 목을 쑥 빼면서 읽게 되다 보니 읽으면서 키가 커지는 기분이다.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가듯이,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듯이 오르다 보면 어느새 100층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그 높던 100층을 한 계단씩 오르다 보니 마침내 이르고 말았다. 오르면서 읽은 책이라 다 읽은 성취감은 더 크다.
둘째, 각 열 개 층 단위로 생쥐, 다람쥐, 개구리, 무당벌레, 뱀, 꿀벌, 딱따구리, 박쥐, 달팽이, 그리고 거미 등 열 종류 동물들의 다양한 생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10 단위로 숫자를 익히며 100까지 이를 수 있고, 도토리 창고가 있는 다람쥐네, 집 안에서도 우산을 써야 하는 개구리네, 알에서 깨어난 새끼를 돌보는 뱀, 알을 낳는 여왕벌과 이를 정성껏 키우는 일벌, 어두운 데서 거꾸로 매달려 사는 박쥐 등을 통해 다양한 동물들의 생활방식도 알 수 있다.
셋째,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두 딸의 아빠인 저자가 쓰는 색은 포근하고, 부드럽다. 처음엔 연한 하늘색을 쓰다가 올라갈수록 진한 하늘색을 쓰는데 마지막엔 깊은 밤의 푸른 우주 빛깔을 쓰고 있다. 변화와 더불어 책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다. 선은 단순하면서도 귀엽다. 주인공 도치는 우주소년 아톰처럼 앞 머리카락이 말려 올라가 기운차고 도전적으로 보이고, 등장하는 동물들, 심지어 뱀마저도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100층짜리 집을 움직이는 우주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 어린이가 편지를 받고 찾아 갔을 때 전에는 없던 건물이 갑자기 땅에 내려 온 듯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100층 방문 후 다시 땅에 내려와 올려다 보니 100층짜리 집은 별이 가득한 하늘 저 멀리로 사라져간다. 그렇게 함으로써 별을 좋아하는 독자 어린이들은 자신도 언젠가 주인공처럼 초대장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새로운 구성과 다양한 내용으로 독자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의미를 듬뿍 안겨 줄 것이다. 한 가지 노파심에서 드는 우려는 이렇게 풍성하고 흥미로운 책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적절한 지도 없이 읽혀질 경우 다소 산만하고 반복적인 지루한 책으로 전락할까 두렵다. 이 책을 통해 사랑스런 우리 어린이들이 꿈을 향해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인내심도 키우고, 다양한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생각과 마음이 자라고, 마침내 꿈에 다다라서 행복을 만끽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