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두루미 한 마리가 탈출을 위해 질척거린다.
다리로는 할 수 없어 부리를 늪에 힘차게 박아 본다.
부리도 다리와 마찬가지로 늪에 빠져든다.
돈의 세계에서 책의 세계로 갈아타기를 시도하고 있는 듯하다.
책이 내게 구원을 줄 수 있을까?
책의 세계에서 천국을 경험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 왜 책에 빠져 보려 하는가?
그냥 좋아서...
얼마나, 언제까지.
돈이 나를 구원하지 못하듯 책도 나를 구원하지 못할 것이다.
돈이 내게 붙지 않았듯, 책도 내게 붙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읽을 것인가?
그래도 읽을 것이다!
이 짓 말고 할 게 없다.
저녁에 요한복음 5장에 나오는 베데스다 못 가의 38년 된 병자 이야기의 성경공부교재를 편집했다.
오래된 절망, 실현가능성 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절망을 회피하려는 위선을 부리듯 나 또한 책으로 위선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명백백 책이 내게 구원을 줄 수 없을 것이다.
구원은 그 분의 능력과 사랑에 달린 문제지 돈과 책으로 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감사하고, 섬기며, 희생하는 삶을 살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