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내 이름은 빨강`, 그 두번째 독후감입니다.)

왜 오르한 파묵은 제목을 `내 이름은 빨강`으로 뽑았을까?
이 책의 소제목 59개는 하나같이
`나는 XXX`,
`저는 XXX`,
`내 이름은 XXX`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정체성과 관련된 형식을 취한다.

이 책은 화가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예술, 사랑, 신앙에 관한 이야기다.
화가들은 색과 선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세밀화에서 가장 중요한 색은 누가 뭐래도 금색과 빨강이다.
금색이 신과 술탄의 색이라면,
빨강은 인간과 화가들의 색이다.
소설은 살해당한 금장색 엘레강스의 시체가 우물 바닥에 누워 내뱉는 목소리로 시작한다.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p.13)

금색과 더불어 사그라드는 이스탄불의 화풍과 밀려드는 베네치아의 화풍 가운데
화원장 오스만은 두 눈동자를 차례로 찌른 예리하고 긴 바늘에 묻은 분홍 피를 확인함으로써 전통 장인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도제들은 두 화풍 가운데 도대체 무엇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가운데 수 많은 붉은 피를 보게 된다.
그 가운데 살인자는 이도저도 아닌 인도로 가는 길을 대안으로 모색하게 되고,
마지막엔 자신의 피까지 콸콸 쏟는다.
`신께서는 자신의 창조물들이 피 흘릴 때 외에는 이 멋진 빨간색을 보여 주지 않으시지.`(2권 p.191)

더 이상 알 수 없어 빨강에게 직접 물었다.
빨강의 의미는 뭐니?
우선, 빨강을 포함한 색의 의미는 그것이 우리 앞에 `있다(존재한다)`는 뜻이며,
그것을 우리가 `본다(감각한다)`는 것을 뜻하지.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신을 부정하고자 할 때 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지.
그러나, 신은 보는(`보이는`이 아니라) 사람에게는 보이네.
그래서 코란에는 보는(`보이는`이 아니라) 사람과 보지 않는(`보이지 않는`이 아니라) 사람이 절대로 같지 않다고 쓰여 있지.(p.335)

이렇게 지금 내가 장님 세밀화가를 통해서 나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말의 안장 덮개를 천천히 나 빨강으로 칠하고 있는 견습생은 나를 보지 않는다네.(p.335)
나처럼 새빨간 예술, 사랑, 그리고 신앙은 안중에도 없이 살아간다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