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영업합니다 - 온라인서점 MD의 읽고 파는 이야기
구환회 지음 / 북바이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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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쓴 책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독서가에게 서점 주인, 사서, 작가, 출판사 직원이 쓴 책이 재미없을 수가 없다. 그리고 독서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은퇴 후에, 동네에 조그마한 서점을 하고 싶어 하고, 죽기 전에 한 권의 책은 내고 싶어 하고, 사서가 되어 좋아하는 책 속에 묻혀 살고 싶어 하고, 출판사를 차려 도저히 번역이 안 되는 명작을 직접 번역·출판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직업들은 책을 좋아하다 보면 한 번쯤은 어렵지 않게 대면할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책의 유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우리 독서가들에게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 직업이 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빨리 신간을 접하고(간혹 책을 쓴 작가보다 빨리), 작가와 출판사보다 더 간절하게 책이 잘되길 바라며, 작가를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직업인데도 말이다. 그들은 마치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나오는 포경선 선원처럼 이 세상에서 우리가 만드는 고래기름이 없다면 고귀한 양반들이 촛불조차 켤 수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가 없으면 출판계는 존재할 수 없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는 이들이다.


그들이 바로 인터넷 서점 MD들이다. 그들은 너무나 소수이고 대외적으로 노출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출판계를 움직이는 엔진이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가깝다. 작가인 나도 서점 MD를 단 한 번도 알현한 적이 없다. 그런데 책을 내다보면 그들이야말로 책의 성공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좋은 책을 찾아내는 신통한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대체 그들은 어떻게 일하고 책을 어떻게 바라볼지 언제나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이 나라의 최고 노른자 땅에 돈 안 되는 서점을 운영하여 수많은 독서가로부터 존경받는 교보문고 MD 구환희 님의 <독서를 영업합니다>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독서를 영업합니다>를 읽다 보니 막연하게 생각했던 서점 MD의 세계와 실상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마치 염라대왕처럼 36개의 계단 위 옥상에 앉아 고개를 잔뜩 숙이고 처분을 기다리는 출판사 직원들 앞에서 책의 운명을 결정하는 권력자가 아니라, 그들도 작가나 출판사처럼 아니 더 간절하게 책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출판계의 수레바퀴였다. 일찍이 MD뭐든지 다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들은 바는 있지만, 그들이 오프라인 행사도 주관하면서 모객을 어떻게 하면 더 모을지 고민하고, 몰려드는 책더미가 무너지는 책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 책 쌓기 아트를 수련하는 고달픈 직업이라는 것도 알겠다.


참 이상한 일이다. 무게를 못 이겨 무너질 정도로 많은 책이 모였다면 이제는 책을 비우거나 서가에 꽂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책 쌓기 기술에는 MD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다시는 너를 무너지게 두지 않겠다라는 신념을 불태우며 MD는 온 힘을 다해 책 탑을 복원한다. 사실 일이 많아 바쁘므로 예술혼을 빙자해 책을 방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건 예상한 바 있지만 신간이 나오고 책을 홍보하려는 출판사 직원과의 미팅이 분 단위로 쪼개지고, ‘잠깐 책만 전해주고 갈게요라고 말하는 출판사 직원이 왜 공포스러운 존재인지도 몰랐다. 그렇다. 그들은 책의 재판관이 아니라 책을 팔아야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책과 작가를 누구보다 아끼는 사람들이라니.


책을 파는 MD에게 저자만큼 중요한 사람은 없다. 모든 MD는 저자가 쓴 책을 팔고, 모든 독자는 저자가 쓴 책을 읽는다. 1차 직업 주체인 저자가 집필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MD 같은 2차 직업은 사라진다. (작가님 덕분에 월급을 받습니다...) 따라서 업무 때문에 책을 말해야 할 때 비판이나 비난은 잘 하지 않는다.


이제 이 책의 금싸라기를 말할 차례가 되었다. 대체 서점 MD들은 어떤 책을 주목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 이야기야말로 독자, 작가, 출판사 직원 모두에게 귀한 조언이자 가이드가 될 것이다. 서점 MD야말로 가장 다양하게 그리고 빨리 읽을만한 책을 고르는 일종의 사금을 거르는 채와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첫째, 상을 받은 책이다. 그렇다고 모든 상을 다 말하는 것은 아니고 노벨상, 부커상, 전미 도서상, 서점대상, 휴고상과 같은 상을 받은 책이다.


둘째, 추천사가 뛰어난 책이다. 나는 유명한 사람의 추천사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추천사 내용이 뛰어난 책이란다. 그러니 유명 인사를 섭외해 출판사가 쓴 초안을 그대로 싣는 것은 크게 도움이 안 되겠다. 무명작가일지라도 신형철 평론가나 황정은 작가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극찬을 했다면 일단 귀가 솔깃해진다고.


셋째, 제목이 좋은 책이다. 호기심을 자아내거나 감각적이고 신선한 언어 사용이 인상 깊은 책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제목력이야말로 출판사와 작가의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령 광화문 그 사내를 출판사가 칼의 노래로 제목을 바꾸지 않았다면, <참을 수 없는 가벼움><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그들의 운명은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초대형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아무리 요리조리 변용을 해봐야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넷째, 표지가 강렬한 책이다. 나도 이 부분에 공감한다. 대체 왜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라라는 말이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서점 MD와 마찬가지로 일반 독자들은 표지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것만 생각하면 되겠다. 책 좀 읽었다는 사람은 표지만 봐도 자비로 출판된 책이라는 것을 한눈에 안다.


다섯째, 첫 문단이 강렬한 책이다. 첫 문단이 강렬한 책은 웬만해서 실패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의 띠지로 넘어가자. 독서가들은 대체로 띠지를 귀찮아한다. 오죽하면 띠지를 만든 자 지옥에나 떨어지라는 저주가 나왔을까. 그래서 독자들 사이에서는 띠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고찰이 끊이지 않는다. 구환희 MD는 띠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가 생각하기에 띠지는 수상 이력, 추천사를 실을 최적의 공간이며 책을 버려질 위기에서 구원해 주는 하나님이 건네준 일종의 생명의 밧줄일 수 있다.


눈치를 챈 사람이 없겠지만 이 서평은 이 책을 반만 읽고 쓴 것이다. 서평을 쓰기 위해서 읽다가 반만 읽고 이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는 마치 <모비딕>에 고래에 관한 백과사전식 지식이 가득 찬 것처럼 출판, 독서, 글쓰기 등에 관한 보물이 쏟아져 나와 도저히 한 수레에 싣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읽을수록 뼈와 살이 되는 귀한 내용이 나와서 어떤 내용을 빼야 할지 내 아둔한 머리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으른 서평이라고 비판 마시라.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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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12-0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으른 서평이라 비판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왜 이렇게 글을 잘 쓰셨냐고 원망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책에 대해서는 소개하는 글을 쓰기가 어렵다 느낍니다.

오래전 출판사 영업자로 일했던 시절 만났던 여러 MD들이 떠오르네요.

박균호 2025-12-06 16:52   좋아요 0 | URL
네 글도 내용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에는 남편과 불화 끝에 억울하게 죽어간 귀족 부인의 유령 이야기가 나온다. 가문의 몰락을 예고하는 유령의 발소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찰스 디킨스는 유령이야말로 집안의 전통과 고귀함을 상징하는 특권이라는 대사를 통해서 귀족사회를 꼬집는다


놀랍게도 빅토리아 시대 산업혁명으로 돈을 번 신흥 부르주아가 등장하자 몰락해 가는 전통 귀족들은 자신들의 우월함을 증명할 게 오래된 핏줄전설밖에 없었다. 그래서 돈 좀 벌었다고 다 귀족인가? 우리처럼 수백 년 된 저택과 전용 유령(family ghost) 정도는 있어야지 진짜 명문가지.” 뭐 이런 마인드였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한 독살당한 선왕의 유령이 나타나는 장소도 엘시노어 성이었다. 대체로 서유럽의 유령은 가난한 민중이 아니고 거대하고 오래된 저택이나 성이 무대였다. 가난한 자에게는 유령도 사치였고, 지켜야 할 성과 재산이 있는 귀족 정도는 되어야 유령이 붙어있을 자격(?)이 생긴다. 아마도 찰스 디킨스는 이런 클리셰를 빌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러시아의 유령은 서유럽의 유령과 사뭇 다르다. 서유럽의 유령이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면 러시아 유령은 힘없고 가난하며 착취당한 서민들의 것이었다. 도스토옙스키가 다닌 공병학교가 있고 그가 작품활동을 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화려한 건축물에는 유령 이야기가 넘쳤다


표트르 대제가 유럽으로 향하는 창으로 건설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애초에 도시를 건설할 장소가 아니었다. 늪지대였기 때문이다. 이 늪지대를 나무와 돌을 맨손으로 메운 것이 수많은 민중이었다. 이들의 한이 유령으로 표출된 것이다. 한마디로 가난한 유령이었던 셈이다. 러시아 유령의 활동무대는 저택이나 성이 아니라 춥고 습한 거리, 비좁은 하숙방, 네바 강변이었다.

 

고골의 외투는 가난한 유령을 다룬 대표작이다. 가난한 말단 관리는 힘들게 장만한 외투를 도둑맞자 죽어 유령이 되어 자기 외투를 찾아 달라며 지나가는 고관대작들의 외투를 빼앗는다.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라고 천명한 도스토옙스키는 죄와 벌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어김없이 가난한 유령을 등장시켰다. 사실 가난한 유령의 기초를 다진 것은 러시아의 국민 시인 푸시킨이다.

 

그의 서사시 청동 기마상에는 가난한 하급 관리 예브게니가 등장한다. 그는 결혼 준비로 모은 모든 재산과 약혼자를 네바 강의 홍수로 잃자 미친 상태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를 배회한다. 살아 있는 유령이었던 셈이다. 이 예브게니가 나중에 진짜 유령으로 돌아온 것이 고골의 외투의 하급 관리 유령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캐릭터가 유사하다. 푸시킨과 고골이 러시아 민중들에게 추앙받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고전 소설을 읽다 보면 역사책에 나오지 않는 흥미로운 살아 있는 역사가 펼쳐진다. 이 고전 속 역사를 파고드는 것은 무척 흥미로울 뿐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기도 하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사람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전 속 인물의 이야기가 곧 오늘날 인물의 이야기이고, 고전 속 인물의 고민이 곧 현재 우리들의 고민이다.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고전만을 다뤘다. 놀랍게도 이 책에서 다룬 33권의 고전 안에는 현대 청소년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 빠짐없이 담겨있었다. 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하더라도, 한 문장씩 따라 쓰다 보면 고전 속 인물의 고민이 오늘 내 마음속 고민과 자연스럽게 겹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래서 옛 천재들의 현명한 해답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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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발견한 고전 지도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새 교과서를 고르는 작업이 한창이던 때, 내가 직접 가르치는 과목은 아니지만 호기심에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를 찬찬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철학·사회·문학·정치 등 인문·사회 전 분야의 고전과 작가가 짧게라도 촘촘히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고전이 아이들 눈앞을 지나가는데, 정작 천천히 읽어 보고 곱씹어 볼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교과서 속 좋은 문장을 만나고도 스쳐 지나가기 쉽지요. 그 순간, 교과서에 단 한 줄로 적힌 고전의 문장을 교실 바깥에서 조금 더 길게, 손으로 따라 쓰고 생각으로 이어 가게 해 줄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고전을 지금 내 이야기로 만들기

 

실제로 중학교 교과서에 언급된 고전들만 제대로 읽어도, 우리가 평생 꼭 한 번은 만나야 한다고 여기는 인문·사회 고전의 상당수를 이미 다 읽는 셈이 됩니다. 그만큼 고전은 교실 속 가까운 자리에 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고전을 지루하고 어렵기만 한 책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고전은 당대의 삶과 고민이 가장 뜨겁게 응축된 이야기였고, 그래서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을 통해 교과서 속 고전을 암기해야 할 문장이 아니라, 아이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구수한 이야기로 풀어 주고 싶었습니다.

 

십대 고민과 고전을 잇는 필사 설계

 

솔직히 말해, 아무리 고전이 좋다고 해도 아이들이 매일 마주하는 유튜브 쇼츠의 빠른 자극을 단번에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 30여 년 동안 청소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알게 된 아이들의 질문공부와 진로, 우정과 관계, 자존감과 실패 같은 고민을 고전의 문장과 하나씩 연결해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너무 많은데 정작 아무것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겠다라는 고민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만납니다.

 

누구라도 모든 주의력과 모든 의지를 특정한 목표에 쏟으면, 언젠가는 거기에 도달할 수 있어요.”라는 문장을 통해, 스마트폰 알림과 관계, 과제로 에너지가 흩어지는 현실을 비추어 보게 하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그 문장을 쓰고 곁들인 질문에 답하며, ‘내가 진짜 원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지금 어디에 힘을 쓰고 있는지를 스스로 정리해 보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고전 속 문장이 곧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청소년 자신의 이야기로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본문 4단 구성과 부록 확장 읽기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에 실린 33권의 고전은 모두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각 교과서에서 실제로 다루는 작품들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반드시 마주치게 될 고전을 바탕으로, 오늘의 고민에 따뜻한 조언을 건네고 학업에도 도움을 주고자 했습니다. 본문은 네 가지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작품을 관통하는 고전 한 줄을 먼저 제시하고, 그 문장이 나온 시대와 맥락을 오늘의 일상 고민과 연결해 설명합니다. 이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생각거리, 일상에서 바로 실천해 볼 수 있는 오늘의 미션을 더해, 필사가 삶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부록 역시 중요하고 재미난 정보를 많이 담았습니다. 각 고전에 대한 소개로 시작해 작품 이해를 돕고, ‘더 읽어 볼 만한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확장 독서로 나아가게 합니다. 또한 각 추천 작품마다 짧지만 본질을 꿰뚫는 한 줄 소개를 덧붙여, 고전의 매력을 단번에 붙잡아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방식으로 감상해 볼래요?’에서는 고전의 배경이 된 도시와 자연, 전쟁터와 광장, 작가가 걸었던 길과 집터 등을 찾아가 현장을 보여 주는 브이로그나 전문가 해설 영상을 QR 코드로 연결해 두었습니다. 책으로 읽은 고전을 실제 공간과 이야기로 다시 만나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훨씬 생생하고 입체적인 이해를 열어 줄 것입니다.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은 교과서 속에서 흘러가 버리기 쉬운 고전 한 줄을 붙들어, 오늘의 고민과 연결해 내 이야기, 나의 문장으로 체득하게 하는 책입니다. 좋은 문장을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곱씹는 경험이, 청소년에게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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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도서관 - 책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2025 경기히든작가 선정작
인자 지음 / 싱긋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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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사람의 노후는 도서관을 이용하는가 아닌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만큼 세금의 효용성을 체감하게 해주는 공공 시설은 드물다. 아울러 출근할 직장이 없는 사람에게 도서관 만큼 따뜻한 보금자리도 드물다. 동네 노인정에서 화투를 하거나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정치인 욕하는 것도 즐거운 소일거리이지만 도서관에서 보내는 하루만큼은 아니다. 도서관은 책만 읽는 장소가 아니다. 영화도 볼 수 있고 다양한 분야의 명사의 강연을 공짜로 들을 수도 있다. 더구나 냉난방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여름엔 더 없이 훌륭한 피서지이고 한 겨울 한파가 무섭지 않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놀랍게도 비데가 설치되어 있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곳이다.

 

이런 도서관을 삶의 무대로 삼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웃기고도 짠한 풍경들을 기록한 책이 인자 작가의 에세이 <삶은 도서관>이다. 20년 넘게 광고·홍보 일을 하다가 마흔이 훌쩍 넘어 공공도서관 노동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저자가, 책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첫 에세이이자 ‘2025 경기히든작가산문 부문 선정작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나에게는 도서관 만한 집필실이 없다. 디지털 열람실에서는 개인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고 최소 수만권의 참고 자료가 곁에 있으며 한달에 몇 만원 드는 논문검색 사이트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나는 개인 노트북도 사용할 수 있고 도서관 자체 데스크탑도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열람실을 애용하는데 한 일주일만 다니다보면 서로 얼굴을 다 익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각자 어떤 미래를 꿈꾸고 어떤 자격증을 준비하는지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지도 알게 된다.

 

조용한 도서관 생활이 약간 권태스러워질때마다 어김없이 빌런이 등장해서 무료함을 달래준다. 어떤 중년 이용자는 매일 제일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매일 영화를 보면서 마치 부모님 장례식장만큼이나 서럽게 운다. 오랜 동료 의식으로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또 어떤 남성은 프린트를 하고서는 분명 자기집에서 한 것과 폰트가 다르게 인쇄되고 글씨가 흐리다며 죄없는 도서관 공익 요원에게 항의한다. 참다못한 한 의인이 그 그렇게 까다로워서야 어디라며 혀를 차며 그럴거면 당신 집에 가서 프린트 하든가라며 쏘아붙이기도 한다. 그래도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신기한 일이다.

 

어느 도서관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이상하게도 전화가 오면 통화하면서 나가고, 남녀가릴 것 없이 그냥 열람실에서 시원하게 코를 풀며, 코고는 사람이 항상 사운드를 채워주며 운이 좀 나쁘면 인자 작가처럼 코딱지 빌런을 만난다. 물론 인자 작가가 만난 초등학생 코딱지 빌런은 그저 자기 세계에 집중하면서 생긴 일이고 점잖게 지적하면 당장 멈춘다. 이 외에도 열람실에서 혼자말 하는 사람, 한숨 푹푹쉬는 사람, 마우스 딸깍 거리는 사람등등 다른 이용자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지 않더라도 도서관 책을 빌리다보면 참으로 다양한 인간의 이상한 행태를 만나곤한다. 어떤 맞춤법에 미친 이용자는 매 쪽마다 출판사 편집자처럼 첨삭 부호를 마구 휘갈겨 놓았다. 나름 좋은일 해놨따고 흡족해 할텐데 더 큰 문제는 첨삭이 딱히 맞지도 않다는 것이다.

 

가끔 이 모든 빌런과 소요사태에도 표정 변화가 전혀 없는 디지털 열람실 담당 공익요원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그는 하루 종일 온갖 이용자를 다 겪었을테니 나보다 훨씬 더 웃기고 화나는 상황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흔하디 흔한 노인정과 동네 공원에서 푸는 썰과는 차원이 다른 학생이 아니면서 도서관이라는 시설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극소수만의 썰이니 얼마나 재미날까? 나의 이런 궁금증과 호기심을 명쾌하게 해결해 준 고맙고 반가운 책이 인자 작가가 쓴 <삶은 도서관>이다. 광고 홍보인으로 일하다가 47세에 도서관 직원이 된 작가의 유쾌하고 쌉쌀한 도서관 사람들 이야기다. 역시 초반부터 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불 꺼진 열람실에서 알콩달콩 애정 행각을 벌이는 고등학생 연인의 에피소드도 그렇고 똥이 급한 한 외부인과 화장실 시비가 붙어 경위서를 작성한 이야기도 그랬다.

 

오전 열한 시, 도서관 로비에서 한 외부인이 화장실 사용을 요청했으나...... 그럼 똥을 싸란 말이냐고 항의하여...... 이곳에 똥을 싸시면 안 된다고 응대하자......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서관 직원을 꿈의 직업으로 여기지만 인자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세상의 빌런은 도서관에 다 모이는 것 같다. 혼자만 읽겠다고 만화책을 서가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다가 마치 다람쥐가 도토리를 꺼내듯이 꺼내보는 소년, 커피는 마시고 싶은데 매번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서가에 몰래 숨겨두는 남자, 물은 역시 스뎅 사발로 마셔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매번 도서관에 가져오는 어르신 등등

 

그렇다. 도서관에 가면 책을 좋아하는 지성과 품위가 있는 낭만적인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실상은 매우 독특한 행동 특성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이유를 고찰해 봤다. 아마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소중한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자칫 빌런들의 놀이터가 아닌 따뜻한 인간미 맛집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인자 작가를 비롯한 도서관 노동자들이다.

 

<삶은 도서관>은 도서관에서 일어난 일이라기보다는 우리 곁 이웃을 둘러싼 따뜻한 이야기 모음집이라고 읽힌다. 다만 책과 도서관이 무대여서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특별히 더 흥미롭게 읽힐 뿐이다. 마치 흥신소처럼 책 이름을 정확히 기억 못 하는 이용자를 위해 탐정처럼 정확하게 그 책을 찾아주는 이야기를 읽다가 십수 년 전 내가 등록하게 될 자동차 번호에 4자가 두 번이나 들어가 있다며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하던 시청 직원이 생각난다. 다행히 치명적인 사고 없이 그 차를 11년이나 운행했는데 가끔 민원인의 일을 자기 일로 고민하던 고마운 그 직원이 생각난다. 인자 작가는 아마도 많은 도서관 이용자에게 십여 년간 잊히지 않는 추억과 따뜻한 정을 선물한 사람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글을 잘 썼고 글을 만지는 일을 하다가 뒤늦게 도서관 공무직을 시작한 인자 작가에게 직장 도서관은 책을 쉽게 접하고 읽을 기회가 많은 곳이 아니다. 이용자가 아니라 직원이기 때문이다. 도서관 직원은 책을 읽는 직업이 아니고 책을 다루는 직업이다.

 

내가 진짜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지점에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용자들의 진지한 열정을 볼 때, 읽고 싶었던 신간이 들어왔다며 아이처럼 설레는 모습을 볼 때, 나는 무한하고 벅찬 긍정의 에너지를 얻는다. 유모차를 끌고 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동화책을 고르는 엄마들을 볼 때, 나는 일종의 위대함을 느낀다.

<삶은 도서관>은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책이다. 도서관 이용자들의 흥미로운 에피소드, 도서관 직원의 황당한 고충, 가족 이야기, 글쓰기 이야기 등등이 모두 녹아 있는데 희한하게 책을 덮고 나니 두 가지 생각으로 또렷해졌다. 참 재미난 책이구나! 참 따뜻한 책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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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5 2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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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5-11-16 10:51   좋아요 0 | URL
아.네네 작가님 지적이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재쇄하게 되면 감사히 반영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 - 페스트에서 코로나19까지 문학이 그려낸 감염과 치유의 과학
고관수 지음 / 계단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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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문학 책을 고르고 읽고 소장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한 분야를 평생 파고든 저자가 쓴 책이다. 믿을만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가능한 새로운 관점을 토대로 쓴 책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내 기준에서 고관수 선생이 쓴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평생 곁에 두고 읽을만한 책이다. 책상에 앉아 종이와 연필만으로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여서 수 없는 귀중한 지적 자산이다. 고관수 선생은 미생물을 전공하고 평생 미생물을 가르치고, 미생물에 관한 책을 써 온 저자이다. 미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치 기함과도 같은 존재라는 말이다.

 

나는 여간해서 읽지 않는 들어가는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헤르만 헤세의 로스할데이야기가 이어진다.

 

부끄럽지만 나도 헤르만 헤세를 좋아해서 그의 작품 코너를 따로 모아둔 책장 한쪽이 있는데도 아직 읽지 못한 소설이었다. 무슨 소설인가 싶어 궁금했는데, 가족이라는 현실과 예술이라는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예술가의 정신적 고뇌를 다룬 것이라고 한다. 이 방면이라면 달과 6펜스도 생각나고, 최근에 읽은 에밀 졸라의 작품도 한가락 하는 작품이다.

 

어쨌든 로스할데의 주인공은 화가로서 성공했지만, 아내와는 애정이 식을 대로 식은 상태다. 마치 달과 6펜스의 천재적 화가 스트릭랜드처럼 가족을 버리고 파리로, 타히티로 떠나듯이, 에밀 졸라의 작품에 나오는 열정적인 화가 랑티에가 피리 근교 세느 강변으로 옮겨가듯이, 로스할데의 주인공도 인도로 떠나려는 순간 둘째 아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끝내 숨지고 만다.

 

아들의 병명은 뇌수막염. 헤세는 마치 자신이 이 병을 앓은 것처럼, 아니면 곁에서 뇌수막염 환자를 지켜본 것처럼 사실적으로 죽어가는 아들의 병세를 길게 묘사한다. 이 구절을 소개하는 고관수 선생은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미생물학자로서 강의에서 종종 뇌수막염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소년이 마침내 뇌수막염에 굴복하여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 묘사한 소설 덕분에 뇌수막염이라는 질병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는 고관수 선생의 설명은 둔기에 맞은 것처럼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설이라는 장르의 효능성을 이토록 묵직하게 설파하다니 놀랍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소설이 아니라,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감염병의 실체와 역사적 흐름,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다룬다. 간혹 한두 작가의 지병과 문학작품의 관계를 다룬 책은 있었지만, 이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수많은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감염병을 광범위하게 논한 책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이런 면에서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좋은 소설을 음미하는 새로운 레시피를 추가한 문학사적 공헌을 한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페스트, 제인 에어, 크눌프, 마의 산, 레 미제라블, 드라큘라, 발가락이 닮았다, 천 개의 파랑등 유명 작품이나 덜 알려진 숨은 명작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전염병 이야기에 빠지고 또 질병의 사회사까지 물 흐르듯 이어진다.

 

따지고 보면 문학작품, 특히 고전에 질병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우리가 즐겨 읽는 고전이 쓰이던 시대는 페스트, 콜레라, 결핵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문학은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니 질병은 단골 소재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주인공이 급작스럽게 질병으로 사망하는 설정은 작품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의 질병은 인생의 덧없음과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나 역시 레 미제라블을 사회적 약자의 교육 기회 부족, 빈부 격차, 기득권 남용을 고발한 소설로 읽었는데, 고관수 선생 덕분에 빅토르 위고가 가난한 사람들이 위생·영양 상태가 나빠 더 병에 취약했다는 사회 부조리를 고발한 소설로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고관수 선생에게 후속작을 부탁하고 싶다. 그래서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졸라의 작품속 화가의 어린 아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알료사와 친했던 소년 일류샤를 앗아간 질병까지 이어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 따지고 보니 내가 읽은 고전 중 질병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고전 작가들은 의학 지식이 부족하여 질병 자체를 미스터리로 여겼다. 질병을 통해 인간이 알 수 없는 신의 섭리와 운명을 탐구했다면, 질병을 살피는 것이 곧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라 할 수 있다. 미생물로 쓴 소설들은 그 중요한 단서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소설 처럼 재미있는 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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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2025-09-25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박균호 2025-09-25 11:06   좋아요 0 | URL
네 재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