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여주의 흥천도서관과 안양의 만안 도서관 강연을 다녀왔다. 모두 처음 가보는 곳들이다. 흥천도서관은 인구 3천 명 면 소재지의 도서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큰 도서관이었다. 건축학적으로 설명을 하기는 어렵지만 1, 2층이 트여있어서 마치 수려한 성당에 온 느낌이었다. 박완서 선생님이 독서의 즐거움은 책 자체보다도 책을 읽어보면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평소와 달리 보이는 색다른 경험이 더 크다고 했던가.
흥천도서관은 주변의 풍경이 목가적이고 소담스럽다. 도서관 바로 앞에 저수지가 있는데 저수지 둘레길에 서 있는 나무와 오두막이 마치 수려한 산수화를 보는 듯했다. 여기에다 따뜻한 봄날의 햇살이 비추니 천국이 따로 없다. 다만 한가지 내가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 도서관은 대체로 언덕 위에 있는데 그간의 사정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지만, 노약자 이용자가 많은 도서관의 특성을 고려하면 개선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강연하면서 약간 웃기는 이야기를 하면서 내 이야기에 도취해 바로 앞에 앉아서 열심히 내 말을 듣는 여성 관객 자리 30cm 앞에 침이 튀겼다는 사실이다. 그날이 가족 여행가는 날인데 내가 쓴 < 세계문학 필독서 50>을 재미나게 읽고 강연에 참석했다는 그분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침이 튀기는 순간 그분의 눈동자 각도는 정확히 내 얼굴로 향했으니 이 참사를 깨닫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죄송스럽다.
안양은 매우 복잡한 도시였다. 차도 많고 사람도 참 많았다. 그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강연 시작 30분 전에 만찬에 참석할 것 같은 정장 차림의 여성분이 강연장에 입장하신 것이다. 그분께 내가 미리 준비해서 간 내 책을 선물했다. 좀 멋쩍어서 도서관 마당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있는데 여기 또한 천국이 따로 없다. 내 아내는 가끔 내가 특별하지 않은 나무와 꽃 풍경을 보고 소리 내 감탄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하는데 만안 도서관 앞마당은 특별한 조경이 없는데도 그늘아래서 따뜻한 봄 햇살이 가득한 풍경을 바라보자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도서관 담당자 선생님은 내 저서를 모아놓은 테이블 위에 그날 꽃시장에서 직접 사 왔다는 예쁜 꽃병을 두셨다. 슬며시 수고스럽게 뭘 이렇게까지 준비하셨냐고 여쭈었는데 가끔 이 정도로 준비하지 않으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핀잔하는 강사분이 계신다고 한다. 조금 낯선 세계관이다. 여하튼 이 자리도 즐거워서 오버하는 바람에 하지 말았으면 더 좋았을 몇 마디 우스갯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깊이 반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