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신기한 예지력이 있는데 잠을 자면서도 먹을 것에 대한 촉각이 매우 예민하다는 것이다. 코를 골고 자다가도 우연히 눈을 뜨면 아내가 뭘 먹고 있기가 일쑤다.
오늘 아침도 그런 경우인데 마침 아내가 커피를 내리고 있더라. 냉큼 커피 한잔을 얻어서 빵과 함께 맛난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어슬렁거리는데 아내가 생수 한 병을 가져오라고 명하셨다. 냉큼 달려가 생수 한 병을 아내에게서 바쳤다. 행여나 아내가 마개를 따다가 손이 아플까 봐 마개를 따서 줄려는 찰라.
아내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니! 왜 마개를 따는 거야?”
아내의 불호령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씨X, 내가 또 무슨 잘못을 한 거야?’ 그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 아내님은 도대체 마개를 따지 않은 생수병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이었을까? 뭘 하려고 한다고 해도 마개를 다시 닫으면 물이 새지 않을 텐데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일까?
추호도 내가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늘 잘못하는 사람이니까. 물병 마개를 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에 대한 의문은 아내의 다음 말로 금방 해결되었다.
“당신, 나 먼저 물 한 모금 마시려고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