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에 전화가 왔다. <소명출판>이라는 이름이 뜬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미안하다는 말을 준비했다. 왜 이런 예감은 틀리지 않는 것인가


예상대로 소명출판에서 낸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을 읽고 강연이나 연재 부탁을 전달하는 용건이었다.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아서 미안한데 올해 들어와서 갑자기 늘어난 강연이나 연재 부탁의 대부분이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덕분이다.


무척 바쁜 출판사인데 이런 일로 자꾸 나에게 연락하게 해서 송구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동네 이장을 지낸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너무나 익숙한 <농민 신문><이 책 이 문장>이라는 대문을 달고 매주 연재를 하게 되었다.

 

종종 악덕 출판사 이야기는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이렇게 제 살을 갉아서 저자를 빛나게 하는 출판사 이야기는 드물다. 천 쪽이 넘는, 문학 사료가 가득한 간행물을 일 년에 두 번 꾸준히 내는 출판사가 또 어디에 있을까. 소명출판은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할 사람이 없다는 소명으로 책을 내는 출판사다. 그래서 소명출판에서 책을 내는 저자들은 출판사의 피와 땀의 열매를 누린다. 내가 소명출판에 감사하고 미안한 이유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나온 <근대서지> 23호를 냉큼 주문한다. 작지만 가장 확실하게 이 좋은 출판사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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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8-13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안 팔렸다구요? 그 좋은 책을 독자들이 못 알아 보다니
안타깝네요.
<근대서지>는 읽어보고 싶긴한데 넘 비싸고 두꺼워서 엄두를 못 내겠더군요.
리뷰를 쓰신다면 좋을 텐데...ㅋㅋ

박균호 2021-08-13 19:56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근대서지는 그냥 국문학 자료 창고라서 리뷰를 하기가 ㅎㅎㅎㅎ

바람돌이 2021-08-14 0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저는 그래봤자 책 진짜 재밌게 읽었는데.... 좋은 책은 이대로 묻히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베스트셀러 말고 스테디셀러로 가고 있는 중일걸요. ^^

박균호 2021-08-14 05:23   좋아요 1 | URL
ㅎㅎㅎ 감사해요...

mini74 2021-08-14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봤자 책 재미있게 읽었는데 ㅠㅠ 문학전집 1권에 대한 출판사들의 고민이야기도 재미있고 ㅎㅎ 역시 책도 뒷이야기가 재미있었어요. *^^*

박균호 2021-08-15 18:19   좋아요 0 | URL
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서만담도 읽고있는.. 2021-08-14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하고 읽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한 말씀 드리자면 12p 세번째 줄의 ‘뇌가 섹시한 남자‘라는 문장 때문에
기분 잡친 요즘 여자들이 더이상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거 아닐까 싶네요.
즉 박균호님의 뇌속에는 글은 남자가 읽는 걸로 셋팅 되어있고 (실제로 요즘 책을
직접 사는 사람은 3,40대 여자들이 많거든요) 이런 근본적 자세가 바뀌지 않으면
이런 오류가 거듭될 것 같은 우려가 생기거든요. 스스로 50대 꼰대라는 단어도 쓰셨으니
요즘 세태에 맞는 사고를 좀 더 많이 하셔야 할것 같고 소명 출판사 측의 편집자도 이런 부분을
바로 잡아 주셨다면 더 잘나가는 책이 되지 않았겠나 싶은 안타까운 마음에 한말씀 드립니다.
100p 밑에서 5번째 줄의 ‘준비해온 책일 때를‘ 도 말이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책이 라고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런게 아닐까 싶고요.
님께서 출판사를 칭찬하시니까 출판사가 조금 더 신경 쓰셨다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저의 생각을 보태봅니다.

박균호 2021-08-15 18:38   좋아요 1 | URL
글은 남자만 읽는다고 생각할리가 있나요? 저 뿐만 아니라 제정신이 아닌 이상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 세팅은 더 말도 안되고요.
제 책을 좋아하고 팬을 자처하는 분들의 대다수가 여성이고 저와 같이 작업한 출판사 편집자와 대표님도 상당수가 여성인데요.


‘뇌가 섹시한 남자‘ 에 관한 말씀은 논하고 싶지 않네요.

말씀하신 교정부분은 메모해두었고 재판을 찍을 때 고려해서 반영하겠습니다. 감사해요.

물론 편집자가 오탈자나 오류를 더 잘 교정해주면 좋겠지만 모든 원고의 오류는 기본적으로 저자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출판사 원망은 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제 책을 내느라 고생한 분들이니까요. 책에 관한 문제, 오류, 오탈자는 오로지 저자에게 있으며 저의 불찰입니다. 제가 출판사에 송구한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