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SNS를 잠깐 살펴보다가 재미난 사진을 발견했다. 재미나고 신기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사진인 것이, 내가 그동안 낸 책을 모아서 찍었는데 나 자신도 그 책들을 모두 가지고 있지도 그런 사진을 찍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사진을 포스팅한 분은 본인을 한 작가에게 꽂히면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내가 낸 허접한 책을 모두 읽고 소장한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심지어 심대를 위한 참고서 성격의 책도 구매를 하고 읽었다니 고마운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동안 낸 책을 한곳에 모아두면 저런 풍경이 된다는 것을 처음 본 것이다.
탐욕적인 책 소장가인 나는 내가 쓴 책에서만큼은 무소유를 실천한다. 내가 그동안 낸 책이 10권인데 내 수중에 있는 것은 2권뿐이다. 그것도 그냥 별생각 없이 처박아 두었는데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운이 좋게도 내가 낸 책은 대부분 재판 이상을 찍어서 내가 낸 초판을 소장할 기회가 점점 줄어가고 있지만 굳이 초판을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전작 주의자의 꿈>이라는 재미난 책이 있는데 그 책의 저자 조희봉 선생은 이윤기 선생을 존경해서 그분이 번역하거나 쓴 200종이 넘는 책을 모두 수집했다고 한다. 그 인연으로 이윤기 선생을 만나고 이윤기 선생이 주례까지 서게 되었다. 한 저자의 책을 모두 읽는 ‘전작 주의’라는 말은 이 책 덕분에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나도 최창조 선생의 풍수책이라든가 이덕일 선생의 역사책 등을 좋아해서 모두 읽고 모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내림굿을 받은 무속인이 신기가 발휘되는 유효기간이 있는 것처럼 작가도 어느 순간부터 기가 다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분야에 관한 관심이 훅 떨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 책을 전부 읽고 소장한 분을 만나서 내심 자랑스럽다기보다는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거나 과분한 자리에 앉았다는 어색함과 부담감이 앞선다. 어쨌든 내 책을 모두 모으니 자식처럼 이쁘게만 보인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서 사진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