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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
전소영 지음 / 달그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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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도 너는 먹는구나.
나는 잡식주의자라서 너도 먹어.
그동안 나는 너를 잘 돌봐주지 못했어.
너를 잘 돌본 경험은 손가락에 꼽을 만큼이야.
너를 잘 돌봐서 교실 천장까지 감아지도록 나팔꽃을 피워본 적이 있었어.
너를 잘 돌봐서 교실 천장까지 감아지도록 나팔꽃을 피워본 적이 있었어.
봉숭아 꽃을 피워 아이들 손톱에 물을 들여주고 싶어서 여린 봉숭아 새싹이 꺾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물을 줘 본 적이 있었어.
그 외에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분갈이를 해주지 않아 토마토의 뿌리가 공룡발톱처럼 화분 밖으로 삐져나와서 생명을 다 했어.
물을 자주 않아도 되어서 키우기 쉽다는 시어머니가 주셨던 다육 식물도 10년 전에 내 손을 거쳐 가서 생명을 다했어.

나 같은 사람에게 너는 말을 하고 있구나.
관심이 지나쳐 물이 넘치면 뿌리가 물러지고
마음이 멀어지면 곧 말라 버리지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여주고
겨울이 오면 따뜻한 곳으로 옮겨 주는 일,
필요할 때를 알아 거름을 주는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와주는 것일 뿐
조금만 도와주고 적당히 관심을 가졌으면 너를 그리 보내지 않았을 텐데
예전 같으면 지나쳐 버릴 가게들에 눈에 들어와.
이제 나도 너를 돌볼 수 있는 거리를 조금은 알지 않을까 하고
수줍게  용기 한 줌 꺼내서
퇴근길에 조그만 화분을 안고
너를 정성스럽게 만져주고 싶어.
물론 네가 원하는 만큼만 해줄게.
네가 인간인 나에게 소중한 지혜 한 줌 속삭여줬잖아.
적당한 햇빛, 적당한 흙, 적당한 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라고.
너는 식물이고 나는 인간인데
우리네 사이는 너무 똑같은 것 같아.
그동안 인간이라고 우쭐대서 미안해.
적당한 거리에서
너를 지켜보고 보살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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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되는 꿈
루시드 폴 지음, 이수지 그림 / 청어람아이(청어람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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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내가 하는 책 모임에서 동네서점 탐방을 간 적이 있다. 동네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고르라고 회장님이 말했다. 나는 무슨 책을 고를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는데 책모임 회장님이 자신의 최애 책이라고 ‘물이 되는 꿈‘을 나에게 추천해주셨다. 좋아하는 루시드폴과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이수지 작가님의 조합이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 내 딸과 한 번 읽은 다음 조용히 책장에 반 개월 넘게 방치되어 있었다.
4월의 춤을 듣고 플레이리스트에 루시드 폴 노래를 듣다 보니 아 우리 집에 루시드 폴 책이 있었지란 생각이 퍼뜩 들어 묵혀 두었던 ‘물이 되는 꿈‘을 다시 펼쳤다. 작년에 이 책이 내게 와 닿지 않았던 것은 ‘루시드 폴이 노래하고‘ 이 부분을 잊고 멋있는 병풍책 하나 득템 했다는 생각에 그림만 쓱 봤다. 오늘은 루시드폴이 노래하고에 초첨을 맞춰 노래와 함께 이 책을 감상했다.
노래를 입은 책은 예전의 책과 다른 책이었다. 노래와 함께 듣지 않고 읽었던 책은 그럭저럭 김치찌개 맛을 내는 동네 맛집 같았고, 노래와 함께 감상한 이 책은 특별한 묘수를 지닌 전국에서 유명한 맛집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꽃이 되는 꿈을 꾸기도 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누군가의 별이 되는 사람을 꿈 꾸기도 한다. 가뭄이 심한 나라는 무엇이든 비가 되어 마른땅에 촉촉한 단비를 적셔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는 커다랗고 단단한 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큰 충격에도 마모되지 않고 누군가 엉덩이를 대고 앉고 가는 큰 돌이 되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몇 천년 간 꿈쩍하지 돌,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기에 돌으로라도 무한하고 싶었다.
나는 바람이 되는 꿈도 꾸었다. 정처 없이 훅 떠나는 바람처럼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방랑기를 아는 지인들은 내게 ‘자유부인‘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있음에도 내 취미 생활을 약간이나마 할 수 있는 것은 든든한 육아 조력자 우리 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바람이 일면 어느 장소든 훅 떠나버리고 싶은데, 아이가 크니 학교부터 걸려서 이것 또한 쉽지 않다. 내가 늙어가는 것은 슬프지만 딸아이가 성인이 되면 나는 바람처럼 훅 떠나고 싶다. 타 시도로 이곳저곳을 파견 다니면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 싶기도 하다.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오늘 다시 만난 ‘물이 되는 꿈‘은 조금은 거칠어진 나의 마음을 촉촉하게 달래 주었다. 이 책은 그림책인 동시에 루시드 폴 노래의 악보가 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기타 코드도 간단하고 반복되는 리듬도 많아서 기타를 나처럼 어설프게 배우기만 했던 사람들도 쉽게 쳐 볼 수 있는 곡이다.
두 천재의 조합은 몇 년간 방치된 기타를 나로 하여금 꺼내게 했다. 비록 1번 줄이 끊어져 웃픈 연주를 했지만 말이다. 남편에게 1번 줄을 사 오고 줄을 갈아달라고 부탁했다. 당분간 나는 바쁜 남편 덕분에 나는 아직도 웃프게 연주를 해야만 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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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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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2월의 인스타라방책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꼭 한번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이슬아 작가도, 방송에서도, 내가 구독하는 잡지에서도 올해의 책으로 이 책이 많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해 잔뜩 기대를 했지만 소문난 잔치에 혹여 먹을 것이 없지 않을까 우려도 되었다. 다행히 이 책은 전자다. 빌리지 않고 소장해서 더 좋은 책이다. 
학부모들이 내가 결혼하기 전,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전 ˝부모가 아니라서 그래요. . ˝ ˝ 애를 안 키워봐서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네요.˝ 라고 던졌던 말들이 있다.  그말은 일부 맞는 말도 있지만 김소영 작가님을 보면 그 말은 모두다 틀린 말 같다. 오히려 부모가 된 나, 선생으로서의 내가 부끄러워지게 하는 책이다. 글방의 선생님이지만 그녀는 어느 아이의 부모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어린이를 관찰하는 눈과 마음은 여느 부모보다 선생보다 다정하고 정성스럽다.
나는 아이들의 말을 이렇게 정성스럽데 담아 본 적이 있었을까 반추해보았지만 그냥 일희일비하고 흘러가게 내버려뒀다.
김소영 작가가 글로 써내려간 무수히 많은 말들이 인상 깊었지만 나는 특히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라는 챕터가 좋았다. 글방에 다니는 현성이가 끈을 묶어야 하는 풋살화를 신고 오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새로 산 신발이라 엄마가 아침에 끈을 묶어 주셨지만 글방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했다. 묶는게 어려우면 선생님이 나중에 거들어 주겠다고 하고 현성이는 글방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날 현성이와 ˝시간이 흐르면‘이라는 그림책을 읽는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는 자라고 연필은 짧아져.˝ 시간이 흐르면, ˝빵은 딱딱해지고 과자는 눅눅해지지˝ 그리고 이어서 신발 끈을 묶는 어린이 모습이 등장하며 ˝어려웠던 일이 쉬워지기도 해˝ 라는 문장을 읽으며 작가의 마음이 뭉클해져서 현성이에게
˝그러니까 어른이 되면서 신발 끈 묶는 일도 차차 쉬워질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네˝라는 반응을 예상했는데 현성이의 말은 내 예상과 달랐다.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어른보다 야무지게 잘 해내지 못한 어린이들을 보면서 다 영글지 못한 존재로 은연 중에 그들을 낮게 봤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이 들었다. 시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면 나는 그 아이들을 답답해하곤 했다. 어느 아이는 서툴러서, 어느 아이는 너무 완벽해서 조금의 실수도 용납치 않아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찬찬히 나의 어린이들을 떠올려보면 현성이의 말대로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지 스스로 할 수 있었다. 내 목표에 어린이들을 도달하게 하려는 내 조급한 마음이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한 거 아닌가 싶다.

˝어린이를 기다려 주는 순간에는 작은 보람이나 기쁨도 있다. 그것도 성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와 어른은 함께 자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어린이를 기다려주면, 그런 어린이들은 조급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 다른 어른이 될 것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김소영 작가의 시선으로 나도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싶다.
김소영 작가의 시선으로 나를 보면 나는 아이들에게 뻥도 잘치는 고약한 어른이다. 화재경보기를 cctv라고 속이며 ˝부모님들이 니네 수업하는 거 다 보고 있어!˝ 하면 순진한 아이들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자세를 가다듬는다.  내 나이가 100살이라고 하면 ˝ 에잇 , 우리 엄마랑 비슷해 보이는데(눈썰미가 꽤 좋군!) / 30대처럼 보이는데(너님 젊게 봐줘서 고마워) 100살이면 우리 할머니 나이보다 더 많은데 선생님 나이 진짜 많다! 그런데 건강하시다.(너님 왜 이렇게 극도로 순진한거니?)˝라고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결혼을 했다고  해도 사귀는 남자친구 있냐(진짜 사귀면 바람이야)고 생각나는대로 날 것 그대로 말하는 어린이들. 이 어린이들의 순진하고 착한 마음을 이용하는 어른이 되지 않도록, 그들의 착한 마음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므로 우리 어른들이 나쁜 어른을 응징하는 착한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작가의 가르침을 또 한번 새기게 된다.
김소영 작가처럼 어린이들의 행동과 말을 정성스럽게 담아 나도 성장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나긋나긋한 육아서, 소곤소곤 속삭이는 친절하고 다정한 교육서 같은˝ 어린이라는 세계˝를 많은 어른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더 이상 정인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아름다운 어린이의 세계와 함께 우리 어른들도 아름다운 어른들의 세계를 만들어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현성이의 말처럼 ˝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일지도......˝
성숙한 어른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김소영 작가의 우아한 문체도 너무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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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걷는사람 에세이 7
김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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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부동산으로 인해 남편과 아빠와 지인과의 정치적 이견 차이로 요 며칠 힘들었다. 그래서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김봄 작가의 글이 문득 읽고 싶어졌다.
모든 것이 정치적 내용을 담은 것은 아니었다. 허긴 그러면 글이 너무 피로할 것 같긴 했다.
나에게 아빠가 있다면 김봄 작가에게는 손여사님이 있었다.
김봄 작가는 프랑스에 꽤 장시간 머물 일이 있어 자신의 반려묘를 어머니에게 부탁을 해야 했다. 동네 치킨 집에서 그 부탁을 하기 위해 손여사를 만난다. 손여사는 성소수자들을 옹호하는 서울 시장의 관점에 손사래를 치며 어디에서 들은 뉴스를 김봄 작가에게 전한다.
좌파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기를 다 끊어놓으려고 무덤에 철심을 박는 것을 아느냐고 손여사가 말했다. 그리고 김봄 작가는 내가 아닌데 내가 아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손여사에게 했다.
˝ 엄마! 다 가짜 뉴스라니까. 그걸 진짜 믿는 사람이 있네, 있어. 그거 유튜브 같은 거 계속 보고 그러니까 지금 세뇌돼서 그러는 거 아냐! p24
라고 나는 이 장면을 읽고 빵 웃음이 터졌다. 나와 똑같은 복붙 가정이 있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과 동질감,  자유대한민국 민주주의 사회에 누구보다 살고 싶은 김봄작가도 빨갱이 취급을 받고 있는 처지가 안타까웠다.
손여사는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봐줘.˝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프랑스로 떠나는 김봄 작가의 고양이는 봐주기로 하고 치킨집을 떠난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엇갈렸지만 자본주의 안에서 원만한 합의를 끌어냈다. 이런 게 교섭일까?
어쨌든 손 여사랑은 정치적으로 절교 p25
이 부분 외에도 곳곳에 나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손 여사는 여전히 보수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손 여사가 보수라고 해서 내가 엄마 취급을 안 할 것인가? 손 여사 역시도 내가 진보 딸이라고 해서 딸 취급을 안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p170
우리아빠도 엄마도 계속 보수일 것이다. 남편도 이제 서서히 그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엄마아빠, 남편을 부모로서 남편으로서 취급을 안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며칠간의 정치적 공방도 남편의 애교섞인 콧소리와 아빠의 손녀 사랑이 가득 담긴 그 연세에 음악까지 넣어서 영상을 편집해준 동영상 전송으로 거품처럼 사라졌다.
친구나 지인이 나와 정치색깔이 다를 때는 나는 속으로 놀랄 뿐이지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들과 정치적으로 이견이 다르면 나도 베일만큼 날이 서버리는 모습으로 변한다. 이런 이중적인 나의 태도는 고쳐야 한다. 하지만 빨간 것은 빨간대로, 파란 것은 파란대로 그냥 내버려뒀으면 한다. 선거철이 되면 우리는 각자의 구미에 맞는 후보에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며, 각자의 취향에 맞는 정치 유튜버를 들을 것이다. 내 동영상 목록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새날, 박시영 티비, 김초운, 언알바...등이 있듯이 아빠도 신의 한수나 알 수 없는 그쪽 동영상을 계속 들을 것이다. 우린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가족이란 테두리 밖으로 쫓아낼 수 없는 관계다. 보라색이 되려고 하는 것은 노력해보았지만 정신적으로 힘만 들었다.
그러니 제발 나는 더 선명한 파랑색으로 살테니 그대들은 빨갛게 사시오. 가족끼리 종교와 정치는 권하는게 아니야. 그러는게 아니야.
하지만 나의 직업상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정치권 행사는 투표권이다. 좋아하는 정당에 가입을 할 수도 없고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지원할 수 없는 정치 천민에게 빨갱이라고 누명을 씌우는 것은 너무 한 거 아닌가 싶다. 나는 지금의 자유대한민국이 좋지 공산당이 좋은 빨갱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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