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원 끝나고 자취방에 왔다가 다시 이대까지 가서 머리를 잘랐어요. 충동적으로 잘랐다기보다는 잘라야지 잘라야지 하다가 마침내 실행한 거죠^-^ 허리까지는 아니어도 등의 중간 정도까지는 길었는데 완전히 커트를 쳐버렸어요. 몇 년 전에도 이렇게 짧게 자르려고 갔다가 차마 자르지 못하고 어깨길이로 잘랐었는데 이번에는 작정하고 가서 잘랐습니다ㅎㅎ 길이는.. 흠.. 요즘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 정도로. 딱히 원한 건 아니었는데 제가 하고 싶다고 생각해오던 머리모양이랑 굉장히 유사하더라고요. 자르고 보니 성현아 머리와 더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머리를 자르고 나니 그동안 혼자 푼 것보다 더 많이 기분전환이 되었어요. 사람들이 왜 우울하거나 기분전환 하고플때면 머리모양을 바꾸는지 조금 이해가 갑니다.

머리카락 다발이 이렇게 무거운 건지 새삼 깨달았어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 묶인 머리가 반박자 늦게 따라서 덜렁(?)거렸는데 없으니까 조금 허전하기도 하고..ㅋㅋ 적응이 잘 안 돼요. 자르러 갈 때도 자르는 중에도 다 자르고 난 뒤에도 계속 현실감이 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방금도 손 씻으러 화장실 들어갔다가 거울보고 깜짝 놀라고 왔어요;;

사실 사진을 올려볼까 했는데 전 일방적인 얼굴공개는 싫어서 그냥 올리지 않으려고요. 어차피 제가 긴 머리였을 때를 아는 분도 2,3분 정도 밖에 안돼서 올려도 모르는 분들이 많잖아요.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오프모임 생기면 그 때 다함께 서로 얼굴을 보도록 해요^-^ 그 땐 제가 머리 길 때의 사진도 가져갈게요, 비교를 위해서. 으흐흐. 학생증 사진인데 좀 잘 나와서 제가 좋아라하는 사진이에요. 여기저기 쓰고 붙이고 잃어버리고 하다보니 한 장 밖에 남았는데 남친이라도 생기면 주려고 고이 보관하고 있는 사진ㅋㅋ 근데 쓰고 보니 주기도 전에 잃어버리는 거 아닌가하는 불길한 예감이..-_-^

 

본의 아니게 낚여버리신 체셔님을 위해 제 사진...이 아닌 저와 굉장히 유사한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성현아씨의 사진 첨부.ㅋㅋ

근데 머리모양도 비슷하고 안경도 비슷한 뿔테안경인데 왜 결과물은 이리도 다른 건지..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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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낚였삼 ㅠㅠ 사진 보러 들어왔더니 킁-

:b

푸른신기루 2007-08-25 01:40   좋아요 0 | URL
오프모임이라도 열려서 직접 만날 때까지는 성현아로 만족해주3 ㅋㅋ

이매지 2007-08-2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얼굴이 커서 커트는 엄두가 안나요. ㅎ

푸른신기루 2007-08-25 01:29   좋아요 0 | URL
저도 몇 년 전에 커트로 자르러 갔을 때 머리 크면 안 어울린다는 식으로 말해서 상처받았었는데 완전 작정하고 잘랐어요 사실 한 달 동안 모자쓰고 다닐 각오로 갔거든요ㅋㅋ 근데 다행히 다들 어울린대요 모자는 안 써도 될 듯^----^ 역시나 뭐든 해보고 봐야..

마늘빵 2007-08-2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낚였삼.

푸른신기루 2007-08-25 01:31   좋아요 0 | URL
다시 물로 돌려보내드리겠3ㅋㅋㅋ
 
환상의 여자 동서 미스터리 북스 9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양병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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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오는 밤, 잠이 올 때까지 읽으려고 잡은 책은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잠을 내몰아댔다.

3시간 남짓 쉼없이 몰아치듯 읽은 후의 감상은 '재밌다'

누구도 못 봤다고 말하는 여인을 찾아 하나하나 단서를 추적해가고 진범을 찾는 과정은 물 흐르듯 읽혔다.

하지만 조금 아쉬움이 들기도.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은 읽으면서 나름의 생각과 추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책인데 이 '환상의 여자'는 너무도 쉬이 읽히고 다 읽은 후 책을 덮을 때 손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는, 딱 그런 느낌을 남겼다.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생각하기도 전에 범인을 잡고 결론이 나고 사건 설명이 끝나버렸다. '추리'보다는 '서스펜스'나 '스릴'에 중점을 둔 소설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한 여자와 함께 밤을 보내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들이 모두 그 여자의 존재를 부인한다면 나중에는 스스로도 의문을 갖게 되지 않을까.

잠 안 오는 밤에 잠을 아예 내쫓고 아침을 맞고자 할 때 적절한 책.

P.S. 내가 동서미스터리북스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옛날식의 문체와 오타 때문. 종종 보이는 오타들은 한참 흐르는 물길 중앙에 놓인 돌과 같다. 자꾸만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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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이 잘 안됐어요..ㅠ_ㅠ

원래 제가 좋아하는 초콜릿색 펜으로 썼고 이름도 제가 좋아하는 하늘색 펜으로 썼는데..

다 검은색으로 나왔어요.. 편지지도 이상하게 스캔되고..

마음에 안들어요..-_-;;

원본은 한 장!! 신청하면 보내드립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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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8-03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5년에도 사람이...태어났군요...^^
축하드립니다..그런데 책을 뭘로 보내드려야하나는 생각 좀 해보고요..^^
정했으니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푸른신기루 2007-08-03 11:57   좋아요 0 | URL
그냥 댓글로 책 추천만 해주셔도 돼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ㅎㅎ

Mephistopheles 2007-08-03 12:07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렌죠 마카히코라는 작가의 "연문"을 추천합니다.^^

푸른신기루 2007-08-06 19:15   좋아요 0 | URL
답이 늦었네요..ㅎㅎ
추천 감사합니다

2007-08-03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신기루 2007-08-03 11:59   좋아요 0 | URL
만나면 주시려고요?? 언능 약속 잡죠ㅋㅋ
걍 책 추천만 해주삼ㅎㅎ

가시장미 2007-08-08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푸른신기루님..그늘사초님 서재타고 왔답니다. 심리학을 전공하셨다기에.. 같은 전공자를 만나서 너무 반가워서요. ㅋㅋ 근데 제가 좀 늦었네요? ^-^;;
3일날 방문했으면 무지 좋았을 것을!!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립니다. 자필로 쓴 편지가 너무 인상적이네요. 아직 대학생이시죠? 너무 풋풋한 기운이 느껴지는데요?... 으흐
제가 책 한권 선물해 드려도 될까요? 새 책은 아니고, 읽은 책이구요. 심리학을 공부하신다면 흥미를 갖으실 것 같아서요. 전 읽었는데, 솔직히 별로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도플갱어- 주제 사라마구>입니다. 혹 안 읽으신 책이시면 제 서재에 주소남겨주세요. ^^ 참. 앞으로 이웃으로 지내보아용! ㅋ

푸른신기루 2007-08-08 08:0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심리학을 전공하셨군요!! 전 아직 배우는 입장이라서ㅎㅎ
얼른 달려가서 방명록 남겼습니다
처음으로 써서 올린 건데.. 편지예요, 편지ㅋㅋ 축하 감사합니다아~
앗, <도플갱어> 저도 있는데..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막판 5의1을 남겨두고 진도가 안 나가서 문제긴 해요;; 이제 곧 박차를 가해서 다 읽어야죠ㅎㅎ 저도 그다지 재밌다고 생각하지는 않...-_-;;;;
개인적으로 주제 사라마구는 <눈먼자들의 도시>가 재밌었고 <눈뜬자들의 도시>도 읽으려고 사놓긴 했어요ㅎㅎ
시간 없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책 욕심은 많아서;;(사실 좀 게으르기도 해요-_-;;;;)
마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7월
절판


자녀들에게 있어서 부모란 하나님과도 같은 존재다. 그것은 사춘기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기 부모가 살아가는 방식 그대로 자기들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는 자기 부모와 다른 아이들의 부모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다. 그들에게는 부모의 행동을 현실성 있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부모에게서 나쁜 아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는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중략)
이것을 아동 발달의 일반 원칙으로 표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에 결손이 있게 되면 아이는 십중팔구 그 결함의 원인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그로 말미암아 비현실적인 부정적 자아상을 갖게 된다.-77~78쪽

"나는 마치 한 순간에 사고력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이것은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거짓은 사람을 혼돈시킨다. 악한 사람들은 '거짓의 사람들'이다. 자기 기만을 켜켜이 쌓아 올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또한 속이는 사람들이다.-86쪽

악한 사람들의 특징은 그들의 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 죄의 난해성, 완고성, 경직성에 있다. 악한 사람들의 핵심적인 결함은 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죄를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마음에 있다.-90쪽

이 책임 전가는 정신과 의사들이 투사(projection)라고 부르는 방어기제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악한 사람들은 밑바닥에서부터 자신들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혹시 무슨 갈등이라도 생기면 그 갈등을 일관되게 세상 탓으로 돌리는 것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불가피한 것이다. 자신들의 악함을 거부해야만 되는 까닭에 그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악하게 본다. 그들은 자신들의 악을 세상에 투사한다. 자신은 털끝만큼도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 속에서는 끝도 없이 악을 찾아내는 것이 그들이다.-96쪽

악의 피해자로서 가장 전현적인 사람은 어린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구성원들이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는 자녀들의 생활 전반에 걸쳐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절대적인 권력이 주어져 있는 까닭에서다.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지배는 노예들에 대한 주인의 지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의 미성숙과 그로 인한 의존성은 부모가 거대한 능력을 장악하는 것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그러나 모든 권력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권력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악하게 잘못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부모와 자녀 사이는 친밀할 수 밖에 없는 관계다. 주인은 노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팔아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란 부모로부터 노예처럼 자유로운 존재가 아닌 까닭에 부모는 아이들과 그들이 부과해 오는 압력들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142~143쪽

악이란 '자신의 병적인 자아의 정체를 방어하고 보전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파괴하는 데 힘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희생양을 찾는 것'이다. 희생양을 찾되 강한 자가 아니라 약한 자를 찾는다. 악이 힘을 악용할 수 있으려면 우선 행사할 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힘을 행사할 영역, 즉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 그 지배관계로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이 부모 자녀 관계다. 아이들은 약하고 방어력이 없으며 부모와의 관계에 꽉 붙잡혀 있는 존재이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얽매여 있다. 그러니 악의 피해자들 대부분이 바비와 로저처럼 어린아이들이라는 사실도 이제 놀랄 만한 것이 못 된다. 그들에게는 빠져나갈 자유도 힘도 없기 때문이다.-160~161쪽

또 한 가지, 악한 사람들에게도 진짜 고통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악한 사람들에게는 외견상 이렇다 할 고통이 없어 보인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의 약점과 불완전함을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아 당연히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언제나 최고의 위치, 명령자의 위치에 있는 자로서 자신을 내보여야만 한다. 그들의 나르시시즘이 그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그들이 최고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앞서 등장한 부모들이 자신들을 얼마나 유능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가와는 무관하게 우리는 그들이 부모 역할을 해 나가는 데 사실은 무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능한 듯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따름이다. 위장인 것이다. 명렬자의 위치에 있는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나르시시즘이다. 그 나르시시즘이 그들에게 끊임없이 건강하고 제대로인 모습으로 위장하도록 채찍을 휘두르는 것이다.
그러한 위장은 악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처럼 끊임없이 위장을 유지하는 데 정신적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소모되겠는가 한 번 생각해 보라. 최소한 합리화 작업에만도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될 것은 뻔한 일이고, 가장 건강한 사람 노릇을 하느라 친절한 행동을 하는 데 드는 파괴적 보상 행위의 에너지도 적지 않다. 도대체 왜 그래야만 할까? 무엇이 그들을 사로잡고 있으며, 무엇이 그들을 충동하고 있는가? 근본적으로 그것은 공포이다. 그들에게는 그 가면이 깨져 자신의 참 모습이 자신과 세상에 대러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혹시 자신의 악과 직접 마주치게 되지나 않을까 싶어 그들은 끊임없이 공포에 휩싸인다.-167~168쪽

사람은 하나하나가 모두 독특한 존재다. 비교(秘敎)의 주장들을 빼놓고는 인간은 모두 독립된 개별체들이다. 인간의 독특성은 각 사람에게 '나'라는 정체감을 갖게 하고 독립된 존재 의식을 심어 준다. 각 개인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영역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고유 영역을 존중해 준다. 사실 자신의 자아 영역을 확고히 하고 남의 자아 영역을 제대로 인정해 주는 것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의 한 특성이자 선결 요소다. 우리는 어디까지 가야 되고 어디서 멈취야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183쪽

중요한 말이었다. 아기를 향한 어머니의 사랑의 본질은 바로 인정인 것이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어머니라면 그 어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아기가 존재한다는 그 사실만으로 자신의 아기를 사랑한다. 아기는 엄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아무런 조건도 없다. 사랑은 무조건적인 것이다. 엄마는 아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이 사랑은 바로 인정의 표시이다. 마치 아기에게 이렇게 말해 주는 셈이다.
"너는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놀라운 가치가 있단다."-217쪽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한 가지 느끼는 것은, 집단은 개인과 아주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다만 집단이 생각보다 훨씬 더 원시적이고 미성숙할 수 있다는 차원이 있다. 이것이 왜 그런지 즉 왜 집단의 행동이 그렇게 훨씬 더 미성숙한지, 심리학적 입장에서 볼 때 왜 집단은 부분의 총합보다 항상 뒤떨어지는지의 문제는 나의 대답 능력을 벗어나는 문제다. 다만 내가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즉 그 대답은 꼭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집단 미성숙의 현상은 정신 의학적 용어를 사용한다면 '다중 요인적인' 현상이다. 즉 복합적인 요인들의 소산이라는 얘기다. 그 복합적인 요인들 가운데 하나로 전문화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중략)
전문화가 집단의 미성숙과 집단 악의 잠재성에 이바지하는 양상은 몇 가지 기제를 통해 다양하게 나타난다. 여기서는 한 가지 기제에만 국한하여 생각하려 한다. 그것은 양심의 분해다. (중략)
집단 내 개인들의 역할이 전문화될수록 개인이 도덕적 책임을 집단의 다른 부분에 전가시키는 일은 가능해지며 쉬워진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 자신의 양심을 버리는 것은 물론 집단 전체의 양심도 너무 분해되고 희석되어서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될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이 양심 분해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언급할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한 가지 틀림없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즉 모든 개개인이 자신을 자기가 속한 집단의 행동에 직접 책임이 있는 자로 인식할 때까지는 어떤 집단이라도 불가피하게 잠재적인 무양심과 악의 상태에 빠져 있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292~294쪽

집단의 응집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외부의 적에 대하여 집단의 증오와 적개심을 계속 불붙여 주는 것이다. 집단 바깥의 결함과 '죄'들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집단 안의 결함들은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다.-303쪽

태도에는 일종의 관성이 있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되면 반증이 눈앞에 있어도 계속 똑같이 고수하려 하는 성질이다. 태도를 바꾼다는 것은 꽤 많은 수고와 작업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 과정은 끊임없이 자기 회의와 자기 비판의 자세를 힘써 지키려는 것으로 시작될 수도 있고, 내가 지금껏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모조리 그릇된 것일 수도 있다는 뼈아픈 인정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처음 한동안은 혼돈의 상태가 이어진다. 이 상태는 퍽 불편한 상태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방의 상태이며, 따라서 배움과 성장의 상태다. 우리가 새롭고 좀 더 나은 비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혼돈의 상태를 거침으로써다.-320쪽

거의 전적으로 본능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본성과 행동에 그토록 엄청난 다양성과 가변성이 있다는 것도 그 본능의 결핍으로 설명된다. 인류에게 있어서 모든 종(種)에게 다 있는 그 본능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것은 학습되는 개인적 선택들이다. 우리 각자는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궁극적으로 자유롭다. 우리에겐 심지어 배운 것이나 사회가 정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거부할 자유도 있다. 우리는 인간의 몇몇 본능들마저도 거부할 자유가 있다. 예컨대 일부러 독신을 선택한다든지, 순교함으로써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든지 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자유 의지야말로 인간의 궁극적인 실존 요소이다.-326쪽

그 어떤 활동도 단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이 성스러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선과 악의 전쟁이 벌어지는 곳도, 그리고 궁극적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곳도 바로 개인의 고독한 마음이요 영혼인 까닭에서다.-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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