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나를 위해) 이런 기능 있었으면 좋겠다
이건 병이다. 고치지 않으니 점점 심해지고, 어쩌면 나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 책소개에 틀린 글자 고객센터에 말한 적 있고 서재지기님 글에까지 오타났다고 딴지건 적 있다. 그런데 이제는 오타나 맞춤법 틀린 것을 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띄어쓰기까지 말하고 싶어서 근질거린다. 솔직히 오타보다는 맞춤법 틀린 데에 더 신경 쓰이지만, 그래서 띄어쓰기가 틀렸으면 오타보다 더 '거슬린다'. 지금도, 이거 잘 모르겠다 역시 난 공부가 필요해라고 느끼는 게 많고, 이 분은 국문과인데 나도 잘 모르는데 말하면 괜히 좀 그렇지 않을까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닐까 하고, 이런 것도 말하면 너무 까탈스럽고 고지식하다는 소리 들을까 하고, 별로 친하지도 않거나 초면인데 어린 녀석이 딴지걸고 그래도 될까 하고.. 그래서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게 쌓이고 쌓여서 터질 지경인데. 띄어쓰기라니.. 글씨 틀린 거야 한 줄 찍 복사해서 쓰면 되고, 이젠 웬만한 오타 정도는 그냥 넘어가고 만다. 그런데 띄어쓰기는 이거 차원이 다르다. 지금도 잘 몰라서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고 확실히 한 뒤에 댓글 다는데, 띄어쓰기 하나하나 다 찾아보고 댓글을 쓰다가는 나 신경과민에 과로로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아, 그 전에 공부도 못 해서 학고 맞는다-_-
이건 순전히 날 위한 거지만, 학교 다닐 때 글씨 틀리면 선생님이 빨간 색연필로 고쳐주었듯이, 그런 기능 있었으면 좋겠다. 글의 틀린 부분 위에 마우스를 대고 꾹 누르면 글쓴 사람만 보이는 그런 거. 정말 이 기능 생기면 그 빨간 색연필 흔적 중 약 50%는 내가 한 거 아닐까? ㅋㅋ
'부모'라는 사람의 어리석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은 '부모'인 것 같다.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겪어보지 못했다고 모르는 건 아니다. 그 직업의 '바이어'로 23년째 근무 중인 입장에서, 그 어리석음은 정말 '한심'하고 '눈물겹다'. 자식이 아무리 못돼'쳐먹어'도 버릇없이 굴어도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에, 가끔은 그런 말 따위 없어도 다 잊고 따뜻하게 대해 주는 그런 행동. 나 중학생 때 사춘기랍시고 매일 반항하고(그렇다고 내가 뭐 담배나 술, 가출 따위의 간 큰 짓을 한 건 아님. 사실 이랬으면 정말 쫓겨났을 것 같다.-_-) 엄마랑 싸우고 말도 함부로 하고(이것도 은근히 상한선을 지킨 듯?? 나.. 나름 개념은 조금 있었구나) 맞기도 '오지게' 맞고 동생이랑도 장난 아니게 싸우고. 그렇게 난리법석을 부리고도 '잘못했다'는 말 한 마디, 가끔은 눈물 찔끔까지 더해서, 그러면 어쩌면 그리도 눈 녹듯 화가 풀릴까. 그 싸가지 없던 사춘기 전에는 내가 잘못해서 혼나고도 먼저 화 풀어주는 건 어이없게도 엄마 쪽이었다. 며칠 전에도 내가 늦게 자서 늦게 일어나고도 장소 잘못 알려줬다고 투덜거리고 화내고 짜증내고. 그런데도 엄마는 그냥 잘 가고 있는지 내가 먼저 전화한 것만으로도 "그래그래 나도 사랑해"라는 반응이라니. 아.. 내가 참 못되었음에, 그놈의 내리사랑과 어리석음과 한심함에, 정말 눈물겹다.
내가 나중에 결혼해도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이유에는, 아이로 인해 내 시간도, 내 자존심도, 내 일도, 내 취미도 잃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난 절대 그렇게 '자발적 한심스러움'을 발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럼으로써 그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어버이 살아계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 뿐인가 하노라. - 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