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미래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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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사서 읽기 까지 두어달이 걸린 것 같다. 우연히 알게되어 샀는데 침대 머릿맡에 두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 시간만 흘러보내고 그러다 겨우 손에 잡아 읽게 된 '사랑의 미래'

 

남자 작가가 사랑에 대해 사랑의 과정에 대해, 사랑하며 느끼는 감정들, 사랑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이렇게 감각적이게 서술할 수 있나 싶었다. 책을 읽으며 사랑에 빠졌던, 그리고 헤어짐으로 가슴 아팠던 그런 날들이 마구마구 떠오르며 격하게 공감하고 있었다. 밑줄 긋어가며 책 읽으려다 온통 줄이 그어질 것 같아 그냥 읽었는데 한 번 더 찬찬히 문장들을 곰씹어 보고 싶다.

 

누구나 사랑을 경험하고 누구나 이별도 경험하고.

사랑의 형태나 이별의 형태가 어떠하던 자기만의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결국엔 보편적인 이야기가 된다는 것.

아니면 특별했던 그 사랑이 보편적인 사랑이 된다는 것.

너무나 자명한 그 사실을 새삼 꺠닫게 된다.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 아니다.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다. 상대를 위해 꾸미고 생활이 배재되어 서로의 좋은 점만 보다가

일상을 함꼐하며 서로의 민낯과 몰랐던 생활습관을 알게 되는 순간. 그리고 함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점차 사라진다. 차라리 이별하고 아파하며 사랑했을 때를 떠올리는 게 나았으려나 하는 순간들도 분명 존재하니까.

 

그래서일까? 사랑이 완성된다는 말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사랑의 형태가 변하는 것이지 사랑은 완성되지 않는다.

 

어떻게 '너'는 '영원한 너'가 될 수 있을까? 날아가버릴 듯한 '너'를 넘어서, 결코 '그것이 되지 않는 '영원한 너'라는 존재는 종교적인 것이다. 그러나 욕망이 살아 있는 한 그의 사랑은 종교가 되지는 않았다. 지금 사랑하는 2인칭의 자리는 그토록 불안하다. '내가 아니라서', '당신'이라는 말은 그토록 아름답고 '참혹하다.' '너'라는 이름의 참혹, 혹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지옥 같은 것, '너'라는 환한 지옥에서 살았던 한철이 지나면......

 

2인칭의 주술이 끝나면, 사랑도 끝난다.

 

너무나 친밀했던, 내 모든 마음을 쏟았던 그 사람이 이젠 모르는 '남'보다 더 못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 사랑의 끝일 것이다. 그러한 감정들, 과정들을 그의 입장, 그녀의 입장에서 서술하면서 사랑의 장면들에 대해 정의 내리는 것이 나는 좋았다. 그저 사랑했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개별적인 사랑이 보편적인 감정들 속에서 해석되어 그저 평범한 사랑으로 희석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사랑의 미래는 언제나 이별인지...

 

시인들의 시구에서 제목을 따고 영감을 받아 서술되고 있는 이 책. 읽으면서 내내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이 떠올랐다. 한국판 '사랑의 단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좀 더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 다시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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