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지향 -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 일에서 도피하는 청년들 성장 거부 세대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옥 옮김 / 민들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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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지 9년 정도 되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이 배움에 대해 간절하거나 진지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교육을 통해 성공하기 힘들고, 그렇게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아이들 사이에 퍼져있는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배움에 대한 갈망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괴리된 듯한 지식을 억지로 주입하다 보니 배움을 더욱 멀리하게 되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태도는 불손하고, 이기적이며, 배움에 대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 그저 돈만 많으면 된다는 생각이 어쩌다 팽배하게 된 건지 많이 궁금했다. 시대가 변한 거라고 하지만 열심히 해도 힘든 사회에서 열심히 조차 하지 않고 벌써부터 포기해버리는 그 마음이 어떤 면에서 이해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답답하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 모습을 보려면 일본을 보라 하던데 이 책 읽으면서 일본에서 이미 나타났던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점점 하류를 지향하며 니트족이 되거나 프리터로 전전하며 살아가는 삶과 붕괴된 교육현장에 대한 서술은 지금의 우리 나라 모습과도 비슷했다. 자본주의 사회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의 사고 또한 그러한 사회문화가 반영되어 소비주체로서의 인식이 교육현장에 까지 나타난다고 지적한 점이 인상깊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지불한 만큼의 교육서비스를 바라고, 소비가 지불하면 바로 상품을 내어주듯 즉각적인 어떤 변화를 바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이란 바로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시간성을 띄고 천천히 바뀌어가는 것이기에 학교 현장에서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고 한다.

 

소비자로서의 주체성으로 인해 학습에서도 그만큼의 서비스를 바라고 즉각적인 변화를 바란다는 이야기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돈을 지불한만큼 가르쳐라. 그리고 그 외에 인성교육 같은 것은 원한 것이 아니니 거부한다. 그리고 즉각적인 변화를 제시하라는 것,

 

쉽게 배우고, 쉽게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라고, 쉽게 일하고 많은 임금을 받기 원하기에 오랜 시간의 인내가 필요한 공부나 노동이 점차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점점 하류를 지향하게 된다는 책의 내용은 교육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꼭 한 번 읽고 함께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에서 멀어지고, 노동에서 멀어지는 현실. 종래 하류를 지향하게 되는 사회. 배움을 흥정하는 아이들, 일에서 도피하는 청년들. 교육현장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문제인 듯 하다.

학교 교육에 등가교환의 원칙이 적용되는 순간, 굥육은 이미 교육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미 교육은 흔들리고 있다. 만약 학생들을 교육 소비자로, 다시 마랳 소비주체로 인정해버리면 교육의 장에서 제공하는 배울거리의 의미와 가치를 결정할 권리가 아이들 손에 맡겨지게 된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소비주체로서 "나는 그 가치를 알고 있는 것만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입하겠다"고 소리 높여 선언하면서 학교로 올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조용히 수업을 들을 턱이 없다. 시장원리를 기초로 할 때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p68

배움의 과정은 공간적으로 나타낼 수 없다.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는 것`, 그래서 오히려 배움의 과정에 활력이 생긴다.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것`이란 무엇일까? 소비주체로서 등가교환의 원리로 살아가는 인간이 결코 나타낼 수 없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바로 `시간`이다. 시간이라는 것은 공간으로 표현할 수 없다. -p69

배움이란, 배우기 전에는 몰랐던 잣대로,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나 의미를 측정할 수 있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배우기 시작했을 때와 배우고 있는 도중, 그리고 다 배우고 난 뒤의 배움의 주체는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존재한다. 이것이 배움이라는 과정에 몸을 던진 주체의 운명이다. p73

소비 행동은 본질적으로 무시간 적 행위이다. 이 말은 대단히 중요하므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우리는 대가의 제시와 상품 교부 사이에 시간차가 있는 것을 잘 참지 못한다. 돈을 지불했는데 상품을 받지 못하면 매우 불안해한다. 일반적인 소비행동에서 화폐와 상품의 교환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지불 즉시 인도가 등가교환의 원칙이다. 고도 소비사회에서는 이보다 한술 더 더 돈을 지불하기도 전에 상품을 인도하는 지배적인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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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활동의 기본은 등가교환이다. `등가`는 요컨대 `무시간`이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화폐와 상품의 등가 개념은 오로지 공간 모델을 취하지 않으면 기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등가성이란 시간성을 무시할 때 비로소 성립하는 개념이다.
교육을 소비행동의 도식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공부로부터 도피 하는 길로 나아가듯이, 노동을 소비행동의 도식으로 받아들이는 청년들이 `노동으로부터의 도피`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은 시간을 계산에 넣지 못하기 때문이다. p140~141

학생이 앞으로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해 미리 알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해서는 배움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움이란 자기가 배운 것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주체를 구축해가는 과정이다. 공부를 끝낼 시점이 되어야 비로소 무엇을 배웠는지 이해하는 수준에 도달한다. 공부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배우기 전과 후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지 않으면 공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p15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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