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엄기호 지음 / 따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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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학교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고,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지도 못했다. 약에 쓰려고 해도 어디 한 군데 쓸모가 없는 것이 학교라는 말이다.' -p17

 

나는 교사다. 그것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립고등학교 교사.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를 졸업했고, 무려 4번의 임용고사를 쳤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교사가 된 후 행복한가라고 자문 했을 때 나의 대답은 '별루요'

 

이 첵을 읽으면서 '교 현실에 대해 이렇게 잘 알고 서술한 책이 있을까?' 생각했다. 현직 교사가 쓴 책 말고 외부인의 시각에서 교사의 생활을 낱낱이 파악한 책은 드물 것이다. 이 책은 그만큼 현장 교사들의 말을 많이 듣고, 찾아가본 흔적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10년 가까운 교직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처음 교단에 발을 딛게 된 것은 대학 졸업 후 기간제 교사로서였다. 고향의 큰 남자 중학교 였는데 처음 수업을 위해 교실문을 열던 그때의 떨림과 나에게로 쏠리던 눈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천진난만한 듯 하면서도 무언가 빛나는, 그 수많은 시선들이 일제히 나를 행할 때의 긴장이란... 나는 그렇게 처음 선생님 소리를 듣게 되었다. 하지만 가르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고, 단순히 교과를 가르치는 것 외에 아이들과의 만남과 교과 외의 업무들을 경험하고 터득해야 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생기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 경험하고 배우면서 학교라는 공간에 다시 꼭 돌아오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사수를 하고 임용이 된 후 만난 교직은 내가 알던 그때와 많이 달랐다. 그땐 담임을 하지 않을 떄였고, 임용 후에는 담임을 맡게 된 것이다. 담임이 된 후 교직 현장은 그야말로 전정터였다. 3월 초 쏟아지는 업무들과 낯선 아이들과의 만남은 발령 받은 일주일을 내내 눈물바람으로 보내게 했다. 게다가 중학교 1학년은 그야말로 초등학교의 연장이라고 할까? 사소한 일에도 싸우고, 울고, 학부모님과 통화로도 부족해서 면담하고, 집에 찾아가고... 1주일에 21시간 수업 하면서 업무도 처리하고, 생활지도도 하려니 순간순간 바쁘지 않을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어쩌다 한가한 시간이 나면 '내가 무슨 일을 잊고 있는게 아닌가?' 걱정이 될정도였으니. 그렇게 정신없는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아이들과 만남이 참으로 즐거워지기 시작햇다. 사고치는 아이들도 내가 엄마가 된 후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했다.

 

하지만 방과후 학교 예산이 내려오면서 중학교에도 보충학습이 시작되었고, 나는 123456678이라는 수업도 하게 되었다. 그땐 너무 지쳤었다. 수업에 담임에 업무까지 그리고 보충수업까지 이럴 거면 고등학교로 가는 게 낫겠다 싶어 고등학교를 지원했다.

 

고등학교는 그야말로 거대한 수면의 장이었다. 나는 중학교 아이들의 발랄함 속에서 지내다가 거대한 수면의 장을 맞딱드리게 된 후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아이들은 만성 수면 부족 상태였고, 수업은 그야말로 이론에 치중한 진도 뻬기 바쁜 수업이었다. 아이들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도 아이들은 '그냥'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질문에는 항상 '몰라요'라고 대답했다.

문제풀이에 급급한 보충수업, 의미없는 야자시간 그 속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꿈꾸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전교조에 가입해 뜻이 맞는 선생님들과 방과 후에 학급운영이나 교과 등에 관해 토론도 하고 같이 연구도 햇었다. 벌떡 교사라고 불리는 선생님이 있어 학교 교육 과정이나 운영에 있어 불만이 있으면 관리자들을 향해 항의 하고, 언쟁도 햇었다. 그래도 중학교에 근무할 때는 그런 것들이 있어 무언가 학교 다니는 힘을 불어넣어줬던 것 같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그런게 없었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많았지만 학교 운영에 대해 전혀 불만을 표하지 않았고, 불합리한 학교 운영에도 물만을 토로하지 않고 제게 주어진 불합리한 일들을 해내었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 보니 선생님들 사이에 토론이나 모임도 갖지 못했다. 교과는 물론 학급 운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눌만한 분위기가 전혀 형성이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는 교사 한 명 한 명이 다들 섬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절로 '학교라는 공간이 무얼 하는 곳일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일까? 학교가 과연 지금 어떤 의미의 공간이 되어버린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은 자고, 교사들은 각기 제할 일만 하고 마는. 그런 공간.

 

이 책에서는 왜 학교가 이런 공간이 되었는지, 교육 불가능이 되어버렸는지 그 현실의 문제를 파해친다.

'교육적 만남이 교육 현장에서 회피되고, 대신 그 자리를 자기 단속의 문화가 차지-P33' 하고 이는 공간. 이 공간에서 과연 교사는 '타자성에 근거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 -P298'의 회복을 통한 진정한 교육의 공간으로 회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사실 최근 2,3년 사이 나는 학교에 많이 지쳤다. 길고 지리한 일과에 지쳤고, 잠에 빠진 아이들에 지켰고, 예의를 갖추지 않고 배려할 줄 모르는 아이들에 지쳤고, 재미없는 교과서와 교과목에 지쳤다. 해서 휴직과 이직을 많이 생각했다. 다른 직업을 가지면 적어도 무기력하고 폭력적인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만 그런 느낌을 가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또 다들 나같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무기력한 아이들 앞에서 덩달아 무기력한 교사가 되어버리면 학교라는 현장은 정말 불가능의 현장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무한 긍정을 통해 나 자신을 채찍질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덩달아 무기력해지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나부터라도 소통의 장에 나서서 공감과 소통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의 개별적 만남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을 상기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교과 교육이 전부라는 생각보다 삶의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도.

 

글이 횡설수설 되었지만 어쨌든 이 책을 통해 현실을 다시 한 번 되집고, 반성하게 되었다. 글솜씨가 좋아 좋은 리뷰를 남겼으면 좋으련만 생각이 중구난방에 부족한 나를 탓할 수 밖에. 교사라면 한 번 읽고, 현실을 되돌아 보면 좋을 듯 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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