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하여 바람에 꽃비가 내리는 4월 포근한 봄.
계절은 봄이 왔다고 세상을 꽃으로 덮어버리는데
마음 속엔 계절이 지나도 필 꽃이 없어 그런가 아직 겨울이다.
학교라는 공간에 있으면서 자존감이 자꾸 깎여나가는 것 같아 슬프다.
업무를 잘 해야 능력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이 공간에서
나같이 성급하고, 미숙하여 실수투성이인 사람은 자꾸만 움츠려든다.
이제 한 달 조금 지났는데 일하다가 실수를 몇 번이나 했는지.
업무 말고 가르치는 일만 하면 안될까?
작년 담임 업무 파일을 보다가 내가 참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구나 하는 걸 느꼈다.
학부모 모임에 소식지, 아이들 한 줄 칭찬, 선생님 잔소리, 생일 파티, 학급 홈페이지 관리 등
담임으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는데 평가는 항상 업무를 통해 받는 것 같다.
일은 어떻게든 해결되게 되어 있지만 감사라는 것을 통해 지적 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꼼꼼한 업무 처리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
나는 그런 업무 처리 능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다행히 주변에 좋은 분들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아 해결해 나가는데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니까 무언가 일하기 망설여지고, 움츠려드는 것 같다.
오늘 쉬는 시간 내내 교무실에 앉아 있는 것이 답답해 밖으로 나갔다.
산책 30분하고, 전화도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학교를 벗어난 봄이 온 세상은 만물이 공평하고 평온했다.
작은 들꽃들, 산새들, 봄햇살까지. 모두들 참 평온했다.
사람들 사이의 그 보이지 않는 감정들과 컴퓨터 속 잡히지 않는 그 많은 일들이
허무한 것임을 알아 모두들 평온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근 2년 동안 학교 생활이 평탄하지 못했다. 온전히 1년을 보내지 못했고,
매사가 불안하고 불편했다. 그러면서 학교를 쉬었다.
올 한해도 또 그럴까봐 두렵다. 온전히 한 해를 잘 보내고 다시 한 해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을까 스스로 자꾸 의문이 든다.
멘토 같은 사람이 있어 위로받고, 도움 받으며 움츠렸던 그 마음을 조금씩 펼 수 있었음 좋겠다.
언제고 학교가는 일이 기다려지던 그 날처럼 학교라는 공간이 내게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