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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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을 처음 본 건 학교에서다. 수업 받던 여학생의 책상 위에 있던 책인데, 수업내내 옆에 두고 있다가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나자마자 책을 펼쳐들고는 쉬는 시간까지 내리 읽던 모습이 퍽 인상 깊었다. 책의 표지도 조금 독특했고, 아이가 그렇게 몰입하는 것도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근데 내용까지에는 관심이 없었고, 사실 애가 읽는 책이니까 어떤 애정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사실 했었다.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된 계기는 어떤 서평 블로거의 짧은 글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정말 후회할거라는 말이었는데 괜한 호기심에 다음날 바로 서점에서 사서 읽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이 책 읽다가 결국 밤을 꼴딱 새고 아침 7시에 잠들었으니까. 그 흡입력은 따로 말할 필요 없겠다. 

나름대로 현대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여성작가나 남성작가들의 특유 문체가 느껴진다. 편견이겠지만 여성작가의 경우 문장이 나긋하다 해야하나? 강한 어조나 격한 장면이라 해도 부드러운 느낌이 있다. 그런데 정유정의 문체는 남성작가의 느낌에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호흡이 빠르고, 문장이 막힘이 없고, 때로는 거칠다. 서슴없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좀 더 흡입력이 강하게 느껴진 것도 있었고. 

용팔이가 된 전직 포수 최현수와 지주 아들로 치과 의사인 오영제의 대결. 아들을 지키려는 현수와 딸의 복수를 하려는 영제 간의 갈등이 너무나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교통사고로 세령을 치게 되었고, 살아 있는 세령의 입을 막아 죽인 후 세령댐에 시체를 유기한 후 현수의 죄책감과 불안에 대한 심리 묘사였다. 또한 오영제의 악한 성격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치가 떨릴 정도로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 정말 작가가 어떻게 이런 글을 썼을까 싶을 정도였다. 또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살인의 과정과 그 원인, 그리고 현재에 이른 결말까지 읽는 이로 하여금 책에서 손을 떄지 못하도록 한 그 구성의 치밀함 마져도 이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하나의 장점이다.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영화화 한단다. 읽으면서 인물들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거구의 포수였던 맘여린 최현수는 유지태나 김윤석이 악랄하기 그지 없는 오영제는 이성재가(공공의 적에서의 인상이 반영된 듯한), 현수를 돌봐주고, 그의 아들까지 돌봐주는 현수는 하정우가, 현수의 아들 서원이는 류덕환이, 오영제의 딸 세령이는 김새론, 현수의 아내 은주는 심혜진, 영제의 아내 하영은 수애가.. 뭐 나름대로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ㅎ 영화가 되면 어떻게 표현될지 모르겠지만 꼭 보게 될 것 같다.  

이야기의 힘을 보고 싶다면 정유정의 7년의 밤을 권한다. 재미있다. 짜루짜루 진짜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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