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유쾌한 사유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1년 9월

강신주 선생님의 책들을 읽다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동서양에 걸친 철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현실의 이해에서 부터, 각 철학자들의 생각을 비교하여 새로운 사유로 이끌어 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철학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풀어 조근조근 이야기 하는 능력까지... 때문에 어렵다고만 느껴지는 철학이 강신주 선생님을 거치면 쉽게 다가가고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여기다 국어교사인 내 입장에서 더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문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다.  

전작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에 이어 이번의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에서는 국내 현대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철학자들이 사유를 조근조근 풀어 이야기한다. 현대시의 경우 그냥 읽어내리면 이해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강신주 선생님의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가면 그 시의 뜻 뿐만 아니라 시인의 삶과 생각이 쉽게 이해되고 느껴진다. 또한 그 시를 바탕으로 한 철학자들의 사유까지 더불어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온전히 맛볼 수 있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에서도 이상의 '날개'를 모던보이 이상이 살던 조선시대 경성과 그의 욕망 등을 통해 풀어낸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국문학을 공부한 나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깊은 사유가 느껴졌던 것이다. 강신주 선생님만큼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선생님의 책들을 보면서 우리 문학과 작가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시인들의 삶과 생각,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에 더욱 흥미가 느껴졌다. 그리고 학교에 돌아갔을 때 선생님의 책을 바탕으로 한 문학수업을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인상 깊었던 것은 시나 철학 모두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의 목소리 내기를 두려워한다. 특히나 학교 안에서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간단한 대답조차 자신감 없어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시인들의 삶과 그것을 표현한 시, 그리고 그것을 통한 사유를 가르친다면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조금씩 키워나가고 언젠가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시인이나 철학자들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자기만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이야기한 겁니다. 이제 느낌이 오시나요? 싦이 묻어나는 가장 구체적이고 생생한 표현이 가장 어렵다는 사실, 그리고 자기만의 생각을 이야기한 것들이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중략)   시인이나 철학자들은 자기 몸에 맞는 자기만의 옷을 만들어 입는 데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한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 하나의 세계가 탄생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시와 철학을 읽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시의 삶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친구들과 대화하를 나누는 것과 같습니다.   (중략) 여러분이 느끼고 고민했던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도록 노력하세요. 언젠가 여러분도 자기만의 삶을 긍정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시인이나 철학자가 되어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p16~17

문학이 단순히 자기 표현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을 더욱 깊게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을 가르쳐 준다는 것 자기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 그 점에서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