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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인용문을 입력하세요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의 절대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 그들은 평생 동안 살아있는 자연만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퍼덕퍼덕 움직이는 세계가 있으니 죽어 있는 글자 따위는 눈에 담지 않는다. 책이 그들의 삶에 파고들 여지는 전혀 없으며 그런 까닭에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과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책을 읽지 않는 그들은 자연과 자신의 일치 속에서 살아가므로 원초적으로 행복하다.또한 그들은 지구에게도 행복을 준다. 지구가 원하는 것은 한 치의 어긋나도 없이 순환의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인데 그들은 나무를 베어 그걸로 책을 만들고 한쪽 구석에 쌓아놓는, 이른바 순환의 톱니바퀴에서 이빨을 빼내는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생을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나 얼룩말처럼 살다가 어머니인 대지의 품에 안겨서 잠든다.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 번의 자기반성도 하지 않는다. 마치 사자가 지금가지의 얼룩말 잡아먹기를 반성하고 남은 생을 풀만 뜯어 먹으며 살아가기로 결심하지 않는 것처럼.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오늘날의 사람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책을 읽은 이는 전체 숫자에 비해서 몇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하고 있다 하여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압도적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소수의 책 읽는 이들이 벌이는 일종의 음모임에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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