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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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하지만 삶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내 앞에 어떤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짐작할 수 없다. 운좋게 피해갈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미리 걱정하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싶진 않다.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임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 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p286~287

 
   

천명관의 새로운 장편 소설. 도서관에 갔다가 빌려왔다. 별 기대 안했는데 책을 펴고는 손에서 놓질 못해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고래'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솔직하고 노골적이며 재미난 입담은 여전한 듯하다. 소설 속의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려는 그의 생각은 마지막 장에 적혀있는 윗 글에 다 들어있는 듯 하다. 남들 보기에 뭣하고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지질한 인생일지라도 그 인생 또한 그만의 삶이고 역사이기에 의미 있다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무기력하고 지질한 날들이었는데 간만에 재미난 책 한 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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