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티재 하늘 1
권정생 지음 / 지식산업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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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치고 억수비가 쏟아져도 날씨가 개이면 만물은 다시 햇빛을 받아 고개를 들고 잎을 피우고 꽃봉오리를 맺듯이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살아 있는 것은 그렇게 또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p44

천지가 뒤흔들리고 난리가 나도 세상에는 아기가 끊임없이 태어났다. 조선의 골짝골짝마다 이렇게 태어나는 아기 때문에 모질게 슬픈 일을 겪으면서도 조선은 망하지 않았다. 그 아기들은 자라서 어매가 되고 아배가 되고 할매, 할배가 되었다. -p57

귀돌이는 아직 몸도 마음도 어렸다. 동생 분옥이와 이순이네와 함꼐 돌담 밑에서 소꿉살림하는 것이 더 그리웠다. 어매 없이 일찍부터 철이 들었따고 모두 맹랑하게 보았지만 그건 귀돌이 속내를 몰라서다. 사람은 누구나 바로 앞에 자신이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상대가 있을 땐 더 큰 어려움도 견디며 이겨나가는 것이다. 귀돌이한텐 동생 분옥이는 그런 소중한 상대였다. 귀돌이가 어른스러울 수 있었던 것도 저보다 작고 어린 분옥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p85

수동댁은 운명을 거슬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재차 꺠달았다. 그 운명의 물은 아래로 흘러가는 대로 흘려보내야 한다. 다만 흘러가면서 사람은 제 몫에 맡겨진 임무를 해나갈 뿐이다. -p98

만약 사람한테 일이 없으면 슬픔에 찢겨 죽어버릴 것이다. 일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슬픈 일 괴로운 일을 잊을 수 있는 것이다. -p104
<한티재 하늘 1권>


그렇게 둘은 실컷 울고 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산다는 건 이렇게 서로 용서하는 데서 힘이 솟는 건지도 모른다. -p148

정원이뿐만 아니라 삼밭골 사람들, 조선 사람 모두가 이 팔자라는 말이 더러는 살아가는 데 약도 되고 병도 되었다. -p186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누구 할 것 없이 얼마나 많이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겠는가. 알게 모르게 그렇게 죄를 짓고 살아가는 것이다. -p188

안 보고 안 들으면 잊혀지고 멀어지는 것이 사람의 정이다. 어미 자식 사이도 그렇게 잊을 건 잊고 살아야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한겨울이 지나면서 말숙이는 그렇게 옥주를 잊어갔다. -p192

결국 세상은 아무도 남의 짐을 대신 져 주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이순은 그래서 혼자 답답한 가슴을 오불쳐 안고 겨울을 났다. -p250  

<한티재 하늘 2권>

 
   


권정생 선생님의 <한티재 하늘>을 읽는 내내 맘이 저리고 아팠다. 불과 한 세기 전의 사람들의 삶이 이렇게 슬프고 처절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러면서도 모질게, 끈질기게 살아가는 그 삶이 눈물겹고 가슴아팠다. 너무나 흔한 말이, 너무나 일상적인 말들이 이렇게 가슴 아프게, 절절하게 다가왔던 적이 있던가...

책을 읽는 내내 인물 한 명 한 명의 모습이 마음 속에 하나씩 새겨졌다. 2권 이후에 계속 이어질 내용들은 권정생 선생님께서 돌아가시면서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었다. 선생님이 미쳐 다 하지 못한 그들의 삶이 더 이상 고단하고 힘겹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그들은 고단하고 힘들더라도 결국 또 끈질기게 살아가겠지만... 


삶과 살아감에 대해 그리고 삶의 과정에서 다가올 많은 일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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