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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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p112 


그.때.의.그.절.망.만.큼, 이라는 그의 목소리가 물처럼 스며들어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왜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기쁨이지만은 않을까. 왜 슬픔이고 절망이기도 할까.  -p157


인간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가 생각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때라고 생각해요. 만나고 안 만나고 상관없이 윤이와 단이는 서로 생각하는 것으로 끊어지지 않는 관계죠. -p286 


우리는 지금 깊고 어두운 강을 건너는 중입니다. 엄청난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강물이 목 위로 차올라 가라앉아버리고 싶을 때마다 생각하길 바랍니다. 우리가 짊어진 무게만큼 그만한 무게의 세계를 우리가 발로 딛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불행히도 지상의 인간은 가볍게 이 세상의 중력으로부터 해방되어 비상하듯 살 수는 없습니다. 인생은 매순간 우리에게 힘든 결단과 희생을 요구합니다. 산다는 것은 무의 허공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무게와 부피와 질감을 지닌 실존하는 것들의 관계망을 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아 있는 것들이 끝없이 변하는 한 우리의 희망도 사그러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p291

 
   

내가 읽은 신경숙의 첫 작품은 고등학교 시절 문학 선생님이 첫 수업 때 나눠줬던 '풍금이 있던 자리'이다. 지금 생각하면 따분하기 그지 없었던 문학 시간에 왜 이 작품을 선생님이 나눠줬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 작품이 인쇄된 프린트 물을 꽤나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고, 후에 책까지 산 걸 보면 참 강한 인상으로 남았던 것이 분명하다.

문득 문득 힘이 들때 마음이 아프고 힘들때는 양치질을 오래오래 한다는 작품 속의 등장인물이 가끔 생각나 나도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가만가만 오랫동안 양치질을 하곤 했다.

그 후 '깊은 슬픔', '외딴 방' 등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다가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느낌의 글에 질려, 한동안 그녀의 글을 외면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작년에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고, 이번에 '어,나,벨'을 읽었다. 
 

처음 페이지를 접했을 때, 쉽게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거라는 걸 짐작했다. 읽는 내내 가슴이 아릿아릿했고, 마구마구 글을 쓰고 싶었고, 사람들이 마구마구 생각났다. 다 읽고 난 뒤에 나는 우울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우울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단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내가 장마와 이 책과 더불어 무기력에 빠져 약간의 발작 증세가 나타났다는 사실 외에는 왜 그런지 무엇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하루종일 잠에 빠졌고, 하루종일 굶었다. 가야하는 병원도 가지 않았고, 종일 우울함에 시달렸다. 겨우 일어나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기 전 이렇게 정리해놓는다. 책을 꽂아두는 순간 그 우울함도 잊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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