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장정일 단상
장정일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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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씹쌔끼야, 너 깡패지." 불의의 기습을 당한 깍두기가 혀를 차며 앉은 자리를 기신기신 일어난다. 그러면서 일행을 향해 "나보고 깡패란다. 이때껏 살았어도 깡패라는 말 처음 들어본다.' 정체성이란 뭔가?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고 했던 것처럼 스스로 깨닫기까지는, 타인의 부름에 의해 규정되는 게 정체성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선생인 줄 아는 까닭은 제자들이 나를 볼 때마다 "선생님, 선생님"하고 불러 주기 때문이고 사장이 사장인 것은 직원들이 "사장님, 사장님"하고 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깡패에겐 아무도 "깡패님, 깡패님"하고 불러 주지 않는다. 그래서 깡패는 뒈질 때까지 자신이 깡패인 줄 모른다. 그러니 얼마나 놀랐을 것인가. 갑자기 똥인지 된장인지 몰랐던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으니.. <정체성 중>
  

"짐승은 배울 수 있지만 아무래도 깨달을 수 없고, 인간은 어쩌다 꺠달을 수는 있지만 결코 배우지는 못한다." 하므로 교육에 관해서는 단 한 가지 원칙만 유효하다. 선생은 절대 학생에게 '주입'하지 말고 '암기'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 배움은 다 쓸데없다. 어떻게 하면 "깨닫게 해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교육이다. <교육 중>


평생 고용주의 노예로 살기로 작정한 사람만이 일찍 일어난다. <밤샘형 인간 중>

 
   

 장정일의 작품은 음란하다. 읽고 있으면 왠지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지만 그 음란성은 작품의 한 구성일 뿐이다. 그의 작품 속에 혼재하는 수 많은 생각들, 삶에서 건저 올린 명쾌한 생각들. 그 생각을 풀이한 한 문장 한 문장 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가 '생각'이라는 산문집에 올린 <중단하다 말았던 소설>이 완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의 촌스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생각과 문장이 가득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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