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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롤리타는 무엇보다 '롤리타 신드롬'이라는 말로 유명하다.
롤리타 신드롬은 이 책의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중년 남성의 어린 여자 아이에 대한 성적(?) 취향을 의미한다.
미성숙의 아름다움이라고 해야하나? 아직 채 여물지 않은. 미성숙의 매혹에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님펫'의 아름다움은 여성인 나로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12세의 딸(재혼한 부인의 딸)과 성관계를 맺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사랑에 조건이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읽는 동안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어린 딸과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성관계를 맺고 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그렇겠지. 그래서 이 책이 처음 출판이 되었을 때 출판 금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아마 '이런 사랑도 있다' 라는 것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거슬렸던 것은 내용보다는 번역이었다.
블라디미르는 언어유희를 책속에서 많이 즐기는 듯 했는데 문화나 언어 상에서 차이를 가지는 사람들이 읽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었다. 역자가 친절하게도 이것은 어떤 의미의 언어유희이다 라고 설명을 해주더라도 그 문화적 배경 지식 없이는 그 유희의 즐거움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리고 원작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이 책의 문장이 원래 읽는데 거슬리는 것인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앞과 뒤의 문장 연결을 머리속으로 연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장면의 전환이 갑작스럽고 문장의 연결이 논리적이지 못한 것은 작가의 의도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대학교 시절, 문학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 하신 것이 기억이 난다. 우리가 읽고 있는 여러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는 완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내용이 어떠한가 살펴보는데 그치는 것이라고. 예를 들어 이중섭의 '소'를 정말 똑같이 그린 작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가짜. 모조에 지나지 않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 처럼 문학 작품 또한 원작이 번역을 거치고 나면 그것이 가지고 있던 가치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낯선 문학의 껍데기만 후룩하고 맛보는 것인가? 가끔 궁금해진다. 하긴 우리 문학 작품이 뛰어난 문학성을 지니고 있더라도 노벨문학상을 타지 못하는 것도 우리말이 가진 말맛을 영어나 다른 나라 말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때문이 아니겠는가.
롤리타를 읽고 나서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사람이 번역을 했는가, 어떤 문장을 어떻게 번역했는가를 많이 따져보게 되었다. ㅋ
0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