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정명희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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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중앙 박물관의 '사유의 방'과 이건희 컬렉션 '어느 수집가의 초대'가 SNS며 미디어 등에 이슈로 떠올랐다.

가 본 사람들의 감상이 넘쳐 날 때, 나는 그 곳에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없는 내 처지를 생각했다.

좋은 전시가 있어도 갈 수 없는 환경이 되면 아쉬운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지근에 살아 조금의 시간만 들이면 갈 수 있는 사람들과, 한 번 가려면 일 년 중 갈 수 있는 날을 고르고, 교통 편을 알아보고, 숙박까지 알아보는 사람들과의 격차만 더 실감날 뿐.
그래서 일까? 솔직히 이 책이 내게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내 눈으로 볼 수 없는 유물들을 타인의 감상을 통해 느껴야 하는 그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 따라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만 크게 느껴지는 책들이 많다. 
서울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지방으로 발령 나면 좌천되었다느니 유배간다느니 등의 표현을 하는데 지방 사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유물에 대한 이야기에서 어찌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만 느껴진 그런 책.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행성에 사는 것처럼 이제는 아득해진 이들을 생각한다.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자석의 힘이 같을 때가 있다면, 애초 혼자였던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가 자신의 몫을 살아야할 시기가 온다. 그렇게 멀어질 때가 있다. 멀리 있어도 멀지 않은 것은, 마음 안의 우주 때문이다. 같은 것을 바라보며 어떤 느낌에 닿을 때 우리는 함께 일 수 있다. 이번에 하지 못한 얘기는 다음에 하면 되니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꿈을 잊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를 모은다. 어디서부터 말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게. 다시 만나면 ‘그때 말이야.‘, ‘곰곰이 생각해봤어‘, 이렇게 시작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 P37

‘항다반사恒茶飯事‘는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 늘 있어서 이상하거나 신통할 것이 없는 일이란 의미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말도 같은 의미로,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 흔한 일을 말한다. 흔한 일, 늘 있는 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몸에 익은 일은 우리의 일상을 지탱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항상 곁에 있어 긴장하지 않는 일과 사람이 특별한 힘을 지닌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다. - P65

같은 것을 보아도 내가 변하는 만큼 눈에 담기는 지점이 달라진다. 바람 사이로 다가오는 꽃향기라든가, 저 멀리 해가 질 때 서서히 변하는 하늘빛이라든가. 그녀의 마음을 채우는 것이 매일 달라지듯 그날에만 존재했을 조금은 나른한 시간의 빛과 공기를 느껴본다. - P72

한단의 장터에서 도사 여옹을 만난 노생은 자신의 삶이 신나지 않다고 했다. 다른 삶은 없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닿을 수 없는 것을 갖고 싶어 했다. 베개의 구멍을 따라 들어간 세상에서 그는 그토록 원해온 모든 것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모두는 그저 한낮의 짧은 꿈이었다. 노생을 주인공으로 한 이 고사는 세속적인 욕망의 덧없음을 알려주는 이야기로 널리 알려졌다.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의미로 ‘한단지몽邯鄲之夢‘으로 불리거나, 밥도 다 되지 않을 정도의 짧은 시간에 꾼 꿈이라는 뜻의 ‘일취지몽一炊之夢‘, 노란 기장(황량)의 이름을 딴 ‘황량지몽黃粱之夢‘ 으로도 불렸다. - P138

‘장무상망黃粱之夢‘ 오랫동안 서로 잊지 말자는 뜻이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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