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수술(2015년 1월) 이후 나는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허리 문제 뿐만 아니라 나는 정신적 문제로 인해 일을 쉬고 복직하고를 반복했다. 온전히 한 해를 난 날이 없었다. 감정은 오르락 내리락 했고, 쉽게 좌절했고, 다시 일어섰다 다시 주저 앉고를 반복했다. 그 사이 남편도 암에 걸려 수술을 했고, 우리의 삶은 깨질 듯한 얼음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삶은 꾸준히 이어졌고, 나 또한 글을 쓰지 않았을 뿐이지 책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동안 서재에 썼던 인상적인 책들과 글귀는 노트에다 적어두었다. 따로 감상은 적지 않았으나 그 글귀들을 들춰보며 생각과 시점을 가꾸어 나갔다. 


2016년부터는 구몬 일본어를 통해 일본어 독학을 시작했고, 구몬 일본어 과정을 완전히 끝마쳤고, JLPT 2급도 땄다. 독해 위주로 공부해서 읽고 해석은 하지만 회화는 약하다, 그래도 일본 여행을 4번 다녀왔고, 3번은 자유여행으로 그동안 배운 일본어를 통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걸 느낀 계기였다. 1급 준비는 하다 말았지만 ebs에서 나오는 중급 일본어 교재를 구독하며 꾸준히 일본어를 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동안 일본 드라마에 빠졌기도 하고)


코로나 기간 동안 많이 무기력했고, 작년은 아주 힘들었다. 올해는 많이 나아져서 직장도 잘 다니고 있고, 병원도 착실히 다니며 무난한 날들을 영위하고 있다. 그동안 조울증을 겪으며 오르락 내리락하는 감정에 휘둘려 주체 못한 감정들이 평온함을 유지하게 되면서 큰 기쁨도 큰 우울도 없이 무난한 날들을 지내니 삶이 이런 것이었구나 싶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온건지.


서재를 비운 7년 동안 나는 어느덧 마흔을 넘었고, 삼십대가 어리게 느껴지며 꼰대짓을 하지 않나 스스로 조심하게 되었다. 마흔을 넘으면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추고, 일에 익숙해지며 나름대로 무언가를 일궈낼 수 있다 생각했는데 무난하지 못한 삼십대 덕분에 그저 조용히 제 몫만 해내면 그것 만으로도 훌륭하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욕심은 많고, 꿈은 크나 현실에선 게으르고, 무언가를 이룰 깜냥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다시 서재를 찾은 것은 입력만 있는 지금보다 정제되지 않더라도 출력물을 내어보겠다는 생각에서다. 과연 얼마나 부지런히 서재를 채워나갈 진 모르지만 읽어낸 것만큼 써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서재 태그를 보니 정말 꽤 오래되었구나 싶다. 그동안 세상은 많이 변했고, 한 때 유명하고 인기 있던 사람들도 어느새 평판도 달라지고, 출판계에서도 사라졌다. 남성 소설가들은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도 더욱 많아졌고, 그로 인한 젠더갈등도 심해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출판계는 더더욱 위축되었고, 유튜브를 통한 개인 컨텐츠 제작이 활발해졌다. 그 속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고, 내편 네편으로 갈라지는 것도 심해졌다. 누구는 그로 인해 돈을 벌고 누구는 그로 인해 목숨을 버린다.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힘들어진 것 같다. 전쟁과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는 다시 대공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내 오래된 태그들도 변하게 되겠지.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으며 조용히 내 안으로 내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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