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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조장훈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평점 :
지방의 소도시에서 태어나 토박이로 살아온 나. 지방에서 살아도 미디어를 통해 '대치동'이라는 곳은 잘 안다.
한국의 교육열을 상징하는 곳으로써 '대치동'은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하고, 좋은 학벌을 얻어 좋은 지위와 그만큼의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곳이라는 것도.
하지만 여기서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은 그 곳의 열기나 진짜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것도 일부일 뿐, 그 속에서 있었던 사람이 구체적으로 그 곳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발전하여 지금까지 이르렀는지 제대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책에는 대치동이 형성되기 시작한 떄부터 그곳에서 논술학원을 시작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치동이라는 곳에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게 되었고, 그로 인해 부동산과 학벌이 어떻게 얽히게 되었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강남이 개발되기 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와 그에 더불어 강남 개발과 함께 사립학교 이전과 진학 방법의 변화, 그로 인한 학부모들의 이사 등 교육이 부동산과 얽혀 만들어낸 욕망의 장소에 대한 설명이 잘 드러나있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대치동의 사교육 발전에 일조한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 후 일자리를 얻기 힘들어 사교육 시장으로 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학생들을 교육하고, 도와주며 자신의 생계도 이끌어가겠다는 그 생각이 의도치 않게(?) 우리나라 사교육 판을 키운 이들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워 올바른 지식인으로 성장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도였다면 이런 결과가 만들어지게 하면 안되었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물론 그들이 교육과정을 만들거나, 입시체제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돈있고, 학벌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게 한 것은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치동의 역사와 대치동이 발달하게 된 계기를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와 교육열을 타파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앎'의 기쁨을 알게 하고, 개인의 영달만을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방에서 교사를 하며 아이들을 만나고, 두 아들을 키우며 사는 엄마로서 내가 생각하는 교육은 대치동의 학벌위주의 교육보다는 자신의 삶이 만족스러울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결국 좋은 학벌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들을 그 학벌을 가지기 위해 대치동이며 사교육으로 밀어넣는게 아닐까? 그리고 물질을 중시하는 사회다 보니 그 풍요로운 물질을 얻기 위해 좋은 학벌을 얻어야 한다는 사회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우리나라가 학벌위주의 사회가 끝나간다는 것을 뜻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구수가 감소하면서 이젠 대학들도 학생들을 유치하기 어려워졌고, 사교육 현장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 적은 인구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위해 경쟁하고 등급을 메겨 좋은 학교에 넣으려고 노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부모보다 가난하게 살게 될 우리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그릇된 생각을 다르게 바라보고 자라길 바란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않고, 우월감으로 으시대지 않으며, 그저 자신의 하루하루가 즐거워서 삶이 충만해지길. 그리고 그런 삶이 가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하지 않을까? 책을 통해 별자리를 공부하지 않고, 당장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별을 볼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기를. 그저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란다.
*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책을 지원받아 쓰여졌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