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 본성의 비밀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 참 특이하다. '루두스'라는 단어는 처음이니 그럴만했다. 그래서 유명한 그 백과사전을 찾아봤다. 

루두스(ludus) : 로대 로마의 검투사 훈련학교  (이런 그 백과사전에도 오타가 있다. '로대'라니..)

유명한 스파르타쿠스도 저 학교 출신이라니 명문(?)이라 하겠다. 아무튼 경기,놀이,운동,훈련이라는 뜻이 있다하니 그런 개념으로 호모루두스를 이해하면 될듯하다. 

제목만 보자면 호모사피엔스나 호모노마드, 호모디지쿠스 등등 연구를 통해 정의되는 인간의 본성이나 사회적 특성에 대한 책이 아닌가하는 추정이 가능하나 책을 읽다보면 촛점이 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책의 핵심주제는 바로 '게임이론'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는 영화 '뷰티플 마인드'를 통해 좀 더 유명해진면도 있고(이 책에서도 종종 언급된다),  게임이론에서 언급되어지는 게임의 일종인  '죄수의 딜레마'같은 상황들은 심리학이나 경제학관련  일반서적에서는 언급되지 않는 책이 없다시피 하므로 익숙한 느낌을 받기는 한다. 하지만 과학의 최전선이 실제로 익숙할리는 없을 터,  책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전문적인 색채가 강해져서 읽는 맛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 (읽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너무 먼 이야기같아서 흥미가 감소되는 것일 뿐)

진화경제학, 진화심리학, 사회물리학... 내 입장에서는 생경한 학문들이 책에서는 자주 소개된다. 저자는 "아, 이건 몇 년전에 생겨서 정립된 학문인데 괜춘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저렇게 학문이 이런 조합 저런 조합으로 쉽게 정립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여러 학문간의 '통섭'이 대세가 되어가는 추세라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도 든다. 

책 내용중에 기억에 남는 핵심 개념을 정리하면 이렇다. 

기체 분자나 원자, 전자 하나 하나의 운동을 측정하는것은 불가능하지만 기체집단(공기)의 운동량(기온)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가능한것과 마찬가지로 인간 각각이 아닌 인간사회집단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다고 하는 것에 게임이론의 유용성이 있다.(가능하다면 우주전체를 설명하고자 하겠지만...) 게임이론은 환호와 비판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유력한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고 과학자들은 과학의 최전선에서 계속 연구중이다. 

솔깃하다. 마치 미래를 예언할수 있을것 같은 말씀이다. 그러나 '게임 이론'이 결정론적인 미래관을 주장하거나 인간의 '자율의지'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가운데 나오는 개념이 '혼합전략'이다.  이것은 쉽게 말해 단 하나의 최적의 전략은 없고,그때 그때 적절한 비율로 여러 전략을 혼합해서 사용해야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임이론의 관찰결과를 말한다.  

인간의 다양성, 개성을 긍정하는 이 개념이 맘에 든다. 정말로 인간이 이렇게 다양한 인종과 성격과 개성을 가진 존재로 진화한 이유가 바로 오랜세월 최적의 (생존)게임 전략을 수행한 결과일듯 싶고.  다소 자연과학과 수학 향기가 진한편이라 편하게만 읽히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여러방면의 노력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게임이론이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수 있을지 기대를 품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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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유의지와 결정론 사이의 화해
    from 101번째 글쓰기 2010-08-28 03:22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자음과모음(이룸) 이 책을 읽고 있는 도중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나 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어느 어머니께서 트위터를 통해 내게 물으셨다. "아들이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데 읽어도 될까요?" 그 중학생은 아마도 이 책의 부제에 매혹되었을지도 모른다. '게임하는 인간'.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본성의 비밀'. 게임이론을 알게 되면 또래들 중에서 게임을 가장 잘 하게 되지 않을까..
 
 
 
삼성을 생각한다 2 - 그 이어지는 이야기
사회평론 편집부 엮음 / 사회평론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삼성을 생각한다]의 2편이라기 보다는 [삼성을 생각한다]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수 있다. 출간과정에서 있었던 일, 출간 이후 예상치 못했던 반응들과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갈무리하여 보여주고, 김어준 딴지총수의 인터뷰를 인용하여 인간 김용철에 대해 안내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으로 정리되는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1. 금권이 언권을 장악했다. 언론은 내부적인 자발적복종단계에 진입했다.
2. 블로거, 트위터로 대표되는 새로운 의사소통방법이 전통적인 언론의 힘을 축소시키고 있다.
3. 김용철은 보통인간이지 투사적 지사적 인간은 아니다. 지금이후 더 무언가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4. 검사와 재벌들의 수준은 우리가 짐작하는 그대로 이거나 또는 그 이하이다. (유치찬란,속물근성,거지버릇..)
5. 잘 지은 (책)제목하나 열 광고 안부럽다.
6. 앞으로도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다.
 
 
책 가격이 비교적 착한 편인데, 이 책의 출간목적이 수익이기 보다는 아마도 [삼성을 생각한다]때문에 발생한 현상을 기록하고 전파하는데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삼성을 생각한다]의 예상치 못한 대박(?)도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책의 내용이 저술내용보다는 인용이 대부분이기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책의 밀도는 좀 떨어지고 시의성은 더 그런편이지만 '삼성'으로 대표되는 금권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고마운 책이다.
정치권력은 헌재까지 4권으로 분립되어 있는데 금권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같이 작은 나라에 삼성같이 거대한 기업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사회에서 권력분립이 기본이어야하는 이유와 같다)
 
뻥하고 곪아서 터지기 전에 거품을 빼주는 김용철과 같은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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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공부 - 김열규 교수의 지식 탐닉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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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리뷰를 써야 느낌이 제대로 표현될텐데 읽고 한참을 지나서 쓰려니 조금은 함량이 떨어지는 리뷰가 될듯 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다지 높은 함량을 위해 애를 쓰고 싶지는 않은 책이다. 

'공부'라는 책 제목을 보고 장정일의 공부를 떠올렸었다. 그러나 이 책은 장정일의 공부와는 완전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다.  우선 내용의 절반 이상이 글쓰기, 시 이야기 등 저자의 전공분야인 국문학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공부하면 흔히 떠올리는 '그' 공부에 얽힌 감상들과 모바일등 기술 발달로 변모하는 지식습득의 과정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굳이 '그' 공부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 노학자의 '공부'이야기라면 좀 넓거나 깊은 주제의식을 가지고 나무보다는 숲을 보여주는 글을 쓰지 않았겠는가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런 기대와 달리 흔히 듣고 해왔던 그런 단편적인 공부만을 이야기 했기 때문이다.  인생공부, 앎, 지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수험공부, 독서, 학력, 스마트폰 등등에 대한 흔한 이야기여서 실망스러웠다.  물론 이것은 책 탓만 할것은 아니다. 내가 선입관에 사로잡혀 내용을 오해한 탓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이 책에 별점을 높게 주기 어려운 이유가 두가지 있는데  

그 첫번째는, 시대를 앞서가거나 거슬러 자신을 나타내는 사람보다는 시대에 순응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듯한 내용때문이다. 여러군데서 눈에 띄는 점이지만 학교(또는 회사)에서 평가하는 점수만이 '공부'의 유일한 지표인듯 이야기한다. 어찌 세상의 공부가 학교(회사)에서 제시(요구)한 책을 읽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따는 것만이겠는가. 교수님정도의 연륜을 가지고 글을 쓰시는 분이라면 그런 이야기 말고 다른 말씀도 많이 해주실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두번째는 바로 '영어'에 관한 주장.  멀티 링구얼하지 못하겠으면 최소한(!) 영어만이라도 한국어만큼 잘해야하며 언어만이 아니라 지리,역사,문화까지 모두 글로벌화해서 온 세계를 앞질러야하고 그것으로 선진국의 징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혹시 복거일씨와 친구?)  

한국의 교육문제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고 한마디로 경쟁 경쟁 경쟁을 외치는 공부다. 이 건 좀 아니지않나 싶다. 안그래도 학원 수가 세계일류수준이고 초등학생에게 '죽도록' 공부하라고 하는(그래서 진짜 죽어나가는) 판인데...  

데이비드 소로같은 삶을 살고자 낙향하셨다는 분이 왜 이리 개발지상주의적인 이야기만 썼는지 모르겠다. 자가당착이고 참 미스터리한 일이다. 

 

정보 

진짜 공부를 치열하게 하는 이야기라면, 올초 있었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의 2011 라이브 연설을 추천한다.  거의 미친사람 수준으로 공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공부하던 시절엔 밥도 한쪽 눈으로만 먹었다니..(한쪽 눈은 책을 보고)  공부뿐 아니라 인생 자체가 치열했고. 코드가 맞다면 그외에 인생과 꿈과 도전에 대해서도  이 책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http://yckim.wordpress.com/2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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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8-2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내용이 방대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봐야겠네요.
 

최근 로쟈님의 '하버드,번역을 인터뷰하다'라는 페이퍼를 아주 흥미있게 읽었다. 

실은 조마조마하게 읽었다고 하는게 맞을듯하다. 댓글과 댓글사이에 비평과 비난이 교차하는 가운데, 읽는 사람으로써도 펜(키보드)을 들고 싶게 만드는 순간이 많았을 뿐만 하니라 글쓴이들 사이의 기싸움에 누군가 상처를 받고 잠수타지나 않을까 하는 기우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말 올초의 알라딘 비정규직 사태가 떠올랐다)

나야 심정적으로 자주 글을 접해오던 로쟈님의 의견에 동조하는 편이기도하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비평의 내용에 있어서도 로쟈님의 주장이 옳아보이기는 했지만 철학에는 문외한이어서 나의 생각을 버젓이 내세울만큼은 신뢰할수 없었고 이 글의 제목처럼 '별들의 전쟁'에 섣불리 나섰다가는 뼈도 추스리기 힘들것 같기에 그냥 지켜만보고 있었다.(저리 꺼져있어! 또는 좀 비켜주실래요 소리나 들었겠지..) 사실 문제를 크게 확대시킨 것은 '당근주스'라는 닉네임의 댓글러(?) 단독 공헌이긴 하지만 내가 말하는 별은 그 분은 아니다. 바로 강유원 선생! 

올 전반기 읽은 책중 베스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인문 고전 강의'의 저자다. 사실 난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분인데 알고보니 '스승'이라는 말을 진지하게 붙일수 있는 드문 인물의 하나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 로쟈님도 인식했듯이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는 역자로 나선 이런 강유원님의 온전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책이었기에 나 또한 왜 이런일이 생기게 되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혹시 강유원님이나 출판사 측에서 입장표명하지는 않았을까 궁금했는데, 마침 의도하지 않게 강유원님의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 보게되었다. 아닌게 아니라  번역논란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음을 확인했다.  

올라온 글 중에는 이미 강유원님 스스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공개되어 있었고 , 출판에 얽힌 문제때문에 당장 답은 못하지만 고쳐야 할 부분이 (더)있다면 얽힌 문제를 고려하여 반영할 의사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었다.(사실 오역수정이 그렇게 힘든일인줄 몰랐다. 단어가 바뀌면 문장이 바뀌고 문장이 바뀌면 페이지가 바뀌고 페이지가 바뀌면 아마도 그림이나 사진 또는 표의 배치등도 바뀌니 역자 맘대로 즉각적으로 반응할수는 없는게 맞는듯하다)   

(나중에 안 내용인데 강유원선생님의 지론중 하나가 (내 기억으론)간결하고 건조하고 단단한 글쓰기라고 한다. 그래야 글의 생명력이 오래간다나... 그래서 그런지 필요한 말만 아주 간결하고 단순하게 남기는 (그래서 어쩌면 문제를 회피하는듯한 인상이들기도...) 편이었다. 당장의 오해나 문제를 일일이 나서서 풀기보다는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없도록 제대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

암튼 로쟈님이나 강유원님이나 지식인으로서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주고 계신 분들이다. 두 분 덕에 많은 책들을 추천받아 읽었고 읽을 예정이다. 물론 내 능력으론 쉽다는 책들조차 모두 제대로 이해하는건 아니지만 앞으로 2년만 더 하면 풍월을 읊을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별들의 전쟁(전쟁이라 표현하면 본인들께서는 싫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 글을 볼 일은 없을테니 일단 내맘대로^^) 속에서 당사자들은 짜증나거나 귀찮거나 할지 몰라도 그런 전쟁같은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아직 우물안에 있음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 

  

 

사족. 

작년에 번역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책에 대해 직접 출판사에 문의/항의한적이 있었다. 결론은 원문과 대조했을때 그럭저럭 읽을만하니 독자인 나의 잘못으로 일방적인 결론이 났고.  원문을 같이 놓고 읽어도 우리말로는 어거지스러운 번역이 확실한데도 출판사의 인식은 그정도였다. 그런데 책은 한글만 있으니 어쩌란 말인가. 아기 옹알이도 아닌데 이리저리 머리굴리고 분석하고 재해석해야 문장 하나가 이해간다면 책 한권을 1년내내 읽으란 이야기인지... 불행히도 내가 문제삼았던 책의 역자는 출판당시 투병중이었고 내가 항의할 시점에는 작고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암튼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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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그레이효과 2010-08-0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직접 출판사에 문의/항의까지 하시다니! 좋은 독자 문화를 향한 노력이네요

귀를기울이면 2010-08-10 08:56   좋아요 0 | URL
옛날에는 안그랬는데 나이 좀 들었다고 용감해진것 같습니다. 아님 얼굴이 두꺼워졌는지 -.-;;

루체오페르 2010-08-0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가는 글입니다. 저도 그 페이퍼를 보면서 느꼈던 심정입니다.^^ㅋ

귀를기울이면 2010-08-10 09:01   좋아요 0 | URL
당xxx님이 침묵하는 다른 독자들이 자기편인양 이야기를 하길래 혼자 구시렁대다가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하는 마음으로 페이퍼를 쓰게됐죠.. 좀 속시원해지더라구요 ^^
 
이끼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스포일러 경고) 

진짜로 있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 

(그러고 보니 A.I.의 주인공이었던 오스먼트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

A.I.는 상영 전 큰 기대를 품게 했었고 개봉 후 탄성과 탄식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게도 만든 영화였다. 거장의 손길이 미쳤던 프로젝트였던만큼 진지함이 있었지만 확실히 거장과는 다른 방향의 재능을 가진 스필버그가 (큐브릭의 죽음으로)홀로 마무리하게된 영화의 전개는 '아! 큐브릭이 살아있었다면 다른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탄식을 짓게 만들었다.  (확실히 가수보다는 편곡자가, 배우보다는 감독이 중요하다.) 

이 영화 '이끼' 또한 그러한 , 그러나 보다 찐한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였다. 추리소설같은 분위기, 적당한 공포와 긴장,미스테리, 마지막엔 반전까지 전반적으로 재미와 흥행에 필요한 요소들을 적당히 가지고 있는 영화지만 빈틈이 많이 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 빈틈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재미있게(그렇다 해도 좀 영화가 길기는 길다) 볼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나는 집중하기가 좀 힘든 영화였다.  

내가 생각하는 그 빈틈들을 좀 나열해 보자면 

1. 영화가 길다. 물론 밀도있게 길다면 상관없겠지. 하지만 이 영화는 20~30분 정도는 충분히 줄일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느 장면하나 공이 들어가지 않은 장면은 없겠지만 완성도와 몰입도를 위해서라면야.... 

2. 배경설명의 부족함. 주인공격인 유해국(박해일 분)이 뜬금없이 나와서는 영문없이 치밀하고 처절하게 사건을 뒤집어 놓더니 그냥 그게 끝까지 가더라. 이거원... 주인공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주인공의 행동에 공감이 갈것 아닌가. 영문없이 고민도 없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주인공이 참 이해가 안갔다. 

 조연급 이상으로는 유일한 여자인 영지도 마찬가지. 후반으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설명이 아주 없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답답한 것은 여전하다. 게다가 캐스팅은 30대배우를하고 화면상으로는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간혹 20대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캐릭터는 이야기 전개상  50에 가까운 나이라고 계산이 되는데 아무리 동안이라는 가정을 해도... 막판에 알긴했지만 이 여자가 영화초반에 나왔던 1978년의 그 아이인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냥 이 여자는 어디서 왔길래 이리 비중이 큰가..하는 생각만 내내 했더랬다. 

다른 조연도 마찬가지. 마을 이장 아들이라는 사람의 등장도 뜬금없고... 

물론 등장인물의 배경을 얼마나 설명하느냐는 감독마음이겠으나 '뜬금없다'는 생각은 안들정도는 되야 하지 않겠나. 

 3. 만화적인, 상투적인 대사와 구도들.. 

이젠 잘 기억도 안나서 딱히 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전형적인 대사나 분위기들, 예를 들어 어느 추리물의 주인공이 매번 사건 해결시마다 하는 이야기, "잠깐! 범인은 이 방안에 있습니다!... 범인은 바로....(몇 초 뜸들임)... 당신!"류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곳곳에 있다. 괜히 폼잡고, 괜히 째려보고...

4. 슈퍼맨이 똘아이로.. 

주인공의 아버지는 사람의 마음을 교화시키는데는 엄청난 재능이 있는 사람으로 묘사되다가 천용택과 함께 시골에서 작정하고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단 한명도 교화에 성공 못하고 모든 이들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이것참.. 아무리 개연성을 만들기 위한 장치라지만 입만 열면 사람들이 모이고 재산을 헌납하던 멀쩡한 사람이 마을에서는 왜 추종자 하나없는 갑자기 누구의 마음도, 바보 천치도 따르지 않는 똘아이가 되었는지는 설명이 없다.  

5. 평범남이 슈퍼맨으로 

 유해국은 죽을 고비를 많이 넘긴다. 심지어는 흉기로 복부를 수차례 찔려서 피를 흘리게 되는데 그 상태로 사실상 밴드 하나 붙이고 액션이 가능해진다. 누군가 치료를 한 번 해주기는 하지만 가내치료로 내장까지 손상됐을 사람을 저렇게 멀쩡하게 만든다는건 참... 신기에 가깝다.  첫번째 사망 사건에서 자신의 연루가능성을 제거하려고 흙으로 피뭇은 손을 닦고 드라이버로 구멍들 뚫린 복부는 대충 옷으로 가리고 멀쩡하게 다니는걸 보고 헛헛..했었다.  아픈건 참아도 흐르는 피는 어쩔껴..

6. 시간흐름의 불일치 

마지막 장면에서 사건의 마무리를 맡았던 검사는 (아마도 사건해결 공로로) 서울로 전근을 하게되는데 이 시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건이 종료되고 수개월이내로 판단이 된다. 그런데 그 사이 주인공이 다시 찾아간 마을은 완전 상전 벽해. 없던 교회, 없던 유아원, 없던 건물들이 가득하고 이장이 살았던 시기에는 보이지 않던 주민들이 보인다.(고아원이었든 유아원 이었든 어른도 상당수 있어야 하고)  찬찬히 생각해 보면 사건 종료후 마음 가다듬고 재산정리할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을텐데 마을이 상전벽해가 되었으니....  

7. 기타 

비밀연결통로로 이용되는 토굴에 왠 조명이 켜 있는지. 그것도 쫓고 쫓기는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이용한 토굴에. 이장이 주인공이 머무르는 집에 염탐을 오면서도 스위치 올리고 온다니 상식적으로 이해 안감. 불끄고 손으로 더듬어가며 몰래 온다면 몰라도.. 

덕천의 시체가 개울을 건너는 다리 옆에 떠내려온채로 발견.  그런데 살해(예상)장소나  떠내려온 장소나 돌투성이고 물고기조차 맘껏 놀기 힘들정도로 물이 적은데 대체 어떻게 떠내려온건지..

 

아, 뭐 글로 표현하자니 부족하고 반론의 여지도 있겠지만 생각나는대로 정리한게 이정도니 작정하고 분석하면 맘에 안드는 점으로만 역대 최장의 리뷰를 써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만화는 못보았지만 연재만화로써 전개되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때는 좀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리는 바로는 이끼 팬들이 이 영화는 봉준호나 박찬욱이 만들었어야 했다고들 하던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간다.

 

 

마찬가지로 

큐브릭 영감님, A.I.는 완성하고 가셨어야죠!
 

 

사족. 

사진만 보고 영화인줄 알고 리뷰 달았는데 소설이었다는...  오류를 잡아주신 '레몬향기'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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