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쟈님의 '하버드,번역을 인터뷰하다'라는 페이퍼를 아주 흥미있게 읽었다. 

실은 조마조마하게 읽었다고 하는게 맞을듯하다. 댓글과 댓글사이에 비평과 비난이 교차하는 가운데, 읽는 사람으로써도 펜(키보드)을 들고 싶게 만드는 순간이 많았을 뿐만 하니라 글쓴이들 사이의 기싸움에 누군가 상처를 받고 잠수타지나 않을까 하는 기우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말 올초의 알라딘 비정규직 사태가 떠올랐다)

나야 심정적으로 자주 글을 접해오던 로쟈님의 의견에 동조하는 편이기도하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비평의 내용에 있어서도 로쟈님의 주장이 옳아보이기는 했지만 철학에는 문외한이어서 나의 생각을 버젓이 내세울만큼은 신뢰할수 없었고 이 글의 제목처럼 '별들의 전쟁'에 섣불리 나섰다가는 뼈도 추스리기 힘들것 같기에 그냥 지켜만보고 있었다.(저리 꺼져있어! 또는 좀 비켜주실래요 소리나 들었겠지..) 사실 문제를 크게 확대시킨 것은 '당근주스'라는 닉네임의 댓글러(?) 단독 공헌이긴 하지만 내가 말하는 별은 그 분은 아니다. 바로 강유원 선생! 

올 전반기 읽은 책중 베스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인문 고전 강의'의 저자다. 사실 난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된 분인데 알고보니 '스승'이라는 말을 진지하게 붙일수 있는 드문 인물의 하나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 로쟈님도 인식했듯이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는 역자로 나선 이런 강유원님의 온전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책이었기에 나 또한 왜 이런일이 생기게 되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혹시 강유원님이나 출판사 측에서 입장표명하지는 않았을까 궁금했는데, 마침 의도하지 않게 강유원님의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 보게되었다. 아닌게 아니라  번역논란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음을 확인했다.  

올라온 글 중에는 이미 강유원님 스스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공개되어 있었고 , 출판에 얽힌 문제때문에 당장 답은 못하지만 고쳐야 할 부분이 (더)있다면 얽힌 문제를 고려하여 반영할 의사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었다.(사실 오역수정이 그렇게 힘든일인줄 몰랐다. 단어가 바뀌면 문장이 바뀌고 문장이 바뀌면 페이지가 바뀌고 페이지가 바뀌면 아마도 그림이나 사진 또는 표의 배치등도 바뀌니 역자 맘대로 즉각적으로 반응할수는 없는게 맞는듯하다)   

(나중에 안 내용인데 강유원선생님의 지론중 하나가 (내 기억으론)간결하고 건조하고 단단한 글쓰기라고 한다. 그래야 글의 생명력이 오래간다나... 그래서 그런지 필요한 말만 아주 간결하고 단순하게 남기는 (그래서 어쩌면 문제를 회피하는듯한 인상이들기도...) 편이었다. 당장의 오해나 문제를 일일이 나서서 풀기보다는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없도록 제대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

암튼 로쟈님이나 강유원님이나 지식인으로서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주고 계신 분들이다. 두 분 덕에 많은 책들을 추천받아 읽었고 읽을 예정이다. 물론 내 능력으론 쉽다는 책들조차 모두 제대로 이해하는건 아니지만 앞으로 2년만 더 하면 풍월을 읊을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별들의 전쟁(전쟁이라 표현하면 본인들께서는 싫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 글을 볼 일은 없을테니 일단 내맘대로^^) 속에서 당사자들은 짜증나거나 귀찮거나 할지 몰라도 그런 전쟁같은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아직 우물안에 있음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 

  

 

사족. 

작년에 번역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책에 대해 직접 출판사에 문의/항의한적이 있었다. 결론은 원문과 대조했을때 그럭저럭 읽을만하니 독자인 나의 잘못으로 일방적인 결론이 났고.  원문을 같이 놓고 읽어도 우리말로는 어거지스러운 번역이 확실한데도 출판사의 인식은 그정도였다. 그런데 책은 한글만 있으니 어쩌란 말인가. 아기 옹알이도 아닌데 이리저리 머리굴리고 분석하고 재해석해야 문장 하나가 이해간다면 책 한권을 1년내내 읽으란 이야기인지... 불행히도 내가 문제삼았던 책의 역자는 출판당시 투병중이었고 내가 항의할 시점에는 작고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암튼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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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그레이효과 2010-08-0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직접 출판사에 문의/항의까지 하시다니! 좋은 독자 문화를 향한 노력이네요

귀를기울이면 2010-08-10 08:56   좋아요 0 | URL
옛날에는 안그랬는데 나이 좀 들었다고 용감해진것 같습니다. 아님 얼굴이 두꺼워졌는지 -.-;;

루체오페르 2010-08-0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가는 글입니다. 저도 그 페이퍼를 보면서 느꼈던 심정입니다.^^ㅋ

귀를기울이면 2010-08-10 09:01   좋아요 0 | URL
당xxx님이 침묵하는 다른 독자들이 자기편인양 이야기를 하길래 혼자 구시렁대다가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하는 마음으로 페이퍼를 쓰게됐죠.. 좀 속시원해지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