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이끌려 절에 다니기 시작한지 십여년...........
그렇다고 불공을 드리는 것도 아니고, 수련을 하러가는 것도 아니니.....
무엇에 홀려도 단단히 홀린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이다...그 산에는 웬만하면 절이 있다.
등산을 갔다가도 절이 맘에 들면 산에 오르는 건 포기하고 반나절을 절에 머문적도 있다.
일부러 손 안댄 절을 찾고 찾아서 찾아가 보기도 한다.
너무 많이 손 댄 절을 보면 욕만 나오니 그날 절 구경은 끝이라고 보면 된다.
일주문을 지나 절까지가는 길......
속세와 이별하고 그 길옆에 흐르는 시냇물에서 마음까지 씻어내면 금상첨화
천왕문에 다다라 생긴 모습은 험상궂지만 나를 수호하는 수호신같아 그것마자 친근하다.
소박하든 화려하든 수려한 탑과 석등을 마주하면 겸손해진다.
이젠 절입구로 부터 멀리 주차를 하고 걸어가며 절을 품고 있는 산도 살펴 볼 줄 알게 되었고,
절기둥이 어떤 몸매를 하고 있는지 만져보고 싶고,
꽃살문의 어여쁨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며
처마에 매달린 풍경소리가 듣고 싶어 바람불 때까지 그 아래에서 기다려본적도 있고,
절 타종시간에 맞추어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하고,
법당안에 들어가 그 안에서 보는 바깥풍경에 넋을 놓기도 하며,
그 절안에 있는 문화재도 용케 알아보고
그 절 부처님의 얼굴이 얼마나 온화한지도 평가(?)하며 심지어 그 절의 스님들의 표정도 유심히 살핀다.
오늘 지인이 책 한권을 선물로 주셨다.
자주 절에 다니는 걸 아시고는 다른분의 답사기도 한번 보고 내가 못느끼고 있는 것이 혹시 있는지 살펴보라고 하신다.
"나중에 기회되면 함께 한번 갑시다. "라는 말씀이 아직도 가슴을 묵직하게 한다.
현재 이 책을 윤곽만 훓었다.
이 책의 책 소개가 유난히 날 자극한다.
저자는 해박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감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문화재에 대한 감상을 글로 표현했고, 또 일품은 아니지만 적절한 구도의 사진과 스케치로 답사의 느낌을 보여준다. 특히 이처럼 꾸미지 않은 저자의 노고가 곳곳에 녹아든 이 책은 누구라도 답사를 떠나고, 답사기를 남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계절과 상관없고, 날씨와도 상관없는 자신만의 답사를 떠나는 데 필요한 건 마음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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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다녀온 화암사..전북 완주 불명산에 있다.
위에 두 책에 소개된 화암사를 보고 그동안 얼마나 가보고 싶어서 애태웠는지....
게다가 집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가까운 절인데...
원래 가까운 보물을 더 못알아보는 법..쯧
산아래에서 절까지 가는길이 많이 험하다.
임산부가 올라가기엔 더더욱!!!
돌밭이며 물길과 함께 합쳐지는 곳이 많아 이끼도 많아 미끄럽다.
그리고 바위에 고드름이 많이 매달려 있어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아찔할것같은 기분도 든다.
가기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절이다.
작고 아담하기도 하지만
겨울 사찰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소박하게 느껴진다.
이런 다운 된 느낌의 겨울 절은 차분해 보여 더욱 정신수양이 잘 되는듯싶다.
늦게 가는 바람에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이라 가서 10분도 머물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다음엔 꽃피는 봄에 좀 일찍 올라가야겠다. 사진도 넉넉히 찍고, 우화루를 더 천천히 감상하고 싶다.
걸어오는 내내 미끄러운길 중심잡느라 힘들면서도 화암사에 대해 쓴 안도현시인의 시가 계속 귀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