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네 (정현종)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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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5-12-25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견뎌내야 한다고 시인에게 말해줄래요!

로드무비 2005-12-2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도 제목에 끌려 처음 나왔을 때 바로 샀더니 이 시 외엔 없더군요.
그런 시집이 가끔 있어요.
아무튼 노시인의 심정이 느껴집니다.
저라고 별 다를 바 없고요.^^

검둥개 2005-12-29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이렇게 용감하신!!! ^ .^

로드무비님, 전 그런 시집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시집 살 때 앞의 시들만 읽지 않고 맨 뒤에 실린 시들도 읽어보곤 했었죠. ^^ 그래도 나아지지 않더군요. ㅎㅎ 제가 시를 보는 눈이 없었던 거예요! ;)
 

 


  연애에 대하여 (이성복)

  1.
  여자들이 내 집에 들어와 지붕을 뚫고
  담 넘어간다 손이 없어 나는 붙잡지 못한다
  벽마다 여자만한 구멍이 뚫려 있다
  여자들이 내 방에 들어와 이불로 나를
  덮어 싼다 숨 막혀 죽겠어 ! 이불 위에 올라가
  여자들이 화투를 친다
 
  숨 막힌 채로 길 떠난다
  길 가다 외로우면
  딴 생각하는 길을 껴안는다
 
  2.
  기도의 형식으로 나는 만났다
  버리고 버림받았다 기도의 형식으로
  나는 손 잡고 입맞추고 여러 번 죽고 여러 번
  태어났다
  흐르는 물을 흐르게 하고 헌 옷을
  좀먹게 하는 기도, 완벽하고 무력한 기도의
  형식으로 나는 숨쉬고 숨졌다
 
  지금 내 숨가쁜 屍身을 밝히는 춧불들
  愛人들, 지금도 불 밝은 몇몇의 술집
 
  3.
  내 살아 있는 어느 날 어느 길 어느 골목에서
  너를 만날지 모르고 만나도 내 눈길을 너는 피할 테지만
  그날, 기울던 햇살, 감긴 눈, 긴 속눈썹, 벌어진 입술,
  캄캄하게 낙엽 구르는 소리, 나는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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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피는 날, 꽃 지는 날 (구광본)


  꽃 피는 날 그대와 만났습니다
  꽃 지는 날 그대와 헤어졌고요
  그 만남이 첫 만남이 아닙니다
  그 이별이 첫 이별이 아니구요
  마당 한 모퉁이에 꽃씨를 뿌립니다
  꽃 피는 날에서
  꽃 지는 날까지
  마음은 머리 풀어 헤치고 떠다닐 테지요
  그대만이 떠나간 것이 아닙니다
  꽃 지는 날만이 괴로운 것이 아니고요
  그대의 뒷모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나날이 새로 잎 피는 길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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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2005-12-2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만 보면 정은임님이 생각납니다. 갑자기 울컥하네요.
좋은 시 고맙습니다.

하루(春) 2005-12-24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에 끌려 들어왔어요. 정은임 아나운서, 등등 요절한 사람들 생각납니다. 아 오늘은 기쁘면서도 슬픈 날이에요.

검둥개 2005-12-25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자님, 하루님 좋으셨다니 기뻐요. 그런데 정은임 아나운서와 이 시가 무슨 특별한 관계가 있나봐요? 저는 몰랐어요...

하루(春) 2005-12-25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피는 날 그대와 만났습니다. 꽃 지는 날 그대와 헤어졌고요. 그 만남이 첫 만남이 아닙니다. 그 이별이 첫 이별이 아니고요. 제가 좋아하는 시인 구광본 시인의 시 중에서 한 구절로 오늘 시작했는데요. 시구는 그런데 저와 여러분은 반대네요. 제가 92년 가을에 방송을 시작했으니까 꽃 지는 날 그대와 만났고요. 이제 봄이니까 꽃피는 날 헤어지는 셈이 되었네요. 오늘 여러분과 만나는 마지막 날인데요. 덜덜 떨면서 첫 방송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침 햇살이 남다르게 느껴지거나 책을 읽다 멋진 글을 발견할 때면 맨 먼저 떠올렸던 게 바로 이 시간이었습니다. 저 정은임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1995년 4월 1일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마지막 방송 클로징 멘트

검둥개 2005-12-29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아 그랬군요. 새삼 마음이 아프네요. 그 프로그램을 저두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사연이 있었던 것은 몰랐어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영혼의 빛>이라고 번역되어 나온 이 SF소설의 원제는 <참새>이다. 번역된 책 제목을 보아서는 도저히 독자를 끌기 어려울 듯한 분위기다. --.--;;; 그런데 이 책을 반 가량 읽은 지금까지도 왜 이 소설의 제목이 <참새>인지 모르겠으니, 원제에도 약간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저께 이 책이 책장에 꽃혀있는 걸 보았는데 표지가 너무나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부정할 수 없는 데자뷔의 느낌.   [ 주인공 신부는 반드시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배우 랄프 파인스여만 한다는 이 황당한 생각! 피부색조차도 주인공의 그것과 안 맞아떨어지는데 말이다. ] 

그러나 도대체 어디서 이 책을 읽었더란 말이냐!!!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책 뒷편을 들쳐보면 분명히 안 읽은 게 분명한데다가, 책 외양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헌 책방산이긴 하나 한 번이라도 누군가 읽은 태가 나질 않았다. 50페이지 가량 읽고 드디어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이 나오기 시작하자 드디어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제 깨달았는데, 이 책을 (다른 카피) 수 년 전에 몇십페이지 읽다가 포기했던 거였다. 그래서 표지가 그렇게 눈에 익게 보였던 것이다. 삼돌이는 그것도 모르고 이 책을 읽고 싶어하던 중 헌 책방에 나온 것을 보고 사왔다고 한다. 물론 내게 그 책이 있는 줄 나도 까먹고 있었으니 알았을리 만무하지만, 이 정도 되면 있는 책도 있는 줄을 모르고 까먹고 또 사서 가뜩이나 너무 많은 책 수를 더 늘리는 지경이라 할 말이 안 나온다. 쩝.

다행히도 지금 읽으며 보니 책은 괜찮다. 종교적인 배경이 너무 강하다는 게 좀 흠이긴 하지만. 이 책의 후편은   <신의 아이들 CHILDREN OF GOD>인데 올슨 스콧 카드의 <CHILDREN OF THE MIND>과 무지하게 헷갈리는 제목이다. 지나가는 생각이지만 희한하게 SF와 종교에 대한 인류의 집착에는 뭔가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현대인의 신화로 <스타워즈> 이야기를 꼽은 것처럼!

차나 한 잔 끓이고 책이나 마저 읽으러 가야겠다. ^^

The SparrowChildren of God (Ballantine Reader's Cir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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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3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05-12-2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된 책 제목을 보아서는 도저히 독자를 끌기 어려울 듯한 분위기다. --.--;;;
<-- 너무 웃겨요 ^^

날개 2005-12-23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지금 같은 책이 두 권? ^^

검둥개 2005-12-24 0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지금 님 서재로 가유 ~~ ^^

Kitty님 원제도 좀 문제가 있다구 봐요. 3/4을 읽은 지금도 왜 참새가 제목인지 모르겠어요. ㅎㅎ ;)

날개님 그렇죠. 흑흑 -- .--;;;
 
 전출처 : paviana > 검둥개님 감사해요




 어제 님께서 보내신 선물이 도착했답니다.

  너무 예쁜 엽서 2장과 다이어리, 거기다 lemon rose차 까지..너무나 버라이어티한   상품에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2장에 걸친 멋진 말씀과 보스톤 사진은 정말 맘에 들었어요. 놀러가고 싶을때마다 보내주신 다이어리 보면서 어디 갈까 생각해볼게요 .^^  세계 각국의 기념일도 적혀있더군요. 보면서 다른 나라 기념일에도 놀았음 했답니다.^^

그래서 저도 마땅히 사진을 올려서 자랑질 하고 싶었지만, 저 디카 없잖아요.ㅠㅠ

있는거라고는 30만화소의 옛날 고리짱 핸드폰 카메라(이것도 사진기를 꼽아야 되는 아주 구락한 모델이에요).  이놈으로 한번 찍어봤어요.줌 기능도 없어서 직접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었느나, 보이시죠?

다이어리 한장도 제대로 찍어지지가 않아서 이렇게 두장으로 나뉘어 찍어져요. 더올렸다가는 님의 멋진 선물을 제가 다 망쳐좋을까봐 올리지 못하겠어요.ㅠㅠ  이해심많은 검둥개님 이해해주실거죠?

지금 보내주신 lemon rose차에 물 넣었어요.향기가 정말 끝내줘요.저 차종류 다 좋아해요.얼그레이도 좋아하고 허브차,자스민차, 심지어 중국 용정차도 좋아해요. 차 색깔이 정말 예뻐요. 감사히 아껴서 잘 마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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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2-21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고마워요.
어제 선물 받고도 바빠서 인사 못 드렸어요.
좀 있다 페이퍼 올리려고요.
마음에 쏙 드는 선물 고르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줄리 2005-12-2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몬로즈차 정말 좋죠? 전 레몬이 들어가는 건 왜 그리 맛있는지 몰라요. 레몬파이, 레몬치킨, 심지어 레모네이드도요.

검둥개 2005-12-23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잘 갔다니 기뻐요. ^^
뻬빠까지 올리시지 않어두 되어요. 맘에 드셨다면 그걸루 족하지요 ;)

줄리님 저두 레몬 무척 좋아해요. 레몬치킨은 몰까, 무척 궁금한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