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날, 꽃 지는 날 (구광본)


  꽃 피는 날 그대와 만났습니다
  꽃 지는 날 그대와 헤어졌고요
  그 만남이 첫 만남이 아닙니다
  그 이별이 첫 이별이 아니구요
  마당 한 모퉁이에 꽃씨를 뿌립니다
  꽃 피는 날에서
  꽃 지는 날까지
  마음은 머리 풀어 헤치고 떠다닐 테지요
  그대만이 떠나간 것이 아닙니다
  꽃 지는 날만이 괴로운 것이 아니고요
  그대의 뒷모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나날이 새로 잎 피는 길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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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2005-12-2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만 보면 정은임님이 생각납니다. 갑자기 울컥하네요.
좋은 시 고맙습니다.

하루(春) 2005-12-24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에 끌려 들어왔어요. 정은임 아나운서, 등등 요절한 사람들 생각납니다. 아 오늘은 기쁘면서도 슬픈 날이에요.

검둥개 2005-12-25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자님, 하루님 좋으셨다니 기뻐요. 그런데 정은임 아나운서와 이 시가 무슨 특별한 관계가 있나봐요? 저는 몰랐어요...

하루(春) 2005-12-25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피는 날 그대와 만났습니다. 꽃 지는 날 그대와 헤어졌고요. 그 만남이 첫 만남이 아닙니다. 그 이별이 첫 이별이 아니고요. 제가 좋아하는 시인 구광본 시인의 시 중에서 한 구절로 오늘 시작했는데요. 시구는 그런데 저와 여러분은 반대네요. 제가 92년 가을에 방송을 시작했으니까 꽃 지는 날 그대와 만났고요. 이제 봄이니까 꽃피는 날 헤어지는 셈이 되었네요. 오늘 여러분과 만나는 마지막 날인데요. 덜덜 떨면서 첫 방송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침 햇살이 남다르게 느껴지거나 책을 읽다 멋진 글을 발견할 때면 맨 먼저 떠올렸던 게 바로 이 시간이었습니다. 저 정은임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1995년 4월 1일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마지막 방송 클로징 멘트

검둥개 2005-12-29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아 그랬군요. 새삼 마음이 아프네요. 그 프로그램을 저두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사연이 있었던 것은 몰랐어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